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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방적으로 소리만 내는 확성기 대북방송이 북한의 심리를 건드리고 있다면, 일방통행 정치, 불통의 정치는 국민들의 심기는 심하게 건드리고 있다.
 일방적으로 소리만 내는 확성기 대북방송이 북한의 심리를 건드리고 있다면, 일방통행 정치, 불통의 정치는 국민들의 심기는 심하게 건드리고 있다.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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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일 베를린에서 지하철을 타면 흔히 볼 수 있는 뉴스 모니터에는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에 대한 기사가 나옵니다. 이렇게 매번 북한에 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독일 친구들은 물론 주변의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은 생전 본 적도 없는 한국에 있는 내 가족들과 친구들의 안부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묻곤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독일 유명 언론 중 하나인 '디벨트'(die Welt)에서는 다소 놀라운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이 보도의 헤드라인을 간단히 번역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보이그룹은 북한에 대항하는 비밀병기이다."

 화면캡처
 화면캡처
ⓒ Die W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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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디벨트(die Welt)는 이 기사 가장 상단에 친절하게도 아이돌 그룹 '빅뱅'의 뮤직비디오 동영상까지 함께 실어주었습니다. 다소 황당한 제목의 기사이긴 하지만 기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신기자의 눈에는 현 남북 간의 긴장 상태가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기사 내용은 대략 이러합니다. 한국이 11년 만에 거대한 확성기를 활용하여 대북방송 프로파간다를 시작했고, 이른바 K-Pop이 북한에 수소폭탄실험에 대항하는 한국군의 심리전으로서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기사에는 아주 친절하게도 빅뱅 노래 '뱅뱅뱅'의 후렴 가사까지 독일어로 친절하게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대북 확성기를 통해 방송된 노래 중 하나인 걸 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의 가사 중 한 구절도 독일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Wir sind beide so scheu, aber ich will dir näherkommen." (서로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 하는 너에게로 다가가고 싶은데)

이 기사를 작성한 독일 기자가 한국의 K-Pop노래를 들으며 가사들을 일일이 독일어로 번역한 후, 어떤 가사를 기사로 보도할지 고민했을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웃프지'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남북 간의 긴장상태가 심각하다고 보도하는 기사 내용과 함께 말입니다.

결국 이 슬프고도 우스운 상황을 만들어낸 한국군의 심리전은 외신기자에게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테마 '전쟁'과 '대중가요'의 생뚱맞은 연관성을 너무나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패러독스'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반도 남북 간의 긴장 그 사이의 미국과 일본

한편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군이 '확성기 대북방송'을 시작했다고 보도한 것은 비단 디벨트(die Welt) 뿐만이 아닙니다. 독일 대표 언론 중 하나인 '슈피겔'(Spiegel) 역시 한국군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반공 프로파간다(antikommunistische Propaganda)를 실시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화면 캡처
 화면 캡처
ⓒ Schpi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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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 기사에는 현 남북 상황을 분석한 동영상과 함께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양국과 긴밀한 협력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과 함께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 중국에 이르는 동북아시아의 긴장 상태에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으로부터 불과 5개월 전인 2015년 8월,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만 같았던 남북 간의 준전시 상태는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었는데 그때 당시 제가 만났던 독일 사람들은 저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국에 진짜 전쟁이 날 것 같니?"라는 질문 따위를 던지곤 했습니다.

결국 일본이나 중국, 미국의 참견 없이 결국 분단된 남북한 간의 대화만이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던 8·25 합의는 '우리가 언제 그런 걸 했었나' 싶을 정도로 그 이름조차 무색해져버린 것입니다.

독일이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진짜 이유

현재 외국에서 보기에는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이는 남북한 간의 긴장상황에서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그중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자화자찬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심리전은 외신기자들에게 K-pop을 홍보하는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편 노동개혁에 대한 언급은 작년 8월에 있었던 담화문과 비교해볼 만합니다. 8월의 담화문 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의 사례를 아래와 같이 언급했습니다.

"독일은 1990년대 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성장, 높은 복지비용이라는 삼중고 때문에 유럽의 병자로 불렸지만,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유럽의 중심국가로 부활했습니다...(중략)...노사간 협력관계 구축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의 개혁을 이뤄내 국내투자와 국내 고용을 늘리는데 성공하였고, 이제는 유럽 최강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13일, 이번 담화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국민과의 약속은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과거 우리가 못살고 어려울 때, 이역만리 서독의 지하 1000m 탄광에서 30도의 지열과 50kg이나 되는 작업 도구를 이겨낸 광부들의 피와 땀과 파독 간호사들의 헌신이 오늘날 국가 경제를 살린 토대가 되었습니다...(중략)...과거 우리 선배들이 희생을 각오하며 조국과 가족을 위해 보여주었던 애국심을 이제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누고 서로 양보해서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 두 내용의 공통점은 모두 독일에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과 안타깝게도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8월에 언급되었던 담화내용과는 정반대로 독일이 유럽 최강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높은 복지비용'을 기반으로 한 (미국식 자유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적 시장경제'와 정부의 철저한 최저임금 보장을 통한 민생경제의 활성화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각종 노동조합들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노동절의 베를린 모습
 각종 노동조합들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노동절의 베를린 모습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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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일삼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독일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 노동조합의 나라이며 대통령이 독일 경제 성공의 비결로 꼽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현재 독일 사회 내에서도 고용안정화를 위협하는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을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애국심과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 또한 다시 한 번 짚어볼 만 합니다.

박정희 정권 당시의 파독 간호사 2천여 명, 광부들 5천여 명은 낯선 독일땅에서 어떠한 체류허가나 고용허가서도 없이, 노동문제에 관한 독일과 한국 정부 간에 협의도 없이 일을 해야 했으며, 자신의 정확한 월급의 액수조차 모르고 고된 일을 해야 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국가를 위한 자발적 양보나 희생이 아닌 강요된 희생이었습니다.

지금 독일과 한국의 경제, 노동현황에 대해 정말 비교가 되어야 할 점은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위원장이 독일에서는 누구보다도 존중받고 대접받으며 멋진 노동조합사무실에서 업무를 보지만, 한국에서는 감옥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독일에서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이지만, 한국에서는 직장동료와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큰 결심을 해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보수정당 지지자가 좋아하는 한국 역대 대통령은?

어느 날, 저는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의 역대 대통령을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은 한 독일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독일의 대표 보수정당인 CDU(기민당)의 열렬한 지지자였습니다. 한마디로 독일의 보수주의자인 셈이지요. 그는 제가 묻지도 않은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내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한국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야."

순간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저는 그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한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경제 활성화'가 되려면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가 기반이 돼야 해, '햇볕정책', 그것을 실현하려고 했던 최초의 대통령이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잖아."

그의 대답을 들은 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날 제가 깨닫게 된 것은 독일에서는 보수주의자가 한국에서는 진보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을 만큼 한국의 사회가 상식 밖으로 보수적이라는 것입니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필수조건에는 진보정당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합리적, 상식적 보수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독일정치를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대통령 대국민담화에도 인용할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좋아하는 독일에서는 봉사활동을 하던 도중 유학생을 향해 '연탄색이랑 얼굴색이랑 똑같네'라고 하는 보수정당의 대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사퇴는 물론 사회적 매장을 당할 거라는 사회 분위기가 상식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 되고 있다는 점이 독일과 한국 간에 가장 큰 차이 중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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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공공미술가로 활동하다, 독일 베를린에서 대안적이고 확장된 공공미술의 모습을 모색하며 연구하였다. 주요관심분야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 공동체안에서의 커뮤니티적 예술이다.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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