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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난 11일 노동당 당원에게 밤은 길었다. 노동당은 울산 동구 국회의원 선거구를 전략 지역구로 선정하고 이갑용 후보를 등록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해산 전에 동구청장을 했었던 김종훈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울산 동구 선거에 단일화 논의가 뜨거웠다. 결국 두 후보는 11~12일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여론조사 투표를 통해서 단일화를 결정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측은 12일 오전 10시에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해서 11일 밤에 쉽게 잠이 들지 못했다. 결과는 무소속 김종훈 후보로 단일화되었다.

11일 밤 나는 노동당 당원들과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갑용 후보는 2월에 진행되었던 국제신문 여론조사에 2등 했고 단일화 논의만 잘되면 당선 가능성도 있었던 후보였다. 노동당 최초의 국회의원을 볼 수 있는 선거를 기대했지만, 이갑용으로 단일화가 되지 않아 너무 분했다. 12일 토요일 내내 단일화 패배를 내 마음속에 지우지 못하고 살고 있는데 평소에 자주 보던 드라마 <시그널> 마지막 회를 보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끝까지 가서 해결한다!"

드라마 <시그널>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이다. 특이하게 2016년의 박해영 경위(이제훈 분)와 1990년대 후반에 살고 있는 이재한 형사(조진웅 분)가 무전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바꿔나가는 형식을 취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재한 형사는 정의로운 경찰의 모범이다.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이재한에 시청자는 감동을 했다. 하지만 이재한은 경찰 사회에서 박수를 받지 못한다. 돈과 권력이 얽혀있는 사건을 추적하는 이재한의 행동에 경찰 집단은 그의 입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지방으로 전출을 보내기도 하고 폭력으로 협박하는 등 경찰 집단은 오히려 이재한의 정의로운 행동을 막는다.

하지만 이재한은 포기하지 않는다. 권력의 위협에 앞에서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다. 결국 마지막회에 나온 2000년 인주 사건을 추적하는 도중 실종된다. 죽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시청자의 예상을 뒤집어엎고 이재한은 마지막 장면에 살아서 등장한다. 실종된 후 15년간 인주 사건 뒤에 있는 권력에 맞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권력에 맞서기 위한 끈질긴 투쟁은 드라마가 끝이 나도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종영했다.

이재한처럼 끈질기게

<시그널> 마지막회를 보며 울산 동구 국회의원 후보가 노동당 후보로 단일화되지 않아 마음이 심란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군대를 전역하고 아직 나 스스로 끈질기게 활동을 하지 못했는데 선거 하나가 잘 안되었다고 낙심하고 있었다. 드라마 속 이재한 형사를 통해 성찰을 하였고, 앞으로 정치인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시그널> 김은희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작품 자체가 무전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판타지적 요소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작은 의지들이 모여서 미래가 변하지 않나. 그런 의지가 있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 역시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 마지막회를 보시고 시청자분들이 '그랬구나'하고 공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 또한 드라마처럼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돈과 권력 앞에서 정치인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 국민은 정치적 환멸이 극에 달했고 더는 정치인이 나의 삶을 바꿀 수 없다고 단정짓는다.

하지만 <시그널> 이재한이라는 인물을 통해 쉽게 낙담하지 않고 수십 년 끈기 있게 칼을 갈 때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품었다.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 때 노동당이 국민에게 어떤 심판을 받을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선거를 통해 부당한 현실에 끝까지 싸울 수 있는 끈기를 보여줘야 한다. 이번 선거가 세상을 바꾸기 위한 최후의 결정이 아닌 싸움을 시작하는 발판으로 삼을 때 노동당은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대안 정당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끝으로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의 대사를 남긴다.

"과거, 바뀔 수 있습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요."


태그:#노동당,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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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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