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정신병원에 갇힌 강수아를 연기한 강예원

강제로 정신병원에 갇힌 강수아를 연기한 강예원 ⓒ 메가박스㈜플러스엠


<날 보러 와요>라는 제목에서 장년층은 방미가 부른 가요 <나를 보러 와요>를 추억할 테고, 중년층은 지금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으로 더 유명한 김광림 연출의 연극 <날 보러 와요>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청년 관객들에게는 <날 보러와요>가 이철하 감독의 영화로 기억될까?

안타깝지만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고 본다. 기존의 노래와 연극이 점유하고 있었던 <날 보러 와요>에 대한 이미지를 영화 <날 보러와요>가 빼앗아 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인공이 만나는 순간부터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지만, 뻔하고 설명투의 영화는 그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주인공이 만나는 순간부터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지만, 뻔하고 설명투의 영화는 그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 메가박스㈜플러스엠


'충격적 실화 스릴러'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날 보러와요>를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 특정 사건이 아닌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들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실화라는 말을 붙일 수는 없지 않은가? 다만 살인사건과 정신병동 감금이라는 소재의 결합은 영리해 보인다.

1년 전, 촉망받던 경찰서장의 살인사건과 지금은 정신병원에서 치료감호 중인 범인, 그리고 사회고발 프로그램 PD 앞으로 날아온 일기장. 이러한 설정의 오프닝은 충분히 흡인력이 있으며, 이후에 보일 사건들과 진행과정에 대한 충분한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는 거기까지다.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소재를 영화적으로 잘 풀어내지 못했다.

프로그램 조작 파문으로 근신 중인 나남수PD(이상윤 분)는 한 미스터리 프로그램으로 복귀하면서 흥미를 끄는 물건을 발견한다. 그것은 1년 전, 경찰서장의 살해 용의자로 체포돼 정신병원에서 수감 중인 강수아(강예원 분)가 방송국으로 보낸 수첩이다. 과연 1년 전, 정신병원 화재사건과 같은 날 벌어진 경찰서장 살해사건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진짜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그러나 영화는 나남수가 강수아를 만나는 순간부터 긴장의 끈을 스스로 놓아버리고 만다. <날 보러와요>는 대다수의 관객이 예측하는 그 오차 범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장르, 이러한 소재가 취할 수 있는 관습을 그대로 따라가며, 반전 역시도 예측한 그대로다. 영화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은 충격전 반전이라기보다는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억지 설정에 가깝다.

 시사프로 '추적24'의 나남수PD를 연기한 이상윤. 배우의 연기를 탓하기엔 캐릭터가 안타깝다.

시사프로 <추적24>의 나남수 PD를 연기한 이상윤. 배우의 연기를 탓하기엔 캐릭터가 안타깝다. ⓒ 메가박스㈜플러스엠


<사랑 따윈 필요 없어> <폐가> 등을 연출한 이철하 감독의 연출력은 무리가 있지는 않으나 뻔한 구도와 앵글, 그리고 답답하리만치 제한적인 카메라 워킹으로 인해 이 영화가 스릴러 장르라는 것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두 번째 스무 살>,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 등에 출연한 이상윤의 연기는 그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기인한다고 보는 게 맞다.

나남수 PD는 지나치게 일관성 없고 개연성이 부족한 인물이다. 그의 작위적인 대사와 행동들로 인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다. 처음으로 스릴러 영화의 주연을 맡은 강예원은 관객들이 기대하는 코미디 연기 이상의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봄 비수기에 반가운 스릴러를 기대하는 관객들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지만, 미로 역의 천민희나 동식 역을 맡은 이학주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오는 4월 7일 개봉.

 <날 보러와요> 메인 포스터.

<날 보러와요> 메인 포스터. 오프닝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 메가박스㈜플러스엠



날 보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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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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