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의 종영을 앞두고 '덕선 남편 찾기'가 한창입니다. 시청자들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와 '어남택(어차피 남펵은 택이)'으로 갈려 치열하게 갑론을박 중입니다. 내 남편 찾는 것 보다 재밌다는 덕선 남편 찾기! <오마이뉴스>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드리고자, '어남류'와 '어남택'을 지지하는 시청자들의 이야기를 각각 싣습니다. [편집자말]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어남류)'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제일 먼저 드는 감정은 '안쓰러움'이었다. 보통 내가 미는 커플 구도가 아닐 때 드는 감정은 화가 난다거나 짜증이 나는 식이었다.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윤태웅(송종호 분)과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유연석 분) 때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애잔함이 먼저 들었고 이번에야말로 그 사랑이 이뤄지기를 내심 기대하게 되었다. 제작진에게 다시 한 번 속는 한이 있어도 밀어보려 한다. '선택'(덕선(혜리 분)+최택(박보검 분)) 커플을!

작가가 던진 '남편 떡밥', 모아보니 택이 맞네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 tvN


밀레에게 <이삭 줍는 여인들>이 있다면 응답하라 시리즈에는 '떡밥 줍는 여인들'이 있다. '응칠', '응사' 때와는 달리 성인 역할이 따로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연상 추리는 조금 더 복잡해졌다.

'어차피 남편은 택(어남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남택이면 좋지만, 김주혁이 택이라니...'라고 회의적인 표정을 짓기도 한다. 어남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김주혁 성격이 택이냐'라고 반론하지만 16년이면 강산이 바뀌고도 남는다. 그 까칠하던 성보라(류혜영 분)도 덕선에게 친근하게 굴고, 자기 남편에게는 애교를 부리지 않는가.

2화 인터뷰에서 40대 덕선(아래 이미연)은 남편에게 "너 누구누구 만났는지 한번 읊어봐?"라고 말했다. 정환(류준열 분)이는 사천에서 공군을 다니며 여자를 만나지 않았고(실상은 첫사랑인 덕선을 못 잊어서) 이런 정환이를 다른 친구들은 놀렸다. 하지만 택이는 다수의 선과 소개팅을 했고 여자를 사귀기도 했지만 얼마 못 가 차인 사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연의 협박성 대사는 택이가 남편이라는 데 힘을 실어준다.

다음 떡밥은 '대학가요제'다. 88년도 대학가요제는 택이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이 정환이네 거실에서 함께 시청했다. 그해 대상은 신해철이 소속된 무한궤도의 <그대에게>였다. 택이는 누가 대상을 받았는지 현재에 와서는 모를 가능성이 높다.

무한궤도의 대상은 쌍문동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덕선 남편(김주혁)이 89년도 대상인 전유나의 <사랑이란 건>을 88년도 대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89년도 대학가요제는 동룡(이동휘 분)이가 구한 표로 다 같이 현장에서 봤으므로 택이의 기억에 더 또렷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지난주 18화에서 이미연은 혼자 인터뷰 중에 자신을 찾아 온 남편에게 말했다.

"먼저 집에 들어가 있어. 오늘은 너 안 괴롭혀. 가서 너 일해."

정환이의 직업이 현직 공군일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재택근무'에 가까운 일을 하는 건 택이다. 11화에서 덕선이에게 코피를 선사한 택이 덕선이를 재우며 하는 말을 떠올려보자.

: "저기 덕선아....."
덕선: "수연이....."
: "어...수연아.... 좀 자...... 나..... 일한다?"

덧붙여 왼손잡이임을 연상하게 하는 연출이나 얇은 반팔에 맨발은 최택의 상징이다. 또 노을(최성원)이를 보면서 '말 놓는 데 10년 걸렸다'는 김주혁의 대사는 노을이와 어색한 사이인 택이와 더 관련이 있다.

역대 남편들은 모두 '우유'를 마셨다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 tvN


또 하나. 먼저 응답하라 시리즈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일명 '우유론'이다. 역대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 남편이 된 인물들은 모두 우유를 먹었다는 사실! 우리 최 사범은 주인공답게, 아침마다 1000ml 흰 우유를 마신다.

응칠에서는 커피우유가 주인공을 연상하게 했다. 이 연장선상으로 '동룡 가출 사건'을 떠올려 보자. 그 때 덕선이 자판기 음료로 커피우유를 들어 택이에게 건넨 장면을 떠올리면 결론은 어남택에 더 가깝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전작 응사와 동일한 장면을 구성한 부분도 눈에 띈다. 전작과 비교 추리를 하며 남편을 찾는 사람이라면 남편 될 사람을 소개하는 장면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응사 2화는 "어릴 적 나의 꿈은 오빠와 결혼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하는 나정이의 독백으로 시작됐다. '쓰레기와 첫 만남과 어릴 적 추억의 요약 소개'라고 할 수 있다. 이 장면은 2화 말미에 나왔다. 응팔 역시 "택이는 이 골목에 가장 늦게 이사 왔다"라는 덕선의 독백으로 시작했고, 택이를 중심으로 쌍문동 아이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 응팔에는 '색깔 복선'을 많이 깔아 놓았다. 최택은 빨강, 덕선은 노랑, 정환은 초록으로 정리되는 이 색깔 떡밥은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중이다. 그중 어남택의 증거로 제시되는 것 두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빨강(택)과 노랑(덕선)을 섞으면 주황색이 나온다. 주황색 사물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예를 들자면 오렌지 주스, 호돌이, 덕선의 주황색 스탠드, 운동화, 택이가 잡았던 수화기 색 등이 있다. 또 이 삼각관계는 바둑판에서도 볼 수 있다. 여기서 흰 돌은 택이를, 검은 돌은 정환을 상징힌다. 참고로 택이는 백돌을 잡을 때 더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강력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사실을. 응팔에서 기억에 남는 '절대 부정' 세 가지를 꼽는다면 보라, 선영(김선영 분), 덕선에게서 찾을 수 있다. 88년도의 보라는 절대 애교 떠는 건 할 수 없다고 부정했지만 2015년에는 애교가 철철 넘친다. 재혼은 절대 안 한다던 선우(고경표 분) 엄마 선영은 봉황당과 벽을 허물며 재혼에 골인했다.

그렇다면 덕선이 부정한 것은? 10화에서 택이를 소개해달라는 친구 만옥과 자현에게 '택이는 절대 건드릴 수 없다'고 부정했다. 최근 공개된 19화 예고에서도 '택이는 진짜 친구일 뿐'이라고 '부정'했다. 보라와 선영의 길을 가고 있는 덕선을 조용히 응원할 뿐이다.

신원호 PD가 말했듯이 이번 <응답하라 1988>은 지난 시리즈와 달리 가족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남편 찾기도 응답하라 시리즈의 주요 맥락이지만 '결혼'이란 것 자체가 가족과 어떻게 더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덕선의 아버지 동일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 tvN


일단 덕선이네 부모님도 택이가 남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비춘 적이 있고, 택이 아버지 역시 '택이가 덕선이를 많이 좋아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중국으로 대국을 떠날 때 가이드를 요청하며 한 말이지만, 이 역시 덕선을 좋게 본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덕선의 아버지 동일은 택이와 골목 평상에 앉아 속 깊은 얘기를 나눴다. 그 장면에서 둘이 가족으로 더없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집'을 드나드는 것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다른 아이들은 덕선의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이야기하거나 물건만 받고 가는 수준이지만, 택이는 유일하게 앉아서 이야기한다.

'집'이 공간의 개념을 넘어 '가정'으로 생각한다면 둘 사이가 가장 가까운 것이다. 그렇다면 선우와 보라가 결혼할 시 겹사돈이 되는 게 문제라고 하는데, 이는 1990년 민법 개정으로 겹사돈이 허용됨으로 해결되는 부분이다.

'어남택'을 밀면서도 이 불안한 느낌은 뭐지?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 tvN


이제야 고백하건대 마음은 '어남택'이지만, 왠지 '어남류'일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는 건 왜 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어남택을 향한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연인 사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하지만 사랑 이전에 합의되고 이해되어야 할 부분이 인간에 대한 예의와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두근거림도 중요하지만 남이 모르는 속마음을 이해해 주는 것이 사랑의 결실을 보는 데 밑바탕이 된다.

선우와 보라의 경우도 겉으로 비치는 부분보다, 내면의 연약함을 비롯한 감정들을 품어줄 수 있었기 때문에 재회할 수 있었다. 특히 덕선은 택이의 중국 대국을 도와주며 그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꼭 이기라'고 하지만, 덕선은 '져도 되냐'는 택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한 사람을 이해해 나가는 것이다.

바바리맨 에피소드에서도 덕선은 친구들에게 '강한 척'을 했다. 그리고 모두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덕선은 바바리맨과 마주한 뒤 눈물을 쏟았고, 택이는 그때 덕선의 연약한 속내와 겉으로 강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자존심도 알게 되었다.

택이의 선물에서도 그의 성장과 덕선을 향한 마음을 알 수 있다. 각종 과일 중에서도 그 당시 귀했던 바나나, 후지쯔 우승컵은 택이가 덕선에게 '마음의 선물'을 하는 수준까지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여린 덕선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대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택이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서로의 내면을 하나하나 발견해 나가는 두 남녀를 보며 어느 순간부터 '어남류'에서 '어남택'으로 변모한 나를 알 수 있었다.

사실 둘 중 누가 남편이 되든 상관없다. 대통령처럼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것도 아닌 결말이기 때문이다. 다만 <응팔> 덕에 지난 11월부터 지금까지 마음이 따뜻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한다.

이제 2회분이 남았다. 덕선, 택, 정환 그리고 나머지 쌍문동 식구들이 바쁘고 힘들어서 잠시 잊고 살았던 우리네 감성을 잘 이끌어 내면서 마무리 해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한 누리꾼의 글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옘병 먹고살기 힘들어 뒤지겄는디 최 사범이 남편이면 어떻고, 정환이가 남편이면 또 어떻데! 우리 덕서이만 고생 안시키믄 되불지. 한~나도 걱정 안 해 나는 한~나도. 덕서이 고것이 알아서 잘 하겠지라 ㅎㅎ"

덕선아 좋은 '선택'을 부탁해!

응답하라 1988 응팔 어남택 어남류 박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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