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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 1인분을 놓고 네 명이 술마시는 청춘들.
 닭갈비 1인분을 놓고 네 명이 술마시는 청춘들.
ⓒ 삽화작가 이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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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이야기] "1학년이 벌써 이러면 어쩌냐"... 한참 웃었네

대학 입학할 때 가장 기대되는 것 중에 하나는 술이었다. 아빠와 술을 먹을 때마다 들었던 대학생활 낭만 이야기의 포커스가 술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그런지 '로망' 비슷한 게 생겼다.

내가 다니는 학과가 글쓰기와 문학을 공부하는 곳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서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을 대화 소재로 삼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대가 정말로 이뤄졌다. 학교에 입학한 지 2주 만에 마음이 맞는 친구 세 명이 생겼다. 그 친구들과 술을 자주 마셨다. 책을 매우 많이 읽는 친구, 말 많고 시끄럽지만 귀여운 친구, 누구보다 술 먹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 각양각색이다.

어느새 우리의 단골집도 생겼다. 파전과 닭갈비가 맛있는 집이다. 매번 각자 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실컷 먹고 취해서 나온다. 일주일에 하루는 강의가 오후 일찍 끝난다. 대낮인 오후 3시쯤 단골 닭갈비집에 들어가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다. 4500원 짜리 닭갈비 1인분을 주문하고 술을 여러 병 마신 적도 있다. 식당문을 나왔는데 아직도 해가 밝을 때가 잦았다.

아, 낮술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모두들 낮술의 경험은 처음이라서 그랬는지 나와 친구들은 서로를 보면서 한참 웃었다. 닭갈비집 아줌마도 걱정 반 웃음 반섞인 말투로 "1학년들이 벌써 이러면 어쩌려고 하나"라고 말씀한다.

앞으로 우리의 대학생활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1학기가 끝날 때쯤 아빠가 자주 말하던 '싱싱한 간'이 주인 잘못 만났다고 한탄을 할까. 아니면 도서관에 앉아있는 자리에 익숙해질까. 아직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도서관에서 대출한 모리미 도미히코의 <연애편지의 기술>을 읽은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읽었던 좋은 기억이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게 만들었다. 아빠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소세키의 소설 <마음>은 이제 절반을 넘겼다.

[아빠의 이야기] 자꾸 '밥맛 떨어지는 생각'이 떠오른다

닭갈비 1인분을 놓고 네 명이 술을 마셨다는 말을 듣고 떠오른 책이 두 권이 있다. 우리가 먹는 수많은 식품의 생산과 운송체계의 왜곡을 지적하고 그것이 가져오는 사회적 문제를 짚은 마이클 캐롤런의 <값싼 음식의 실제가격>이 그중 하나다. 이 책에서는 사육 과정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미국 축산업계에서는 치료목적이 아닌 항생제 사용이 전체 항생제 투여의 90%를 차지하며, 저수준의 식품 첨가제로 투약되고 있다."

4500원 짜리 닭갈비의 주재료 쓰이는 닭의 사육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유유자적하며 지내는 닭의 처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좁은 닭장 안에서 그저 몸무게만 불리는 닭의 존재를 생각한다면 동물의 복지라는 거창한 접근이 아니더라도 식탁 위에 놓여있는 음식의 삶과 죽음을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감춰진 식탁의 세상을 보여준 켈시 티머먼의 <식탁위의 세상 나는 음식에서 삶을 배웠다>에 등장하는 바닷가재만 해도 그렇다. 그는 나카라과에서 바닷가재를 잡는 잠수부의 이야기가 이렇게 쓰고 있다.

"잠수는 위험하다 시내를 잠깐만 돌아다녀 봐도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젊어보이는 남자들이 지팡이와 목발, 휠체어에 의지해 돌아다닌다. 어떤 사람들은 성인용 세발자전거를 만들어서 손으로 페달을 돌리며 다닌다. 부상이 덜한 사람들은 좀비처럼 여기저기 어슬렁거린다. 다들 한때는 바닷가재 잠수부였던 사람들이다."

음식의 이면에 어떤 세상이 있을까. 이런 고민의 폭을 조금만 넓히면 음식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주저함이 생길 것이다. 노동력의 착취와 학대받은 동물의 숨소리를 떠올린다면 식습관을 바꾸는 충분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음식을 앞에 놓고 수시로 죽음과 착취를 떠올린다. 밥맛 떨어지는 생각을 더 자주 할 일이다.




태그:#닭갈비, #음식, #착취, #대학생,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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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글쓰고 영상기획하고, 주로 대전 충남에서 지내고, 어쩌다 가끔 거시기 하고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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