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기분 좋은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김현수는 11일(한국 시각)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 경기에 9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개막 5경기 만에 어렵게 잡은 첫 기회였다.
그동안의 마음 고생과 달리 첫 타석부터 행운이 찾아왔다. 팀이 1-0으로 앞선 2회말 1사 2루 찬스에서 상대 투수 제이크 오도리지와 맞붙은 김현수는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으나 직구를 받아쳤다.
타구는 땅볼이 되어 투수와 3루수 사이로 굴러갔고, 오도리지가 공을 잡으려다가 넘어지면서 김현수는 1루에서 살아 남았다. 그리고 실책이 아닌 내야안타로 기록됐다.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였다. 후속타자 매니 마차도가 홈런을 터뜨리며 김현수는 첫 득점까지 올렸다.
김현수는 팀이 4-1로 앞선 4회말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에도 배트를 휘둘렀으나 2루수 땅볼에 그쳤다. 탬파베이 내야진이 좌타자인 김현수를 대비해 전개한 수비 시프트에 타구가 걸린 게 뼈 아팠다.
그러나 김현수는 세 번째 타석에서 다시 안타를 떠뜨렸다. 7회말 상대 구원투수 에라스모 라미레스와 맞붙은 김현수는 1, 2루 사이로 타구를 날렸다. 2루수 로건 포사이드가 어렵게 공을 잡았으나 넘어지면서 1루로 송구하지 못했고, 그 사이 김현수는 1루에 안착하면서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비록 이번에도 내야안타였지만 그만큼 김현수의 타구 방향이 좋았기에 상대 내야진이 매끄러운 수비를 하지 못했다. 김현수는 대주자 놀란 라이몰드와 교체되면서 이날 경기를 마쳤다.
김현수는 데뷔전에서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고, 볼티모어도 탬파베이를 5-3으로 꺾고 개막 5연승을 질주했다. 이는 구단이 1954년 볼티모어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개막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이다.
김현수, 더 강렬한 인상 심어줘야 '타격 머신'으로 불리며 한국 무대를 평정한 김현수는 2년간 총액 700만 달러라는 높은 몸값을 받고 올 시즌 볼티모어에 입단했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나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보다 김현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야구팬도 많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1할대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급기야 볼티모어는 마이너리그행을 권유했으나,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 남아 주전 경쟁을 치르겠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결국 볼티모어는 김현수를 개막전 명단에 포함했고, 일부 홈팬들은 김현수가 소개되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볼티모어의 벅 쇼월터 감독은 개막 후 4경기 동안 김현수에게 교체 출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나 김현수는 자신에게 찾아온 첫 기회를 멀티히트로 장식했다. 한국인 타자가 메이저리그 데뷔 타석에서 안타를 터뜨린 것과 데뷔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것도 모두 처음인 진기록이다. 비록 내야안타였지만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볼티모어는 주전 구성이 확고하고, 벤치 멤버인 김현수는 꾸준한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렵다. 그만큼 항상 경기에 집중해야 기회를 살릴 수 있다.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현수가 다음 경기에서는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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