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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때문에 산불이 잦아 타고 남은 숯이 시내를 따라 바이칼로 내려왔다.
▲ 바이칼 가뭄 때문에 산불이 잦아 타고 남은 숯이 시내를 따라 바이칼로 내려왔다.
ⓒ 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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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9일, 이르크추크에서 8시간 봉고버스로 이동한 끝에 브리야트 울란우데에 도착한 일행은 국립보훈병원 요양원에 마련된 숙소에서 묵었다. 10일 아침 식사를 마치고 브리야트 정부청사에서 열리는 한국·몽골·브리야트 국제세미나에 참석차 출발했다.

정부청사에 들어서자 자동으로 스마트폰이 꺼지는 등 보안이 철저하다. 이날 전승 70주년을 맞아 대통령 표창을 받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통령 표창 수여가 시작되자 이상한 광경이 보인다. 우리 식으로라면 상이나 표창은 중앙 단상에 올라가 정중하게 주고받는 게 상식 아닌가. 그런데 이곳은 대통령 대리인(누군지 밝히지도 않는다)이 한쪽 구석에 서서 줄지어 선 사람들에게 이름만 부르면 상장 내용은 생략하고 후딱후딱 건네주는 방식이다. 신선하기도 했다.

박순일 한국사회정책학회 대표이사(좌)가 세미나에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 세미나 박순일 한국사회정책학회 대표이사(좌)가 세미나에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 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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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국가였던 브리야트 공화국의 표창 수여는 수십 명에 달했지만 금방 끝나버렸다. 박순일 한국사회정책학회 대표이사도 대통령 감사장을 받았는데 사진 찍을 사이고 없었다. 박순일 대표이사는 브리야트 젊은 의사들이 한국 병원에서 실습하는 것을 수차례 주선했고 브리야트 정부는 수준 높은 한국 의술을 교류하게 된 것에 감사장을 수여했다.

표창 수여가 끝나자 '노인 의료 및 사회적 측면 연구'를 주제로 세미나가 시작됐다. 한국 학자로 박순일 대표이사가 '한국의 노인 의료 복지'를 주제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러시아 아이스크림은 맛있다

러시아 광장은 어딜 가나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브리야트 대학 앞 광장 러시아 광장은 어딜 가나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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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기조 연구논문 발표가 끝나자 인근 식당으로 옮겨 점심을 먹은 후, 브리야트 국립대학교에서 오후부터 본격적인 국제세미나가 계속됐다.

한국은 박순일 대표이사에 이어 조흥식(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농촌의 노인과 한국의 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건강 관리 서비스의 상황', 홍성하(한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 병원의 세계화', 정완교(한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헬스 케어 산업 : 동향, 도전과 기회'를 발표했다.

세미나라는 것이 항상 그렇듯이 전공자가 아닌 담에야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그나마 한국학자들은 동시통역이라도 들을 수 있지만 나머지는 한 마디로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다.

미소가 예쁜 금발 러시아 소녀.
▲ 러시아 소녀 미소가 예쁜 금발 러시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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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자들의 발표가 끝나자 카메라를 챙겨들고 슬그머니 밖으로 빠져나와 광장으로 나갔다. 광장 옆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입에 물고 지나가는 러시아 사람들을 구경했다. 러시아 아이스크림은 유지방이 많아 부드럽고 참 맛있다. 바람이 부는 광장에서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은은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일행을 기다렸다.

시커먼 숯이 밀려온 바이칼

오후에 각국 세미나 참석자들은 버스에 모여 바이칼로 향했다. 알혼섬에서 보는 바이칼과 다른 브리야트 바이칼이다.

산불을 끄는 뉴스가 텔레비전에 나왔다.
▲ 산불 산불을 끄는 뉴스가 텔레비전에 나왔다.
ⓒ 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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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시베리아는 자연발화로 산불이 치솟는다. 어제 이르쿠츠크에서 브리야트로 들어온 도로 옆 숲에서도 연기가 솟았지만 소방차는 볼 수 없었다. 오늘 오전 숙소에서 본 텔레비전 뉴스에도 숲에서 난 화재에 불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땅은 넓고 인구가 적다보니 화재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리라 짐작했다.

도로를 지나면서 본 브리야트는 푸른 숲이 우거지고 곳곳에 시냇물도 흘러 가뭄이 보이지 않지만 시베리아 가뭄은 어디서고 피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러시아 전통 환영식. 커다란 빵과 푸른 수건으로 외부인을 환영한다.
▲ 전통 환영식 러시아 전통 환영식. 커다란 빵과 푸른 수건으로 외부인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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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는 시베리아 각국 노래 경연이 시작됐고 우리도 '사랑해'를 열창했다. 두어 시간 지나자 버스는 휴게소에서 멈췄다. 세르게이는 역시 보드카와 환영 만찬 테이블을 준비했고 민속 공연단이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바이칼로 가는 도로는 비포장이었던 예전과 달리 깨끗하게 포장됐다. 4년 전 쉬었던 휴게소 또한 새 건물로 단장했으며 다리도 새로 놓았다. 브리야트는 달라지고 있었다.

 펜션이 들어찬 바이칼은 4년 전 없던 판자벽으로 길을 막아 돌아가야 했다.
▲ 바이칼 담장 펜션이 들어찬 바이칼은 4년 전 없던 판자벽으로 길을 막아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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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찾았던 바이칼 마을은 한적했던 그때와 달리 펜션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고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식당에 가득 찼다. 놀라운 중국의 힘이다. 아름답고 한적했던 바이칼을 그리워했던 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이 모습도 어떤 의미에선 브리야트의 '발전'으로 봐야할까 잠시 생각했다.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향한 바이칼 해변은 검은 나무 숯들이 해안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산불의 흔적을 보여줬다. 곳곳에서 난 산불의 잔해가 시냇물을 따라 흘러들어왔고 바이칼에 모여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단다.

숯이 밀려와 쌓인 바이칼 해변.
▲ 바이칼 숯이 밀려와 쌓인 바이칼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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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곳곳에는 목재 펜션을 짓는 현장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어 변화를 실감했지만 자꾸 섭섭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한낮 바이칼 모래밭에는 수영복 차림의 남녀들이 일광욕과 수영을 즐기고 등에 커다란 배낭을 둘러멘 젊은이들이 지나갔다.

점심 만찬에서 샤슬릭을 굽던 러시아 아저씨들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포즈를 취해주었다
▲ 샤슬릭 점심 만찬에서 샤슬릭을 굽던 러시아 아저씨들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포즈를 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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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바이칼에서 기를 받는 시간이 됐습니다! 바이칼을 향해 소원을 빌고 기를 받읍시다!"

맑게 내리쬐는 오후 2시, 일행을 향해 소리친 교수는 이르크츠크에서 참석한 학자다. 점심 만찬 때, 예전 바이칼에 겨울이면 언 호수를 가로지르는 철도를 놓았다는 말이 정말이냐고 물은 내 질문에 답해준 사람이기도 하다.

1910년대에 철도를 놓고 바이칼을 가로지르는 기차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놓는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해 잠시 운행하고 중단됐다고 했다.

검은 목재 숯이 해변을 긋고 물살에 실려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며 바이칼의 정화 능력을 믿기로 했다. 다음 번 바이칼을 찾으면 저 검정 선은 없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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