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24 10:21최종 업데이트 16.04.08 16:08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바로가기- '19대 정치자금 봉인해제' 특별면

국회의원실에 지원되는 예산은 의원 1인당 연 1억 원에 가깝다. 여기에는 사무실 운영비, 보좌직원 매식비(7인), 공공요금, 차량유지비와 유류비, 정책자료 발간과 발송비, 공무수행 출장비 등이 포함돼 있다.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다과비는 사무실 운영비에서 지출하고 정치자금에서는 지출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개소식이나 의정보고회 등에 사용되는 다과비는 정치자금으로 사용한다"라고 귀뜸했다. 하지만 사무실-다과비는 국회 예산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자금에서도 지출됐다.

의원회관과 지역구 사무실에서 외부방문자 등을 대접하기 위해 차나 과자 등을 구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사무실-다과비'로 분류해 분석했다. 19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2012년 6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30개월 동안 이런 비용으로 사용한 정치자금은 총 5억504만여 원이었다. 새누리당은 약 3억 원, 새정치민주연합은 약 1억9012만 원을 사무실-다과비로 사용했다.



사무실-다과비로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사용한 의원은 '친박 실세' 윤상현(인천 남구을)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윤 의원은 약 1900만 원을 사용해 그 뒤를 이은 권은희(대구 북구갑, 1026만 원).김종훈(서울 강남을, 약 1000만 원).조해진(경남 밀양시.창녕군, 975만여 원).김성찬(경남 창원시 진해구, 약 920만 원) 새누리당 의원들보다 많았다.

문병호(인천 부평구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현 국민의 당)과 심상정(경기 고양시 덕양구갑) 진보정의당 의원은 각각 914만여 원과 868만여 원을 사용해 야당 의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무실-다과비 사용액수를 기록했다.

정문헌 의원은 초선의원이던 2004년 의원실을 '다실'로 꾸며,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하기도 했다.(자료사진) ⓒ 이종호


'차사랑' 정문헌, 하동녹차제다업체에서 113만 원 구입

그렇다면 의원들이 사무실-다과비로 구입한 것들은 무엇일까? 가장 많이 구입한 품목은 마트나 재래시장, 편의점 등에서 구입한 커피믹스나 녹차티백 등이었다. 그밖에도 캔디와 껌, 홍삼, 대추와 생강, 떡과 빵은 물론이고 햇반과 우유, 필름형 가글까지 구입한 경우도 있었다.



사무실-다과비로 구입한 품목 가운데는 해당 의원들의 기호나 취향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도 있다. 정문헌(강원 속초시.고성.양양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하동녹차 제다업체 가운데 하나인 '봉추푸드시스템 단천'에서만 네 차례(2013년 8월-2014년 12월)에 걸쳐 약 113만 원어치의 전통차를 구입했다.

정 의원의 '차사랑'은 꽤 많이 알려져 있다. 그는 국회에 입성한 이후 의원실에 다실을 마련하고 직접 차를 우려내 방문자들에게 대접했다. 한때 재야 사학자인 박희준 선생을 따라 지리산 목압마을에서 다도를 배운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압마을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에 있는 곳으로 작설차와 발효차 등이 유명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통차를 선호했다. 윤상현 의원은 국회 건강의 집 등에서 녹차, 유자차 등 약 276만 원어치를, 송광호(충북 제천시.단양군) 의원은 율곡농원 등에서 도라지차, 메밀차, 오미자차, 생강차, 쌍화차, 매실차 등 약 164만 원어치의 전통차를 샀다. 여상규(경남 사천시.남해.하동군) 의원도 지난 2014년 토지농장에서만 40만 원어치의 발표차와 녹차를 구입했고, 권은희 의원은 중국 보이차와 자사차호 전문점인 지유명차를 자주 이용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경기도 고양시 덕양구갑)은 경기도 고양시 화정역 부근 한 상가건물에 자리잡은 의 지역사무실을 북카페처럼 꾸며놓았다. 이곳에 커피머신등을 설치해 놓았다. ⓒ 권우성


심상정, 커피원두 518만 원-이종걸, 홍삼차 210만 원

반면 야당 의원들은 커피원두(커피머신 렌탈비 포함)를 선호했다. 심상정 의원과 인재근(도봉구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각각 538만여 원어치와 308만여 원어치의 커피원두를 구입했다. 홍종학(비례대표, 209만여 원).진성준(비례대표, 약 254만 원).김현미(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204만여 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커피원두 구입등에 2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안규백(서울 동대문갑).박수현(충남 공주시).유은혜(고양시 일산동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180만 원-190만 원어치의 커피원두를 구입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권은희(대구 북구갑, 295만여 원), 문정림(비례대표, 247만여 원) 의원이'커피 취향'을 보였다. 

이종걸(경기 안양시 만안구) 의원은 지역구에 있는 정관장 안양중앙로점에서 홍삼차를 210만여 원어치 구입했다. 이노근(서울 노원구갑) 새누리당 의원은 영재네농산물 등에서 대추와 생강을 집중적으로 구입했고, 최동익(비례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탄산수제조기내 탄산가스 충전비와 우유구입비로 정치자금을 지출해 눈길을 끌었다. 김태호(경남 김해시을) 새누리당 의원이 구입한 '특별품목'은 구강필름지(필름형 가글)였다.

이만우(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은 사무실-다과비를 백화점에서 집중적으로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갤러리아 명품관(압구정동)과 신세계백화점(청담동) 등에서 40여차례에 걸쳐 약 79만 원을 사무실-다과비로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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