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와 중심타선에서 빛이 난 주연들의 활약에 가려 잊힐 법했지만 시즌 첫 타석에서의 활약은 주연급 그 이상이었다.

9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와의 경기에서 KIA는 특급용병 헥터의 7이닝 7피안타 5탈삼진 1실점 호투와 5타점을 합작한 중심타선의 활약을 앞세워 6-3으로 승리하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전날 양현종을 올리고도 실책에 자멸했던 KIA에게 이날의 승부는 매우 중요했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에이스 투수 2명을 올리고도 연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팀 분위기가 그대로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부터 연패의 늪에 빠지면 순위싸움에서 밀려나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상대 팀에게 승수 쌓기의 재물로 전락해 초반부터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KIA는 지난해 약체로 평가를 받았지만, 개막 6연승을 달리며 팀 분위기를 올렸고 시즌 내내 승률 5할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시즌 막판까지 순위싸움을 했던 경험이 있다.

주연을 빛나게 한 조연, 노수광의 짜릿한 첫 경험

드라마나 영화가 그렇듯 주연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이들은 조연이다. 이날 kt 타선을 상대로 시즌 두 번째 승리를 거둔 헥터와 나란히 2타점씩을 올리며 타선을 이끈 김주찬과 필의 활약이 주연급이었다면 경기중반 교체선수로 들어가 시즌 첫 안타와 타점, 생애 첫 도루까지 기록한 노수광의 짜릿했던 첫 경험은 이름값 있는 주연들과는 또 다른 조연의 맛이었다.

프로통산 11경기. 13타수 1안타 타율 0.077. 전날 2안타를 쳤지만 2군에 내려간 나지완을 대신해 이날 1군에 승격한 노수광이 8회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기록이다. 단순히 기록만 본다면 조연보다 못한 단역과 같은 존재였지만 노수광에게 1군 무대에서의 떨림 현상은 없었다.

7회 말 김다원을 대신해 수비에 들어갔던 노수광에게 8회는 운명과도 같았다. 1-1로 팽팽히 맞선 8회 초. 선두타자 김주형과 김주찬의 연속안타로 잡은 무사 1, 3루 기회에서 4번 필이 아쉽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다행히 이범호가 바뀐 투수 김재윤의 2구를 외야로 밀어쳐 2-1로 달아났지만, 상황은 2사 3루로 바뀌었다.

전날 패배로 인한 시즌 첫 연패상황. 확실한 마무리가 없는 불펜. 팀 상황을 고려한다면 1점을 더 달아나는 대타카드를 선택할 법도 했지만, 김기태 감독은 별다른 지시가 없었고 노수광은 예정대로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부터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리며 감을 잡은 노수광은 세 번째 공을 정확히 맞혀 유격수 옆으로 빠지는 안타로 3루에 있던 주자 김주찬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1군 승격 첫 타석에서 안타와 타점을 동시에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첫 타석에서의 안타에 발도 신났다. 호시탐탐 2루를 노리던 노수광은 백용환의 5구째에 2루로 내달려 생애 첫 도루를 기록했고 백용환의 유격수 땅볼이 상대수비의 악송구로 이어지자 과감히 홈까지 파고들어 기어이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 후반 3-1에서 4-1로 한 점 더 달아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8회 말 공격에서 kt가 선두타자 하준호의 볼넷에 이어 이진형 유한준 마르테가 연속안타를 터뜨리며 4-3 한 점 차로 턱밑까지 추격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노수광의 도루에 이은 득점은 사실상 팀의 결승 득점과도 같았다.

2013년 한화의 육성 선수로 입단했던 노수광은 별다른 활약 없이 지난해 5월 6일 유창식, 김광수, 오준혁과 함께 KIA로 트레이드되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트레이드 첫날부터 주전으로 뛰는 기쁨을 맛봤지만 이후 활약은 미미했고 1군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미 1군에서 자리를 잡은 김광수, 유창식과 다르게 해가 바뀌고 한화에서 함께 왔던 오준혁이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냥 부러워했던 노수광. 시즌 개막 후 일주일이 지나 1군에 승격한 첫날. 노수광은 기회를 준 김기태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확실한 눈도장으로 부러움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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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노수광 KIA 타이거즈 주연과 조연 첫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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