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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섯째를 출산한 천재열·이선희씨 부부. (왼쪽부터) 하빈이·황금이·혜빈이·현빈이·태빈이. 첫째 동현이는 할머니가 돌보고 있어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서 늘 미안하다고 한다. 가족 모두가 찍은 사진이 없어 아빠는 포토샵의 힘을 빌렸다.
 최근 여섯째를 출산한 천재열·이선희씨 부부. (왼쪽부터) 하빈이·황금이·혜빈이·현빈이·태빈이. 첫째 동현이는 할머니가 돌보고 있어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서 늘 미안하다고 한다. 가족 모두가 찍은 사진이 없어 아빠는 포토샵의 힘을 빌렸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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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이 고만고만한 나이의 아이들로 꽉 찼다. 힘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재롱을 보면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진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잘 보살필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아이들의 웃음에서 힘을 낸다.
전남 화순군 능주면 능주농공단지아파트에 살고 있는 천재열(48)·이선희(34)씨는 동현이(14), 황금이(10), 현빈이(6), 혜빈이(5), 태빈이(3), 하빈이(1)를 키우는 여섯 아이의 부모다.

처음부터 여섯 아이를 낳겠다고 계획한 것은 아니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서 세 명 정도 낳으려고 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들이 계속 찾아오면서 여섯 아이의 부모가 됐다.

아픈 손가락과 선물들

지적장애가 있어 할머니가 돌보는 첫째 동현이와 조산아로 태어난 막내 하빈이는 '아픈 손가락'이다. 천재열씨는 가장 듬직해야 할 동현이가 장애가 있으면서 아이들 욕심이 더 생겼다고 말한다.

동현이는 태어난 지 3일 만에 40℃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다가 장애를 갖게 됐다. 천씨는 아이의 장애가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자기 탓인가 싶어 늘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건강하게 잘 키우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동현이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함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둘째·셋째를 낳게 됐다. 셋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찾아온 아이들은 예기치 않았던 선물이었다.

"솔직히 당황했어요.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이제 막 아이들을 어린이집에도 보내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나 싶었는데 또다시 갓난쟁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당황스럽더라고요.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도 됐죠. 하지만 하늘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 생각하고 감사하게 받았어요."

큰딸인 둘째 황금이와 셋째 현빈이, 넷째 혜빈이.
 큰딸인 둘째 황금이와 셋째 현빈이, 넷째 혜빈이.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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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재롱에 웃음 활짝

하빈이네의 하루는 여느 집보다 일찍 시작된다. 아이들은 오전 7시 30분 무렵 출근하는 아빠와 함께 어린이집으로, 학교로 향한다. 아이들을 깨우고 씻기고 아침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하다보면 솔직히 전쟁터나 다름없다.

오후 6시 무렵 아이들과 아빠가 집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롯이 엄마와 막내 하빈이만의 시간이지만 쉴 틈은 없다. 남편과 아이들이 떠나고 난 자리를 치우고, 돌아올 아이들을 위한 먹거리 등을 장만하고, 울음으로만 말하는 하빈이를 챙기다보면 어느새 저녁이라고.

아이들이 돌아오면 시끌벅적 한바탕 난리가 난다. 이선희씨는 "아이들이 오면 넓지 않은 집이 꽉 차고 학교에서,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조잘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없다"라면서 "저녁 먹을 때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와 춤으로 재롱을 부리면서 "사랑해"를 외치며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들의 환한 얼굴을 보면 하루동안의 고단함도 잊고 "행복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아이들

막내 하빈이는 지난해 10월 21일 조산아로 태어났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돌보느라 힘에 부친 엄마의 뱃속에서 더 이상 있기가 힘들었는지 예정일보다 40일가량 일찍 세상으로 나왔다.

입덧조차 없었던 언니·오빠와 달리 하빈이는 심한 입덧으로 엄마를 힘들게 했다. 조기진통이 오면서 병원에서는 산모와 아기 모두 위험하다고 했다. 엄마가 제대로 돌보지 못한 때문인가 싶어서 미안했단다. 지금은 제법 몸무게도 늘고 우유도 잘 먹지만 늘 신경이 쓰인다고.

하빈이를 챙기느라 큰 아이들을 제때 챙겨주지 못할 때는 속이 상하기도 한다. 그런 빈자리는 큰딸 황금이가 채워준다. 황금이는 바쁜 엄마를 도와 동생들을 돌보고 심부름도 도맡아하면서 큰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론 때로는 심술도 부리고 반항도 하지만 말이다.

이선희씨는 "아이들이 많다보니 시끌벅적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서로서로를 챙기면서 서로 의지하고 노는 모습을 보면 많이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서로 돌보면서 서로의 친구가 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면서 대견스럽다"라고 말했다.

다섯째 태빈이와 조산아로 태어나 엄마아빠를 힘들게 했지만 무럭무럭 크고 있는 막내 하빈이.
 다섯째 태빈이와 조산아로 태어나 엄마아빠를 힘들게 했지만 무럭무럭 크고 있는 막내 하빈이.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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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며 건강하고 튼튼하길
천재열·이선희씨 부부의 가장 큰 소망은 아이들 모두가 큰 병치레 없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는 것이다. 미숙아로 태어난 막내 하빈이가 병원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고 있을 당시 주위의 아픈 아이들을 보면서 새삼 건강의 중요성을 느꼈다.

작은 집 벽면에 가족사진도 걸고 싶다.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신접살림을 차렸다는 부부는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일하는 남편과 바쁜 일상, 이런저런 여건 등으로 인해 아이들 모두 백일사진은 물론 돌 사진조차 찍어주지 못했다. 아이들이 더 자라기 전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사진만이라도 찍고 싶단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 '잘했다'며 부러워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어떻게 키울거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희도 걱정되죠. 그래서 더 힘내서 열심히 살려고요. 부족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부족함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천재열·이선희씨 부부는 "여러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힘든 일도 많지만 아이들의 환한 얼굴과 재롱을 보면 많이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넉넉한 살림이 아니어서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 수는 없지만, 사랑만큼은 넘치게 부어주며 열심히 키우겠다"라고 말했다.


태그:#화순, #하빈이, #다둥이, #황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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