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22 11:09최종 업데이트 16.04.08 16:00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이한구(대구 수성구갑)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3년 5월 8일 하루 '간담회 비용'으로 284만여 원을 정치자금으로 결제했다. 이 의원은 이날 84만여 원과 200만 원으로 각각 나눠 결제했지만 실은 같은 내용으로, 간담회 1회로는 최고액수다.


이한구 의원실 관계자는 간담회 내용과 관련해 "의원님이 당시 한국-터키 친선협회 회장이셨는데, 터키 쪽 경제협회장과 임원들이 방문해 국회 사랑채(한옥)에서 외빈을 접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 롯데호텔의 출장뷔페 서비스를 썼다, 협회 소속 여야 의원들도 참여해 사람이 꽤 많았다"며 "관련 규정상 284만 원을 한번에 결제할 수 없어서 나눠 결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6월~2014년 12월까지 30개월 동안 19대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 중 식대로 사용한 금액은 총 59억5195여만 원. 당시 활동하던 의원 1인당 월평균 69만여 원을 사용한 셈이다. 이는 국회의원이 외부인사와 식사에 쓴 비용을 뜻하며, 회식비 등 보좌진 식대나 언론인 식대는 따로 계산해 여기에 포함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은 입으로는 '서민정치'를 외치면서도 식대는 주로 호텔 중식당, 고급 레스토랑에서 썼다. 정당별로 선호하는 곳도 달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주로 오미찌, 키사라, 이즈미 등 고급 일식집을 선호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남도마루, 대방골 등 남도음식전문 한식집들을 자주 찾았다.

국회의원은 국회법 등에 따라 정액급식비 연 156만 원을 받고 있다. 국회 예산에서 의원 식대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간담회' 1회 최고액 이한구 284만원... 의원들 주로 호텔 선호

정당별로 평균을 내보니 새누리당이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월평균 '간담회-식대' 비용(취소건 포함)은 새누리당 69만여 원, 새정치민주연합 58만여 원, 진보정의당 48만여 원, 통합진보당 20만여 원, 무소속 8만여 원이었다.

의원별로는 신계륜(서울 성북구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442회, 총 1억3833만여 원을 사용해 '간담회-식대 사용액수' 1위를 차지했다. 의원 오찬 간담회·정책 간담회 등 내용은 다양했다. 신 의원은 그랜드힐튼호텔 중식당 '여향'에서 45회 1595만 원,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투스카니'에서 24회 1039만 원, 중식당 '가빈'에서 26회 832만 원, 렉싱턴호텔 '뉴욕뉴욕'에서 26회 728만 원을 썼다.

앞서 언급된 이한구 의원은 간담회-식대 사용액 2위로 총 416회 1억3557만 원을 식대에 사용했다. 이 의원의 단골집은 여의도 중식당 '차이나프로'로 총 62회 1723만 원을 사용했고, 63빌딩 식당가(한화호텔&리조트)과 한정식집에서 각각 1644만 원, 1246만 원 가량을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다. 

문재인(부산 사상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주로 한정식을 즐겼다. 식대로 총 9289만 원을 쓴 문 의원은 한정식집 '해우리' 27회 334만 원, 전통한정식 '동해' 21회 297만 원, '대방골' 6회 270만 원 등 주로 한정식집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이한구 의원처럼 출장뷔페 서비스를 이용한 의원들도 더러 있었다. 신계륜 의원은 지난 2014년 2월 14일 '의원·대한배드민턴연합회 임원진과 복지정책실현을 위한 체육정책 간담회'를 열었고, 출장전문업체('더플러스뷔페')를 불러 식대 명목으로 264만 원을 지출했다. 김재원(경북 군위·의성·청송군) 새누리당 의원도 '중국 국제 우호 연락회 한국방문 만찬'(삼청각 다원)에 227만 원, 최재천(서울 성동구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한민국 서예발전을 위한 서예 한마당 만찬케이터링'(국회 사랑채)에 225만 원을 썼다.

의원들 '단골집' 꼽아보니... 새정치는 남도 한식집 선호

국회 구내식당을 제외하고, 국회의원들은 주로 국회의사당에서 가까운 주변 여의도 식당가를 찾았다. 가장 많이 찾은 식당은 여의도 63빌딩 식당가. 이곳에 있는 중식당 백리향, 일식당 슈치쿠 등 고급 식당가에서 총 589회 1억8813만 원을 지출했다. 사용 내역에 개별 식당의 이름을 적지 않고, '한화호텔&리조트'로만 표기한 의원이 다수였다.

국회의원들이 '간담회' 장소로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여의도에 있는 한식집 '대방골'로 총 572회 1억3057만 원이 지출됐다. 남도음식 전문점인 대방골은 굴비정식이 유명한 곳으로, 과거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자 취임 후 '저비용 정치구조를 위해 호텔 식당보다 찾아야 할 식당'으로 소개한 곳이다. 저녁 메뉴 중 가장 싼 것은 굴비정식으로 4만5000원이다.

국회의원들이 애용한 식당 3위는 독립된 방이 많고, 동시에 대규모 모임도 가능한 중식당 '외백'으로 여기에서는 총 263회 8680만 원이 사용됐다. 4위는 남도한정식집인 '남도마루'로 이곳은 주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이용했다(총 361회, 8338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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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개(2012-2022)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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