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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과 맞붙어 있는 나아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지난해 3월 3일 오후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의 (오른쪽부터) 월성1,2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 월성1호기 바라보는 주민 월성원전과 맞붙어 있는 나아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지난해 3월 3일 오후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의 (오른쪽부터) 월성1,2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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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월성원전 주민 몸속에서 또다시 방사성물질이 100% 검출되었다. 이번에는 5세부터 19세까지의 아동·청소년 9명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21일, 환경운동연합과 경주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는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의뢰해 검사받은 주민 40명 전원에게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몸속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전별 액체와 기체 삼중수소 방출량 추이
 원전별 액체와 기체 삼중수소 방출량 추이
ⓒ 양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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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수소는 세포와 유전자 손상을 장기적으로 일으켜

삼중수소란?
삼중수소는 원전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이다. 중수는 중수로 원전의 핵연료를 식히는 냉각재이다. 이 중수의 중수소에, 핵분열 시 발생한 중성자가 결합해 삼중수소가 만들어진다. 물은 수소 두 개와 산소 하나로 구성된다. 무거운 물인 중수는 이 물에 수소 대신 중수소가 있는 물이다.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구성되어 있으나, 중수소는 여기에 중성자가 하나 더 붙은 형태이다.

삼중수소는 크기가 매우 작고 이온을 띄지 않아 금속과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과하기 때문에 일단 발생하면 원자로 외부로의 유출을 막기가 어렵다. 냉각재로 중수를 쓰는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로형 원전을 가동할 경우, 삼중수소 다량 발생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나마 2007년 10월부터 월성원전 4기에 삼중수소 제거기가 한 대 도입되면서 방출되는 삼중수소 양은 줄었지만 여전히 다른 원전지역보다 발생하는 양이 열 배가 넘는다.

삼중수소는 전자로 된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물질로 베타선의 에너지 크기는 약한 편이다. 하지만 삼중수소가 몸속으로 들어올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베타선은 멀리 가지 못하기 때문에 삼중수소 주변에 에너지가 집중되어 주변 세포 손상을 일으킨다. 세포의 손상, 유전자의 손상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면서 암과 백혈병 등의 질병이 발생된다.

더구나 삼중수소는 수소를 대체하는 방사성물질이라서 몸의 구성성분이 된다. 물에도 수소 대신 삼중수소가 들어있고 탄수화물에도, 단백질에도 수소 대신 삼중수소가 있다. 세포질에도 세포막에도 유전자에도 삼중수소가 수소 대신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몸의 구성성분이 된 삼중수소는 인공방사성물질이므로 불안정해서 스스로 핵붕괴가 일어난다.

핵붕괴 후에는 헬륨으로 바뀌게 된다. 헬륨으로 바뀌게 되면서 발생하는 베타선으로 세포와 유전자는 손상을 입는다. 이에 더해서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게 되면서 산소와 탄소 등과의 결합선이 끊어지게 된다. 세포와 유전자 등의 구조가 무너지는 것이다. 삼중수소는 핵붕괴하며 그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이 12.3년이라서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방사성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몸의 대사 과정에서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몸의 구성성분이 되어버리면 수십 년 동안 계속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주변 환경이 삼중수소로 오염이 되어 있어서, 삼중수소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과 동시에 다시 들어오게 되면 영향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소변은 몸 전체의 혈액 등이 걸러진 찌꺼기다.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는 것은 몸 전체가 그만큼 삼중수소로 오염되어 있다는 의미다.

2014년 월성원전 3기(월성 1호기는 수명만료로 가동 중단된 상태였다)에서 액체와 기체로 방출된 삼중수소는 185테라베크렐(TBq)이었다. 1베크렐은 1초에 한 번 핵붕괴하는 방사성물질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테라'는 10의 12승 단위이다.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가 매일 같이 월성원전 주변의 바다와 공기 중으로 다른 방사성물질과 함께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고 이 삼중수소가 주민들의 몸을 오염시키고 있다.

주민들을 상대로 소변 검사를 해 보면 원전에서 30km만 떨어져 있어도 잘 검출되지 않는다. 지난해 8월에 경주 삼중수소평가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5km 지점의 경주시내 시민 125명의 소변을 검사했을 때에는 검사대상의 20%에게서만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양남면 나아리 주민 40명은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 모두 100% 검출되었고, 그 양도 높은 편이다.

원전 재가동 후 삼중수소 오염도 높아져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월성원전 1호기가 정지 2년 7개월 만에 재가동 된 후의 첫 조사라는 점이다. 지난 2011년 월성원전 1호기를 포함해 4기가 가동 중일 때 조사한 주민 5명의 몸속에는 리터당 15~31.4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있었다.

2012년 11월 20일 월성원전 1호기가 수명만료로 가동 중단된 후 삼중수소평가위원회가 2014년 8월 이후 확보된 소변 시료로 검사한 인근 주민 61명에게서 검출된 삼중수소는 리터당 8.36베크렐로, 그 양이 줄었다. 2015년 2월 KBS 의뢰로 조사한 인근 주민 10명에게서는 리터당 평균 7.47베크렐이 검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40명에게서 평균 리터당 17.3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이다. 월성원전 1호기는 수명연장 승인을 받고 2015년 6월 10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월성 1호기 재가동이 주민들의 삼중수소 오염을 더 높인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계는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양이므로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자연방사선 외에 인공방사선에 의한 피폭량(방사선에 쬐이는 양)이 1밀리시버트(mSv)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기준치이다. 하지만 방사성물질은 기준치 이하라 하더라도 암 발생을 일으킨다는 것이 의학교과서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더구나 한국수력원자력(주)과 같은 원자력계의 주장은 잘못된 계산식에 근거한 평가다. 원자력계가 주장하는 기준치는 방사성물질에 따른 피폭량(몸이 흡수하는 에너지) 계산식에 따른다.

인공방사성물질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60년 남짓이다. 그 피해를 규명하는 연구도 일부만 진행된 상태다. 방사성물질이 발산하는 방사선에 의한 건강피해를 계산하는 계산식은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 이후 생존자들을 연구하면서부터다. 핵무기 폭발 때 순간적으로 번쩍했던 빛,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 생존자들은 이렇게 순간적으로 높은 양(고선량)의 방사선을 쬐었다.

하지만 원전주변 주민들의 방사능 피해는 다르다. 주민들은 낮은 양(저선량)의 방사선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그것도 체내에서 생성되어 피폭됐다.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비하다. 저선량 방사성물질에 의한 암 발생은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바로 알아내기 어렵다.

아무리 빨라도 5년 이상 걸리고 대부분은 20년 이후에나 드러나기 때문이다. 수십 년에 걸쳐 주민들의 질병 발생에 대한 추적조사(역학조사)를 해야 한다. 더구나 세계적으로는 원전에서 바로 인접한 곳에 많은 사람이 사는 경우가 드물어서 데이터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 원전 주변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분명히 원전에서 방출하는 방사성물질은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데, 주민들의 암 발생은 원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방사능에 가장 민감한 20세 미만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는데도 말이다.

월성 주민 요시료 삼중수소 검출 결과
 월성 주민 요시료 삼중수소 검출 결과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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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 일자: 2015년 11월(접수) ~ 12월(시험)
○ 시료수: 40명의 요시료
○ 분석핵종: 삼중수소
○ 조사기관: 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
○ 조사의뢰: 나아리이주대책위원회

기준치 '이하'여도 암 발생과 연관 있다

월성원전 주변에는 특히 갑상선암 환자가 많다. 물질을 하는 해녀들 상당수가 암을 달고 산다는 것을 지역 방송사가 확인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제시하는 계산식으로는 주민들의 암 발생 증가를 설명할 수가 없다. 계산식 자체가 틀린 것이다.

저선량 방사선이 지속적으로 수년, 수십 년간 계속 몸속에서 영향을 미칠 경우 아무리 기준치 이하라도 건강 영향이 발생한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확인이 되었고. 과학적 방법인 역학조사를 통해서도 확인이 되었다.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저선량 방사선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제 5살 된, 몸무게가 16kg밖에 되지 않는 아이에게서 리터당 17.3베크렐이 나왔다. 방사능의 영향은 어릴수록 더 크다. 세포분열이 왕성한 아이들의 경우, 방사선에 의한 유전자 손상의 결과로 발생하는 건강 영향이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몸무게 대비 방사성물질의 농도도 높아 그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아이가 계속 이곳에 살았을 경우 수년 후에, 십년 후에 어떤 건강피해가 발생할지 부모로서 걱정할  수밖에 없다.

kg 당 1베크렐이 검출된 고등어가 걱정되어 아이들 급식에서 아예 일본산 수산물을 제외하고, 나아가 수입까지 금지시키는 마당에 몸속에 리터당 17.3베크렐의 방사성물질이 있다는 검사결과를 받아든 부모는 어떤 심정이겠는가. 이걸 두고 기준치 타령하는 원자력계가 개탄스럽다.

사실, 이 아이의 할머니는 1년 전 삼중수소 오염을 우려해서 모든 식수를 생수로 바꿨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은 지하수를 사용하는 간이상수도를 사용하고 있다. 부엌 싱크대에서 나오는 물이 이미 삼중수소에 오염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 1년간 생수를 식수로 사용했는데도, 아이 몸속에서 삼중수소가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이다. 울산으로 출퇴근하는 아빠는 리터당 6베크렐밖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호흡을 통한 오염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월성원전 내에서 일하는 주민의 몸에서 리터당 157베크렐이 나오고 집을 별도로 15km 밖에 두고 다니는 주민에게서 최소값인 리터당 3.4베크렐이 나온 것을 보았을 때 의심은 사실이 된다. 식수만을 바꾼다고 삼중수소 오염을 피할 수 없으니 간이상수도를 광역상수도로 바꾼다고 해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원전축소 아니면 전원 이주... 이 방법뿐이다

지난해 3월 3일 오후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정문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월성원전1호기 수명연장 결정 항의 집회를 열고 수명연장결정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 원전 폐쇄 촉구 나선 주민들 지난해 3월 3일 오후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정문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월성원전1호기 수명연장 결정 항의 집회를 열고 수명연장결정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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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해결책은 원전 수를 줄이거나 주민들이 이주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곳은 원전 인근이라서 땅이든 집이든 매매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난 10년 넘게 매매가 아예 없었다. 결국, 전 재산이 원전 주변에 묶인 주민들은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으로, 본인은 물론 자식, 손자들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보상이 아니라, 원전 때문에 매매가 되지 않는 집과 토지를 사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은 대화 테이블은커녕 연락 한 번 없었다고 한다. 이주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월성원전 앞에서 500일 넘게 농성장을 차려놓고 있다. 매서운 겨울바람 앞에서 오늘도 농성을 한다.

지난 2015년 2월 말 삼중수소를 뿜어내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 재가동 결정은 이들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결국 1년이 지난 뒤 이들은 그들의 자식과 손자들이 그들과 마찬가지로 삼중수소에 더 높은 양으로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022년 핵발전소 완전 폐쇄를 결정한 독일정부는 정부차원에서 원전에 의한 주민들의 건강영향을 체계적이고 면밀하게 조사했다. 그 결과 거주지가 원자력 발전소와 가까운 것과 만 5세 전에 암(및 백혈병)에 걸릴 위험성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독일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소아암에 대한 역학적 연구/ Dec. 2007, urn:nbn:de:0221-20100317939 Salzgitter, 2007).'

이때 독일 원전에서 방출되는 기체 방사성물질에 의한 영향은 0.0000019밀리시버트라고 평가되었다. 기준치의 백만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언론 기사를 통해 확인한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주장에 의하면 리터당 30베크렐 정도의 삼중수소가 1년간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피폭량은 0.000607밀리시버트로, 이는 83년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더라도 흉부 엑스선 촬영의 피폭량(0.05밀리시버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주장은 곧 정부의 주장인가 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어떤 조치나 언급도 없다. 한수원의 주장은 잘못된 피폭량 계산식에 의한 것이며 체내 삼중수소의 영향을 무시한 것이다. 기준치 이하라도 주민들의 건강영향을 조사하는 독일정부와 완전히 대조된다.

덧붙이는 글 | 환경연합 홈피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월성원전, #삼중수소, #방사능 오염, #방사성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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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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