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시상식 주요 후보작들을 엄선한 `2016 Grammy Nominees` 음반 표지

그래미 시상식 주요 후보작들을 엄선한 `2016 Grammy Nominees` 음반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미국 대중음악계를 총결산하는 그래미 시상식이 올해로 58회째를 맞이했다. 1959년 첫 행사가 열린 이래 역사와 권위를 쌓아온 그래미는 인기 순위 + 음반 판매량에만 의존하는 한국의 가요 시상식과는 대조를 이루며 한편으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비록 국내의 해외 팝음악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탓에 그래미에 대한 관심 역시 과거에 비해 크진 않지만, 여전히 세계 대중 음악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는 15일(미국 현지시간) 열리는 제58회 그래미 시상식을 앞두고 각종 기록, 다양한 이모저모와 선정 과정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을테니까.

"오직 예술적 성취도 높은 작품에 상을 수여한다" 구체적 규정

그래미는 미국 레코딩 예술과학 아카데미(NARAS : National Academy of Recording Arts and Sciences)가 주관하는 음악 시상식이다. 가수/작곡가/음반 프로듀서/엔지니어/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 종하사는 회원들의 투표로 시상이 이뤄지며, "음반 판매고나 인기 순위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예술적 성취도가 높은 작품들에게 상을 수여한다"라는 구체적인 규정에 의거해 실시된다. 물론 모든 회원에게 투표권이 있는 것은 아니며 일정 기준 이상의 업적을 인정받은 회원에 한해 부여된다.

그래미 후보가 되려면 전전년도 10월 1일~전년도 9월 30일까지(이번 58회 시상식의 경우 2014년 10월 1일~2015년 9월 30일) 미국에서 발매된 모든 종류의 음반물에 한해 신청을 해야 하며, 지원작에 대한 장르 구분 후 투표인단을 대상으로 1차 투표가 진행된다. 여기서 각 부문별 후보자가 선정되고, 이후 이들 후보에 대한 최종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결정하게 된다.

일반 팝 음악부터 클래식 음악, 심지어 각종 토크 코미디(만담), 오디오 북 등 거의 모든 '녹음물'에 대한 분야를 아우르는 시상식답게 수십여개 부분에 걸쳐 수상작이 선정된다. 올해 2016년 시상식 기준으로는 총 83개의 축음기 모양 트로피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총 83개의 트로피... 그중 가장 주목받은 4개 부문

 그래미 주요 부문 단골 수상자 폴 사이먼의 `Still Crazy After All These Years`.  이 작품으로 1976년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했다

그래미 주요 부문 단골 수상자 폴 사이먼의 `Still Crazy After All These Years`. 이 작품으로 1976년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했다 ⓒ 소니뮤직코리아


그래미에선 편의상 "본상 4개 부문"으로 일컫는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 '신인상(Best New Artist)'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총 4개의 상이 가장 큰 주목의 대상이 된다. 이밖에 팝, 록, R&B, 랩, 컨츄리, 재즈, 라틴, 가스펠, 클래식 등 세부 장르 분야를 비롯해 음반 디자인, 각종 기술 부문상과 '생애 업적상' 등 특별상 시상이 진행된다.

[올해의 음반] 말 그대로 그해 "최고의 예술성을 지닌 음반"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해당 음반을 녹음한 가수 외에도 제작에 참여한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에게도 동등하게 상을 수여하며 최근에는 그 범위를 마스터링 엔지니어까지 포함시켰다. 무조건 가수 위주로 시상되는 국내와는 차별되는 부분 중 하나다. 역대 '올해의 음반' 부문상을 가장 많이 받은 가수는 폴 사이먼, 프랭크 시내트라, 스티비 원더(각각 총 3회)이며 지난해엔 벡의 < Moving Phase >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역대 수상작 대부분이 솔로/그룹 뮤지션이 발표한 정규 스튜디오 음반이지만, 주디 갈란드의 < Judy at Carnegie Hall >(1962년)과 조지 해리슨, 밥 딜런, 에릭 클랩턴 등이 참여한 < The Concert For Bangladesh >(1973년) 같은 라이브 앨범을 비롯해 < 토요일 밤의 열기 >(1978년), <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2002년) 등의 영화 사운드트랙도 이례적으로 수상한 바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의 클래식 음반' 부문이 폐지되면서 자연스럽게 클래식 작품들도 이 부문 후보로 등재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지만, 아직까지 수상은 물론 후보로 오른 작품은 등장하지 않았다.

[올해의 레코드] "예술성이 뛰어난 곡"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특정 단일곡 녹음에 참여한 가수/프로듀서/엔지니어 등에게 수여되는 부문으로, 대상자만 놓고 보면 올해의 앨범 부문과 동일하다. 이 부문에선 싱어송라이터 폴 사이먼이 듀엣 사이먼 & 가펑클 시절을 포함해 총 3회로 최다 수상을 기록했고, 샘 스미스의 'Stay with Me'가 지난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올해의 음반' 부문과 마찬가지로 프로듀서를 비롯한 녹음 및 마스터링 엔지니어에게도 상을 수여하는 점은 우리로선 눈여겨볼 만한 사항 중 하나다.

[올해의 노래] 역시 "예술성이 뛰어난 곡"이라는 기준만 놓고 보면 앞서 언급된 '올해의 레코드' 부문과 거의 유사하나, 곡을 만든 작사/작곡가에게만 수여되는 점이 다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작사/작곡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해당 곡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더라도 전혀 상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로 치면 '최우수 작사/작곡상' 개념이 더 가까워 보인다.

헨리 맨시니, 자니 머서, 제임스 호너 등 유명 작곡가들이 총 2차례 상을 받으며 이 부문 역대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엔 'Stay With Me'로 가수 샘 스미스를 비롯한 총 3인이 트로피를 받았다.

[신인상] 한해 동안 가장 두각을 보인 신인급 뮤지션에게 수여되는 부문이다. 보통 시상식 직전 해에 인기를 얻었던 신인들이 수상자/후보자로 선정이 되지만, 이미 마이너 레이블 등에서 수차례 작품을 발표했거나, 유명 그룹 출신으로 첫 솔로작을 내놓거나, 새로운 팀을 결성한 뮤지션이 선정되는 사례도 종종 등장하곤 한다.

1970년 수상자인 3인조 포크-록 그룹 크로스비, 스틸즈 앤 내시(Crosby, Stills & Nash)는 이미 버즈, 버팔로 스프링필드, 홀리스 등 유명 록 밴드에서 활동한 핵심 멤버들이 모여 결성한 '신인 아닌 신인'들이었지만 규정에 의거해 수상을 할 수 있었다. 또한 1997년 힙합/R&B그룹 퓨지스의 일원으로 '베스트 R&B 보컬 듀오/그룹' 부문을 수상했던 로린 힐은 2년 후엔 자신의 솔로 음반 <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한편 신인상을 비롯한 본상 4개 부문을 한해에 모두 수상한 뮤지션은 1981년 크리스토퍼 크로스가 유일하며, 1990년 수상자였던 밀리 바닐리는 '가짜 가수' 파동으로 인해 이후 상을 박탈 당하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도 트로피를 받은 이유

 역대 최다 수상자 퀸시 존스의 1990년작 `Back On The Block`

역대 최다 수상자 퀸시 존스의 1990년작 `Back On The Block` ⓒ 워너뮤직코리아


팝 음악 부문으로 한정하면 프로듀서 퀸시 존스와 컨츄리/블루그래스 뮤지션 앨리슨 크라우스가 각각 27회나 수상하며 역대 최다 수상자로 기록되고 있다. U2, 영화 음악가 존 윌리엄스, 스티비 원더, 칙 코리아(이상 22회), 카니예 웨스트, 제이Z (이상 21회)가 그 뒤를 잇고 있다(클래식 분야에선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 경의 31회 수상이 최다).

반면 수십차례 후보 등재에도 불구하고 그래미와 인연을 맺지 못한 뮤지션도 상당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영화(아카데미상)쪽에선 상복이 없었다면 팝 음악계에선 브라이언 맥나이트를 따라올 인물이 없을 것이다. 여러차례 내한공연을 벌이며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그는 무려 16회나 그래미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단 한번도 상을 받지 못했다. 힙합 뮤지션 스눕 독 역시 16회 후보-0회 수상의 쓴 맛을 봤다.

단일 시상식 최다 부문 수상자는 1984년 < Thriller >의 마이클 잭슨, 2000년 < Supernatural >의 산타나로, 각각 8개의 트로피를 한번에 거머쥐는 위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밖에 퀸시 존스, 에릭 클랩턴, 비욘세, 아델(이상 6개)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퀸시 존스의 음반 < Back On The Block >는 1990년 총 7개 부문을 수상했지만, 엔지니어에게만 수여되는 '비클래식 분야 최우수 녹음상'도 포함되었기 때문에 실제 퀸시가 그해 받은 트로피는 6개다).

음악이 아닌 오디오북도 상을 받는 그래미답게 음악인이 아닌 유명 정치가들도 수상자로 이름을 종종 올리곤 한다. 버락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은 직접 낭독한 자신의 저서 <버락 오바마, 담대한 희망>,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으로 총 2회에 걸쳐 '베스트 스포큰 워드 앨범' 부문 트로피를 받은 바 있으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부부 모두 이 분야 수상자로 선정되는 이색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올해 58회 시상식에선 켄드릭 라마(11개 부문), 테일러 스위프트, 위켄드 (7개 부분) 등의 인기 뮤지션이 주요 분야 후보로 선정되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래미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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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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