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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춘 소설 <코레예바의 눈물>은 독립운동가 박헌영, 김단야의 부인인 주세죽의 삶을 되살렸다.
 손석춘 소설 <코레예바의 눈물>은 독립운동가 박헌영, 김단야의 부인인 주세죽의 삶을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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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함흥의 중농 집안에서 태어난 주세죽은 천부적인 피아노 실력과 미모로 인해 당대 최고의 미녀로 불리는 여성이다. 그녀는 함흥 3.1운동의 선봉에 섰고, 감옥에서 일본 경찰에게 능욕을 피하다가 가슴에 담뱃불 상처를 입을 만큼 민족의식도 갖고 있었다.

일제에 대한 울분으로 번뇌할 때,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외국인 선교사의 추천으로 상하이로 유학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가 만난 인물이 '이정'이라는 가명을 쓴 박헌영이다. 박헌영의 아내였다는 이유로 그녀의 이야기는 남북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언론인 출신 작가 손석춘의 손을 통해 온전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설은 작가가 실크로드를 시작으로 아랍으로 향하는 길을 떠났다가 우연히 들른 카자흐스탄 도시 크즐오르다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주세죽과 교분을 나누었다는 최길순 할머니가 남긴 책장에서 주세죽의 기록을 만난 후, 복원하는 얼개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길을 지나가면 모두에게 주목받을 만큼 아름다운 여성이었던 주세죽의 상하이 생활은 이정 박헌영을 만나면서 바뀐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그녀는 공산주의 계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녀의 삶은 워낙에 정치적 거목이었던 박헌영으로 인해 조연처럼 흘러간다. 박헌영의 국내 진입 시기에는 같이 조선에 들어가 투쟁에 뛰어든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녀의 삶을 복잡한 양상으로 끌고 간다. 1933년 7월 5일 박헌영이 상하이에서 일경에 체포된다. 그녀는 다행히 피신해 동지인 김단야와 은거에 들어간다. 이후 러시아로 향하는데, 그녀에게 들린 말은 박헌영이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처음 만날 때부터 그녀에게 연정을 품었던 김단야의 거짓말이었지만 그녀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다 지속적으로 구애하는 김단야와 동거에 들어간다.

그러던 중 1937년 11월 김단야 역시 김춘성(이성태)의 밀고로 일제의 밀정이라는 혐의를 받아 체포되어 처형된다. 스탈린 집권 이후 강해진 음모 정치를 주세죽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그녀도 카자흐스탄의 모래사막 크즐오르다에서 5년 유형에 처해진다. 극악한 상황으로 김단야와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잃고, 막막한 생활을 한다. 그러나 공장 게시판의 신문 <프라우다>를 통해 박헌영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자초지종을 당에게 보낸다.

박헌영, 주세죽의 가족 사진 러시아에서 딸 박영(비비안나)를 낳고 찍은 가족 사진. 이런 시간도 잠깐. 이 가족은 뿔뿔히 흩어져 당대를 살아야 했다.
▲ 박헌영, 주세죽의 가족 사진 러시아에서 딸 박영(비비안나)를 낳고 찍은 가족 사진. 이런 시간도 잠깐. 이 가족은 뿔뿔히 흩어져 당대를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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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를 선택했다는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 박헌영이라는 이름 때문에 북한에서조차 전혀 인정받지 못했던 주세죽의 삶. 빼어난 미모로 인해 부유한 삶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항상 벼랑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상하이에서, 서울에서 독립의지를 불태우며 선전지를 만드는 투사였다. 특히 박헌영조차 버리지 못했던 남성 우월주의에 끝없이 도전하면서 완성된 혁명투사이기를 지향했던 그녀의 모습이 소설에는 곳곳에 심어져 있다.

남들에게는 축복이었을 아름다움이 김단야의 연모로 변질되어 그녀의 삶을 분열시켰지만 그녀는 사실을 파악한 이후에도 구걸하기 보다는 떳떳하게 그녀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 제대로 얼개를 풀지도 못한 채 영면한다.

마지막 편지를 통해서 나타나듯 그녀는 박헌영에게 한국 전쟁의 씨앗을 만들지 말라고, 당부한다. 또 일생에 공산주의를 선택했지만 소련의 꼭두각시가 아닌 주관있는 한국식 공산주의를 주장했다. 크즐오르다에서 만난 홍범도 장군이나 카레이스키의 삶을 만나면서 오롯한 민족의식을 항상 안고 살아간다.

손석춘 작가는 과거 한겨레 신문 기자로 재직시부터 알던 선배지만 작가가 된 이후 챙겨보는 작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소설을 통해 글이나 스토리 등에서 완숙해진 그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반가웠다. 소설을 읽으면서 박헌영이나 김단야 외에도 허연이나 허정숙, 임원근 등 공산주의 계열 독립운동이 한눈에 보였다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코레예바의 눈물

손석춘 지음, 동하(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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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 저서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5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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