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05 11:08최종 업데이트 16.04.08 16:58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국어사전과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현수막은 '선전이나 광고, 구호 등의 문구를 적어 드리운 막'이나 '천과 종이, 비닐 등에 문자, 도형 등을 표시하여 건물 벽면, 지주 또는 게시시설에 매달아 표시하는 광고물'을 가리킨다. 여러 장소에 설치해 동시에 홍보할 수 있어서 국회의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홍보수단이다. 의원들은 의정보고, 토론회, 당선인사, 투표 독려, 북콘서트, 취임식, 명절인사, 정책홍보 등 다양한 용도로 현수막을 활용한다. 현수막은 재료와 수량 등에 따라 가격이 많이 달라진다.



이현재·윤진식·유성엽, 현수막 제작에 2000만 원 이상 지출

19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2012년 6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현수막 제작에 사용한 정치자금은 총 9억5459만 원이었다. 새누리당 5억3357만여 원, 새정치민주연합 4억382만여 원, 통합진보당 1405만여 원, 진보정의당 314만 원이었다.



의원별로 보면 이현재(경기 하남시).윤진식(충북 충주시) 새누리당 의원과 유성엽(전북 정읍시.고창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현수막 제작에 200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현재 의원은 경제민주화워크숍, 새해인사, 대통령 취임, 의정보고회 등에 총 약 2323만 원을 썼다. 윤진식 의원은 13차례, 유성엽 의원은 7차례 현수막을 제작하고 각각 총 2191만여 원과 총 2125만 원을 한일기획과 동신광고 등에 지급했다. 특히 윤 의원은 한 번에 880만 원을 들여 현수막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명수(충남 아산시).원유철(경기 평택시갑).박맹우(울산 남구을) 새누리당 의원과 정청래(서울 마포구을).김재윤(제주 서귀포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수막 제작에 1500만 원-1800만 원대를 썼다. 박맹우 의원은 '선거 현수막 미지급금' 명목으로 1558만 원을 '중앙기업'이라는 업체에 지급했다. 정청래 의원은 한번에 1663만 원을 들여 현수막을 제작했고, 김재윤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6차례나 투표 독려 현수막(약 915만 원)을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조원진(대구 달서구병).김학용(경기 안성시).유정복(경기 김포시).최경환(경북 경산.청도군) 새누리당 의원과 한정애(비례대표).김영록(전남 해산.완도.진도군).진성준(비례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1000만 원 이상 지출' 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원진 의원은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경선(2014년) 현수막 제작에 총 약 493만 원을, 안정행정부장관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장관인사 현수막' 제작에 220만 원을 썼다.

한정애 의원은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와 '개화육갑문 주변 환경개선',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관리와 노동생산성 현황.과제' 등의 토론회를 열면서 총 약 1470만 원을 들여 현수막을 제작했다. 진성준 의원은 101연대 이전사업과 강서발전, 교육, 야당혁신 등의 토론회과 관련한 현수막 제작에만 1343만여 원을 썼다. 두 의원처럼 김영주(서울 영등포구갑) 의원도 약 1043만 원을 들여 제대군인 지원사업 활성화 방안 간담회, 국정원 개혁 촉구, 우리동네 악취실태보고, 소음측정 등 의정활동과 직결되는 현수막들을 제작했다. 


친박-친노 의원들의 현수막 제작 비용이 급증한 이유

특히 지난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현수막 제작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현수막 제작 비용은 2012년 4월-6월(2/4분기)과 7월-9월(3/4분기)에 3000만 원 미만이었다가 선거운동이 본격화된 2012년 10월-12월(4/4분기)에는 약 1억3224만 원으로 약 5배 늘었다. 같은 시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현수막 제작 비용도 3000만 원 미만(2/4, 3/4분기)에서 약 8093만 원(4/4분기)으로 크게 늘었지만 그 증가폭은 새누리당에 미치지 못했다.

새누리당 현수막 제작 비용 급증은 주로 친박근혜계(친박계) 의원들이 이끌었다. 친박 핵심인 유정복 의원은 대선 투표 격려 현수막(아래 '대선 현수막') 제작에 약 120만 원을 지출했다. 그는 대선 투표 독려뿐만 아니라 대선이 끝난 뒤 161만여 원을 들여 '대선 당선사례'와 '대통령 취임' 현수막까지 제작했다.

당내에서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우택(충북 청주시 상당구).김명연(경기 안산시 단원구갑).김도읍(부산 북.강서구을) 의원도 대선 현수막을 제작하는 데 각각 198만 원과 186만 원, 약 139만 원을 지출했다. 김명연.이현재.한선교(경기 용인시병) 의원은 대통령 취임 현수막 제작에도 수십만원씩을 썼고, 이철우(경북 김천시) 의원은 지난 2014년 동서화합포럼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 방문 현수막을 제작했다.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군) 의원은 대선 현수막을 네 차례 제작했다. 여기에 지출한 정치자금은 약 125만 원이었다. '친이명박계'(친이계)인 권성동(강원 강릉시) 의원과 비박계인 박성호(대전시 대덕구) 의원도 대선 현수막에 각각 200만 원과 143만 원을 지출했다. 계파색이 거의 없다고 평가받는 염동열 의원은 대선 현수막과 대통령 당선 축하 현수막 제작에 약 327만 원을 썼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김재윤.김현미(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이원욱(경기 화성시을).박남춘(인천 남동구갑).우원식(서울 노원구을).정세균(서울 종로구) 의원이 대선 현수막 제작에 수백만 원의 정치자금을 투입했다. 김재윤 의원은 대선 현수막 제작에 무려 약 915만 원을 썼다. 김현미.이원욱 의원도 각각 754만 원과 550만 원을 지출했고, 정세균.박남춘.우원식.김춘진 의원은 110만 원-297만 원을 썼다. 이들은 대체로 친노무현계(친노계)이거나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로 분류되는 의원들이다.

정대철 전 의원의 장남인 정호준(서울시 중구, 현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014년 최판술.양찬현.양은미 등 8명의 서울시-중구의원 후보와 관련한 현수막을 제작하는 데 약 419만 원을 썼다. 이는 지역구 조직 관리 차원의 정치자금 지출로 추정된다.

이들 가운데 최판술 시의원과 양찬현.양은미 중구의원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최판술 시의원은 "지역주민들의 지지도가 높은 정호준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은 유권자와 당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3월 16일). 같은 날 정 의원은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한두 업체에 현수막 일감 몰아주기

상당수 의원들은 현수막 제작 일감을 한두 업체에 몰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들에 지급된 정치자금 액수는 수백만 원-1000만 원대였다. 다음은 의원과 업체 명단이다.

강동원(순창광고, 성재광고) 강창일(오렌지광고기획) 강창희(보라광고) 경대수(아트빌리지, 동양광고) 길정우(유원광고기업) 김광림(광고세계) 김기선(근대기획) 김동완(대우광고기업) 김동철(지드컴) 김명연(동일애드컴) 김민기(대도기획) 김세연(썬애드) 김영록(아우라) 김영우(푸른기획) 김우남(디지털아트) 김윤덕(파피루스) 김을동(동부광고공사) 김정훈(온누리광고기획) 김태원(행신광고기획) 김한표(디자인거제) 김현미(진흥기업) 김희정(더블비전) 나성린(팔팔공사) 남경필(창원스크린) 노철래(동양기획) 류성걸(대구광고사) 민병주(에스포광고) 박기춘(미스터사인) 박남춘(천사종합광고) 박맹우(중앙기업) 박민식(화명넷) 박병석(청림기획, 살렘광고기획) 박영선(신도종합기획, 덕산종합기획) 박완주(오감커뮤니케이션) 백재현(한양광고) 변재일(한신기획) 서상기(영남I&S) 서용교(다솔광고, 다물애드) 서청원(디엔피) 성완종(바우간판광고사) 손인춘(PR광고) 신기남(아이디자인) 신동우(신일기획) 심윤조(나우그래픽스) 심재철(우정종합광고) 안홍준(청우기획) 안효대(제일기획) 양승조(진다지안) 우상호(엘피스디자인) 우윤근(소망광고) 원유철(대한광고) 원혜영(예문광고) 유기홍(에프엠광고) 유성엽(동신광소) 유승민(애드뱅크) 유승희(제일사) 유은혜(삼우아트) 유재종(서울광고나염) 유정복(김포엠싸인, 김포덕성기획) 윤명희(현대아트콤) 윤상현(월드기획) 윤진식(한일기획) 윤호중(디노디자인) 윤후덕(청룡기획) 이노근(양지기업) 이명수(영디자인) 이목희(예원아트미디어) 이미경(성세애드) 이상직(미래광고) 이석현(인쇄학교) 이완구(싸인플러스) 이이재(대류공사) 이인영(제이엠디자인) 이장우(대진기획) 이재영(명성아크릴) 이종걸(믿음사) 이종진(현대아크릴) 이종훈(한진안전공사) 이주영(남화산업) 이진복(대진광고) 이찬열(우신애드컴) 이춘석(모든종합기획) 이학영(준기획) 이학재(동국광고) 이한구(자우버) 이해찬(근영나염) 이헌승(주홍종합인테리어) 이현재(신용종합광고) 장윤석(그린인테리어) 전병헌(두이디자인) 전하진(한진안전공사) 정몽준(우정네온광고) 정용기(충청건업) 정청래(현대광고) 정호준(화영기획) 정희수(두진광고디자인) 조경태(하나로기획) 조원진(한성광고공사) 최경환(ID광고사) 추미애(사회적기업 노란들판) 하태경(광장광고) 한선교(우성아이딜) 함진규(공감창디자인) 홍철호(김포엠싸인) 황우여(한국산업디자인) 황진하(토마토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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