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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마지막 모습 공개한 세월호 유가족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사흘째인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동수 학생의 아버지 정성욱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목포해양경찰청으로부터 건네받은 아들의 수습 당시 찍은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정씨는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공개해야 할지 많이 망설였다"며 "가족분들 중에서도 아이들을 안 본 사람이 있을거다"고 말문을 열였다. 정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옛말이 있는데 저는 아직까지도 가슴에 묻을 수가 없다"며 "동수를 처음 봤을 때 목포해양경찰청에서 들고 온 사진을 위원님들이 한번 보시고 저희 가족들이 아이들을 묻을 수 있도록 해달라. 끝까지 진실 규명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청문회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렸고,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 유성호
세월호참사 특위 청문회, 수습사진 공개에 눈물 흘리는 유가족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동수 학생의 아버지 정성욱씨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목포해양경찰청으로부터 건네받은 아들의 수습 당시 찍은 사진을 공개하자, 방청석에 앉아 있는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눈물 훔치는 이석태-김선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동수 학생의 아버지 정성욱씨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목포해양경찰청으로부터 건네받은 아들의 수습 당시 찍은 사진을 공개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과 김선혜 상임위원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유성호

최일숙 세월호 특조위 위원 :
"참고인분들, 어렵게 나오셨는데 들어가기 전에 참사와 관련해 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시기 바랍니다."     

정성욱(단원고 2-7반 고 정동수군 아버지) : "옛말에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데 저는 가슴에 묻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하... 지금 제가 들고 있는 것은 동수가 처음 발견됐을 때 목포해양경찰청에서 들고 온 사진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위원님께서 한번 보시고 저희 가족이, 저희 아이들을 가슴에 묻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 사진을 공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 많이 망설였습니다. (유)가족분들 중에서도 자기 자식을 안 본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한 번 보시고 저희 가족들의 한, 우리 가족들이 왜 추운 바다에서 있을 수밖에 없었는지 꼭 밝혀주십시오. 이게 동수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이거 한번 보시고 끝까지 진실규명 부탁 드리겠습니다."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셋째 날인 16일, 조용하던 청문회장은 '동수 아빠' 정성욱씨가 든 사진 한 장으로 울음바다가 됐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씨는 청문회 말미 갈라진 목소리로 "끝까지 진실규명을 부탁한다"며 아들 정동수군의 마지막 모습을 공개했다. 정씨가 들어 보인 하얀 A4용지 안에는 다소 부패한 모습의 시신 안면부와 전신사진 두 장이 위아래로 담겨 있었다.

동시에 참고인석 뒤 유가족들에게서 신음과 함께 오열이 터져 나왔다. 유족 어머니들은 입을 막은 채 울었고, 일부 아버지들은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숙였다.

참고인을 보던 특조위원과 직원들, 속기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선혜 특조위원은 더는 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이호중·장완익 위원은 착잡한 표정으로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청문회 기간, 장내가 소란스러워질 때마다 "가족분들은 정숙해 달라"고 말하며 침착함을 잃지 않던 이석태 위원장도 휴지로 눈가를 닦았다.

정씨는 앞서 참사 현장에서 구조수색 관련 정보 접근이나 희생자 수습이 얼마나 미비했는지 진술했다. 참사 5일째인 지난해 4월 21일에 정부가 발표한 '함정 214척, 항공기 32대, 구조대 631명' 자료를 띄우며 그는 "언론에 발표하는 것과 가족들에게 주는 자료가 달랐다"고 말했다. 정씨가 유가족이 아니라 '실종자' 가족이던 당시, 정부는 실종 가족보다 언론을 더 중시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씨의 말이다.

"띄운 항공기가 32대라고 하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볼 거 아닙니까. 아니었습니다. 한두 대가 떠서 돌며 순찰한 걸 다 모아 저렇게 나간 겁니다. 왜 언론에 나오는 것과 틀리느냐고 항의했더니 다음부터 가족에게 주는 자료에는 옆에 괄호 치고 횟수를 적어 놓더라고요. 그러나 많은 국민은 저게 다 구조세력인 줄 알 겁니다.

(…) 해경과 해수부는 저희 말 안 들어줬습니다. 그게 이 나라 정부입니다. 배에 가족이 아닌 기자들 먼저 태웠습니다. 보고 싶은 아이들이 올라오는데 그걸 막은 게 기자들입니다. 저희, 올라오는 아이들 솔직히 봤습니다. 기도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살려고 깨금발 딛고, 살려고 손이 흙투성이 된 애들도 있었고요."

"특조위, 유가족이 조사 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잘해달라"
세월호참사 특위 청문회, 수습사진 공개에 눈물 흘리는 유가족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동수 학생의 아버지 정성욱씨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목포해양경찰청으로부터 건네받은 아들의 수습 당시 찍은 사진을 공개하자, 방청석에 앉아 있는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유성호
참고인으로 나온 유가족 이수하(단원고 고 이준호군의 아버지)씨도 참사 당시 중앙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구조수색 잠수사 555명'은 현장과 달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는 (잠수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이 한 개 설치돼 있었고, 그것도 선내 진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555명은) 국민과 유가족을 기만하는 수치"라고 잘라 말했다.

청문회 참고인 진술을 마치고 들어가기 전, 이씨도 아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세월호 안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을 자료화면으로 공개했다. 고 이준호군이 양손으로 브이(V) 표시를 하며 해맑게 웃는 모습이었다. 이씨는 "제 아들이 평소 사진 찍을 때 잘 웃지도 않고 무표정인데 마지막에 많이 웃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해경도 누군가의 아빠와 아들이니 안전해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당시에는 해야 했던 작업을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족들이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치열하게 싸워서 만든 게 특조위"라며 "(유가족은)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들이 여기 조사 결과를 승복할 수 있도록 끝까지 잘해달라"고 간청했다.

유가족 정성욱씨는 이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가족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청문회장에 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가족이 아이들을 팔아 장사한다는 말을 하는데, 만약 돈을 벌 목적이라면 저희는 여기(청문회장)에 있지 않고 해수부에 가서 더 달라고 떼를 썼을 것"이라며 "진실을 알려달라고 여기 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4일부터 진행된 특조위 청문회는 16일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오후 2시 속개되는 청문회에서는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우예종 전 해양수산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팀장 등이 나와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의 조치에 대해 증언한다(생중계 보러가기).  

[특조위 청문회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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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김준수 기자
태그:#특조위 청문회,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청문회, #세월호 특조위, #세월호 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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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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