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에 출연한 '우리동네 음악대장'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복면가왕>에 출연해 '민물장어의 꿈'을 부르고 있다. 음악대장은 본 무대를 통해 62표를 얻으며 2라운드에서 승리했다.

▲ <복면가왕>에 출연한 '우리동네 음악대장'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복면가왕>에 출연해 '민물장어의 꿈'을 부르고 있다. 음악대장은 본 무대를 통해 62표를 얻으며 2라운드에서 승리했다. ⓒ MBC


지난 1월 31일, MBC <일밤-복면가왕>(아래 <복면가왕>)에서 반가운 노래가 울려 퍼졌다. 장난감 병정을 떠오르게 하는 복면과 복장을 한 '우리동네 음악대장'(아래 음악대장)은 2라운드에서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을, 3라운드에서는 신해철이 속했던 그룹 넥스트(N.EX.T)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 아래 라젠카)'를 부르며 10주째 가왕의 자리에 앉아있던 캣츠걸 차지연을 꺾으며 가왕의 자리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압도적인 표차였다. 캣츠걸의 연승에 관한 찬반여론이 나오기 시작했던 상황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는 91표라는 3라운드 역대 최다 득표를 받은 뒤 차지연과의 득표 승부에서도 77표라는 득표를 얻었다. 음악대장의 3라운드 무대는 여러 가지 의미로 놀라웠다. 이제껏 <복면가왕> 무대에서 볼 수 없던 강렬한 록 음악으로 가왕자리에 오른 것이 그랬고, 신해철 특유의 묵직한 배음이 돋보이는 웅장한 원곡을 음악대장의 송곳같이 날카로운 고음과 샤우팅으로, 원곡의 비장미는 잃지 않으며 자신만의 곡으로 만들었다.

음악대장은 '라젠카'를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그와 동시에 원곡에 충실하게 리메이크했다. '마왕' 신해철의 재림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민물장어의 꿈', 신해철을 재현하다

고 신해철의 < 더 베스트 오브 신해철/스트러글링(The Best Of Shin hae-Chul/Struggling) > '민물장어의 꿈'이 수록된 고 신해철의 베스트 앨범

▲ 고 신해철의 < 더 베스트 오브 신해철/스트러글링(The Best Of Shin hae-Chul/Struggling) > '민물장어의 꿈'이 수록된 고 신해철의 베스트 앨범 ⓒ (주)벅스


음악대장이 2라운드에서 선보인 곡은 신해철의 또 다른 곡 '민물장어의 꿈'이었다. 고인이 생전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들렸으면 하는 노래라고 밝힌 사실이 알려지며 뒤늦게 빛을 본 '민물장어의 꿈'은 신해철의 사망 이후 가수 양파를 비롯해 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다시 불렸다.

패널로 참석한 가수 김현철에게 "마치 신해철이 다시 돌아와 무대에 서 있는 것 같다"라는 평을 들은 음악대장의 2라운드 무대는, 3라운드에서 그가 소화한 '라젠카'와는 완전히 다른 식의 리메이크였다. 노래 '라젠카'를 본인의 목소리와 창법으로 소화하며 원곡의 느낌을 살린 반면, '민물장어의 꿈'은, 신해철이 살아 돌아와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카피'에 가까운 방식을 택했다. 음악대장은 한 소절 한 소절 신해철의 창법과 발음, 비브라토를 신해철 특유의 방식 그대로 재현해냈다.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이어질 때의 밴딩 방식도, 신해철의 셈여림도 제대로 카피했다. 음색만 조금 다르지,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신해철이 아직 살아있다는 기분이 느껴지면서, 음악대장의 2라운드 무대는 그래서 더 아팠다. 그 어떤 가수가 다시 부른 '민물장어의 꿈'보다 감동적이었다.

<복면가왕>이라는 시스템을 활용한 영리함

<복면가왕>에 출연한 '우리동네 음악대장' '우리동네 음악대장'은 <복면가왕>에 출연해 '민물장어의 꿈', '라젠카' 등을 열창하며 22대 가왕 자리에 올랐다.

▲ <복면가왕>에 출연한 '우리동네 음악대장' '우리동네 음악대장'은 <복면가왕>에 출연해 '민물장어의 꿈', '라젠카' 등을 열창하며 22대 가왕 자리에 올랐다. ⓒ MBC


음악대장은, 보컬로서의 능력만 봐도 <복면가왕> 속 '가왕'자리에 오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다. 숙련된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가 그렇고, 곡마다 다른 창법을 다양하게 소화하는 능력만 두고 봐도 그렇다. 거기에 추가로 영리하고, 배짱까지 있다. 지난 1라운드 공연에서는 미성을 위주로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꾸미면서 자신을 감췄다. 2라운드에서 역시 많은 가왕 도전자들과 마찬가지로 발라드를 선곡했다. 자신의 최강 무기인 샤우팅과 파워를 여전히 감춰뒀다. 대신 가창력과 감성으로만 승부를 걸었다.

만약 2라운드에서 떨어졌다면 '라젠카'든 뭐든 무대를 꾸밀 기회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사실 3라운드 그가 강력한 샤우팅으로 곡을 시작할 때 터진 폭발적인 호응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갑작스러운 그의 노선 변화에서 오는 짜릿한 충격도 한몫했다. 말하자면, 음악대장은 자신의 목소리에도 복면을 두세 겹 씌워놓은 셈이었다.

'꿈보다 해몽'일지는 모르겠지만, 연속적으로 신해철의 곡을 선택한 것도 상당히 드라마틱했다. 2라운드에서 '민물장어의 꿈'을 열창하며 패널과 관객들에게 감동과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선사한 것도 좋았지만, 음악대장은 <복면가왕>의 시스템을 교묘히 활용하기도 했다. 신해철을 그대로 카피했다는 점은 물론 타 가수들의 리메이크와 차별성을 가지지만, 사실 '민물장어의 꿈'은 곡에 얽힌 사연으로도 어느 정도의 감동이 보장된 노래다. 아마 고인의 팬들도 음악대장의 2라운드 무대를 본 뒤, 그가 다음 라운드에서 또 신해철의 곡을 부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만큼 많이 불리는 노래이니까.

2라운드의 승리 이후 3라운드에서 터져나온 '라젠카'는 곡 자체에 굉장한 힘을 가진 노래이다. 그리고 자막으로 뜬 "원곡 넥스트"라는 글귀를 봤을 때, 음악대장이 자신의 첫 <복면가왕> 도전을 고스란히 신해철에게 헌사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패널과 관객을 비롯한 시청자들은 강렬하고 웅장한 노래를 흥겹게 즐기면서도 알게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지는 복잡미묘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음악대장은 그의 <복면가왕> 첫 출연 자체를 감동으로 연출해냈다.

'라젠카', '가리워진 길'... 사람은 떠나도 노래는 남는다

넥스트의 4집 <라젠카>(왼쪽)과 유재하의 1집 <사랑하기 때문에> 넥스트의 네 번째 공식 앨범인 <라젠카>와 유재하의 데뷔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각각 명반으로 평가받는다.

▲ 넥스트의 4집 <라젠카>(왼쪽)과 유재하의 1집 <사랑하기 때문에> 넥스트의 네 번째 공식 앨범인 <라젠카>와 유재하의 데뷔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각각 명반으로 평가받는다. ⓒ (주)벅스, KingPin


사실 더 마음에 들었던 건 가왕들의 '쿨'함이었다. 그는 무대 이후 인터뷰에서도 "제가 존경하는 고 신해철 형님께 바치는 무대입니다" 등의 상투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대신 저팔계 성대모사를 한다든지, '민물장어의 꿈'을 부른 뒤 패널과 관객들을 감동에 빠뜨리고 나서 느닷없이 병정걸음을 하며 무대를 나가는 등 엉뚱한 모습을 보였다. '5대 연속 가왕'이라는 기록을 세운 캣츠걸도 마찬가지다. 그녀 역시 요절한 가수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잔잔하게 노래한 뒤 유재하와 관련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헌정의 의미를 굳이 말로 덧붙이며 과하게 치장하는 대신, 오로지 노래 자체로만 떠나간 선배들을 바치는 무대였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복면가왕> 에피소드였다. 캣츠걸 차지연은 차지연대로 멋졌고, 음악대장은 음악대장대로 <복면가왕>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개인적으로 뮤지션들이 타인의 곡을 부르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현상에 관해 긍정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더는 원조 뮤지션의 라이브로 들을 수 없는 노래를 이토록 완성도 있게 꾸며주는 것은 대환영이다.

복면가왕 음악대장 라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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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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