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33살 늦깎이 중국 유학생입니다. 지난 2011년 계획에 없던 중국어 공부를 처음 시작한 후, 2015년 7월 중국 랴오닝성 진저우시 현지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중국을 더 가까이 느끼고자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중국의 일상생활과 유학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 기자말

십 원 짜리 위안화. 중국화폐에 그려진 인물은 모두 마오쩌뚱이다.
 십 원 짜리 위안화. 중국화폐에 그려진 인물은 모두 마오쩌뚱이다.
ⓒ 김희선

관련사진보기


같은 나라라도 지역에 따라 물가가 다르다. 고깃값에서부터 월급까지 그 지방 나름대로의 물가가 형성돼 있다. 서울과 지방의 물가가 차이 나는 것과 같다. 중국도 다르지 않다. 버스만 타고 번화가로 나가도 식당에서부터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어느 나라나 그렇듯 특히 관광지는 바가지 쓸 각오를 하고 가는 곳이다. 중국에서 경험한 최고 물가는 한화 2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2000원으로 둔갑했을 때였다. 두세 배 정도에는 너그러이 웃어넘기곤 했지만, 열 배로 뻥튀기된 가격 앞에선 깊은 빡침(?)이 전해졌다.

중국의 싼 물가, 한국과는 '비교 불가'

중국은 땅이 넓은 만큼 물가 차이가 크다. 내가 지냈던 진저우는 중소도시라서 물가가 싼 편이다.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적은 돈으로 생활을 꾸려갈 수 있다. 유학생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하지만 물가가 높기로 악명 난 상하이의 경우 오히려 한국보다 약간 비싸다고 느껴진다. 개인적 소감이 아니라, 누구라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중국은 버스비가 싸다. 일반 시내버스의 기본료는 대부분 1위안에서 3위안(한화 약 180원에서 540원)이다. 진저우는 특히 택시비도 저렴하다. 기본료가 5위안(한화 약 900원)인데 멀리 나가도 12위안(한화 약 2200원)정도기 때문에 자주 이용했었다. 어차피 택시를 탈 때는 두 명 내지 네 명이 같이 움직이므로, 비싸 봐야 인당 1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호사스러운 편리함은 진저우 안에서만 국한된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요금이 한국과 맞먹거나 오히려 더 비싸기도 하다. 이에 비해 대륙을 가로지르는 기차는 워낙 장거리를 달리기에 한국과 단순 비교하기 힘들다. 게다가 열차의 등급에 따라 요금도 다르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사탕수수를 사면 먹기 좋게 다듬어 준다. 겨울의 별미다.
 사탕수수를 사면 먹기 좋게 다듬어 준다. 겨울의 별미다.
ⓒ 김희선

관련사진보기


농산물 또한 싸다. 특히 진저우에서는 과일이나 채소를 돈 때문에 내려놓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물론 특이한 품종이나 고급과일은 비싸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매일 제철과일을 종류별로 사다놓고 먹었다. 저녁 때 가게에 가면 조금 무른 것을 떨이로 팔 때가 있다. 커다란 털복숭아 세 개가 한화 500원, 커다란 수박 한 통 3000원, 양배추 한 통 200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 가격이다.

종류 또한 다양하다. 뷔페에서 먹었던 냉동 망고스틴이나 리치가 신선한 생물로 가판에 탐스럽게 진열돼 있다. 팔뚝만한 망고, 메론의 한 종류인 하미과도 있다. 겨울쯤에는 사탕수수대를 판다. 껍질을 벗긴 줄기를 씹으면 식혜맛과 흡사한 단물이 쭉 뿜어져 나온다. 물론 가격도 비싸지 않다.

특히 참외는 우리나라 것처럼 노랗고 길쭉하지 않고 초록색에 동그랗다. 그래서 창피하지만 처음엔 중국에는 참외가 없는 줄 알았다. 중국 참외는 껍질이 얇고 과육이 야들야들해 벗기지 않고 그대로 먹는다. 내 입맛엔 한국 참외보다 더 맛있다. 하지만 역시 배는 한국 배가 최고다. 향이며 당도·식감 등 여러 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

중국 소셜커머스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라!

(좌)'누오미'(우)'메이투안', 실제 사용했던 두 개의 소셜커머스 어플리케이션 캡쳐화면.
 (좌)'누오미'(우)'메이투안', 실제 사용했던 두 개의 소셜커머스 어플리케이션 캡쳐화면.
ⓒ 김희선

관련사진보기


가끔 한국유학생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하는데, 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마사지를 받는다. 시설이나 서비스가 괜찮은 곳은 기본 100위안(한화 약 1만8000원)부터 시작이지만, 내가 자주 가는 저렴한 곳은 단돈 30위안(한화 약 5400원)이면 전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대신 전체적으로 가게가 후줄근한 느낌이다. 하지만 마사지 자체는 꽤 만족스럽다.

여성들은 싼 가격으로 여러 가지 뷰티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손톱관리는 기본이지 않은가. 그중 젤네일(젤폴리쉬를 손톱에 바르고 자외선으로 굳히는 기법)은 오래 유지되고 다양한 모양을 낼 수 있어 좋아하는 이가 많다. 중국도 젤네일이 보편화돼 있는데, 가격 또한 저렴하다. 장식을 붙이고 그림을 그려 넣어도 한국 돈으로 2만 원이 넘지 않는다. 게다가 지역별로 제공하는 소셜커머스 어플리케이션(Social commerce Application, 아래 소셜커머스앱)을 잘 활용하면 한화 5000원으로도 네일케어를 받을 수 있다.

이 소셜커머스앱의 활용도는 전반적인 문화생활을 바꿀 정도로 대단하다. 마치 신세계랄까. 피부 관리 1회가 한국돈으로 2000원인가 하면, 영화 관람이 1위안(한화 약 180원)일 때도 있다. 물론 1회 한정이고 특가 행사이다. 게다가 굳이 소셜커머스앱을 통해 사지 않아도 미백이나 수분관리 같은 서비스는 한국 돈으로 5000~6000원 정도다. 어차피 작은 가게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깎아준다. 또한 속눈썹 연장도 1만 원 정도라 시술을 받는 한국인 여학생들이 많았다.

중국에서 놀랐던 건 영화푯값이 의외로 비싸다는 점이었다. 2012년 당시 1만 원 정도여서 가격에 놀라 발길을 돌렸다. 그러자 중국인 친구가 학생 할인을 받으면 절반 가격에 볼 수 있다고 알려줬다. 하지만 회원가입이 필요했고, 외국인은 가입이 수월치 않아 재차 포기했다. 역시나 해답은 소셜커머스앱이었다. 영화표를 음료 포함 1위안(180원)에 팔았던 게다.

중국 마트에서 파는 과일들. 가격도 싸고 종류도 많다.
 중국 마트에서 파는 과일들. 가격도 싸고 종류도 많다.
ⓒ 김희선

관련사진보기


미용실도 염색이 2만 원 정도니 한국보다 싸다. 역시 소셜커머스앱에서는 반 가격에 살 수 있다. 하지만 대도시가 아니면 가지 않는 걸 추천한다. 중국 초기에 학교 내 미용실에서 검은색으로 염색했었는데, 머릿결이 심하게 망가져서 아직까지 고생 중이다. 중국에서 일했던 한국인 미용사가 '중국인 머리는 기름기가 많아 한국보다 독한 약을 쓴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그의 개인적 의견이지만, 맞는 말 같다. 그 때문인지 한국 유학생은 대부분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을 찾는다.

소셜커머스앱을 잘만 활용하면 싼 가격에 음식·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나는 두 개를 돌아가며 썼다. 같은 가게라도 앱마다 할인율이나 행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생활을 위해선 필수라고 말해주고 싶다. 단, 인터넷뱅킹으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은행에 가서 계좌를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하지만 이 저렴한 문화생활에도 단점은 있다. 가격에 비해 만족한다는 것이지, 서비스나 시설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초기엔 저렴한 가격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신나게 사재꼈으나, 구매 결과가 100% 만족은 아니었다. 때로는 싸기 때문에 결과가 엉망이어도 그러려니 이해를 하고 넘겨야 했다. 나중에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위험 부담이 적은 한국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국도 가격에 혹했다가 후회를 하는 곳이 있지만 말이다.

가격·기술 모두 만족할 만한 곳도 있었지만,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높은 수준의 결과를 원했던 게 '도둑놈 심보'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여기도 고급이고 비싼 곳이 많다. 하지만 학생 신분인 내가 넘보기에는 벽이 높다.

물건이 싸면 월급도 적다

중국 가정식 음식점의 가격표. 모든 메뉴가 삼천 원을 넘지 않는다.
 중국 가정식 음식점의 가격표. 모든 메뉴가 삼천 원을 넘지 않는다.
ⓒ 김희선

관련사진보기


식당 메뉴판이다. 이렇게 낮은 물가에도 치명적인 단점은 있다. 일한 대가 또한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예전 기사에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친구가 시간당 4위안(약 750원)을 받는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많은 누리꾼들이 본인들이 사는 지역을 언급하면서 믿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물가는 상대적이고 지역마다 다르다. 실제 지난해까지 시간당 4위안을 지급했고, 그나마 오른 게 현재 5위안(약 900원)이다.

지난 여름방학에 가게에 상주까지 하며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말 없이 일한 친구가 받은 월급은 고작 2500위안(약 45만 원)정도였다. 학생이어서 주인이 덜 준 게 분명하나, 이 지역 월급이 보통 2000위안에서 3000위안(36만 원에서 54만 원)임을 감안한다면 지나치게 적은 것만은 아니다. 물가가 너무 잘 반영된 곳이 봉급일 뿐이다.

물가가 낮고 물건도 싸지만 유흥이나 사치품, 해외물품, 브랜드제품 등은 우리나라보다 비싸다. 특히 진저우는 고급 노래방이나 유흥시설이 도시 규모에 비해 많다. 대부분 서민들이 사는 이 작은 도시에 대체 이런 것들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알 수가 없다. 이곳의 빈부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장면일지도 모르겠다.

매년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서민들의 고단함은 날로 늘어만 간다. 중국인이라고 다를까. 백성의 삶의 무게는 전 시대와 국적을 막론하고 언제나 무겁지 않았던가. 2016년 새해를 맞이해 올해는 그나마 숨통이 트일까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태그:#중국, #중국유학, #중국물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