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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잠수사 500명 투입했다는 영상 지켜보는 유가족 이호중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진도 체육관 방문 당시 유가족들에게 잠수사가 500명 투입됐다고 설명하는 방송영상을 보여주자, 유가족들이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영상을 지켜본 유가족들은 "아이들이 너희들 말 듣고 살 줄 알았는데. 왜 그런 방송을 내보냈냐"며 "죄 지은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고 부모들만 아프게 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청문회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 서장이 참석해 세월호 참사 당시 초기 구조구난 관련 매뉴얼 및 시스템 가동이 적절했는지를 추궁할 예정이다. ⓒ 유성호
잠수사 500명 투입 영상에 울분 터뜨리는 유가족 이호중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진도 체육관 방문 당시 유가족들에게 잠수사가 500명 투입됐다고 설명하는 방송영상을 보여주자, 유가족들이 영상을 지켜보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이날 영상을 지켜본 유가족들은 "아이들이 너희들 말 듣고 살 줄 알았는데. 왜 그런 방송을 내보냈냐"며 "죄 지은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고 부모들만 아프게 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청문회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 서장이 참석해 세월호 참사 당시 초기 구조구난 관련 매뉴얼 및 시스템 가동이 적절했는지를 추궁할 예정이다. ⓒ 유성호
"직접 지시하진 않았어도 특공대가 출동했을 걸로 믿었다"(김수현 당시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아래는 모두 당시 직책).
"123정이 세월호와 잘 교신할 걸로 생각했다"(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
"세월호가 여객선인 걸 몰라서 승객들이 갑판에 나와 있는 걸로 추측했다"(유연식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담당관). 

지난해 4월 16일 오전 9시 27분, 50도 넘게 기울어진 배 바깥에서 해양경찰의 헬기·보트 소리가 들렸다. '움직이면 위험하니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를 듣고 세월호 안에서 자리를 지키던 승객들이 구조될 거란 희망을 품었던 때였다.

그러나 그 시간, 구조 책임이 있는 해경은 서로를 "믿었고"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승객이 갑판에 나와 탈출 중인 것으로 "추측"해 발 빠르게 승객들 탈출 지시와 구조 세력 출동을 지시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구조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쳤고, 해경은 선내 방송을 어기고 세월호 밖으로 나온 사람들만을 소극적으로 구조했다.
세월호참사 생존자 "탈출 지시만 있었더라면 탈출할 수 있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서울 YWCA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화물기사 최재영씨가 참고인으로 참석해 참사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씨는 "해경이 탈출하라는 지시만 있었더라면 보통 사람이라면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며 "해경 매뉴얼이 어떻게 되는지 일반인들도 알고 싶다"고 답했다. ⓒ 유성호
14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는 해경의 '적극적 구조' 실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생존자 화물기사 최재영씨는 현장을 떠올리는 게 힘든 듯 자주 말을 멈추고 울음을 삼키면서도 "당시엔 당연히 우리나라 해경이 승객을 구하려고 모든 조치를 취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퇴선 등 해경의 구조 방송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의 말이다.  

"승객들은 탈출 지시만 있었으면 충분히 탈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습니다. 밖에서 헬기 소리와 해경 모터보트 소리도 들렸거든요. (…) 아까 해경 관계자분이 매뉴얼대로 하셨다는데 저도 볼 수 있습니까? 해경이 배에 타서 구조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지 없는지... 그 날은 한 명도 배에 안 올라왔으니까요."

청문회 둘째 날 오전 "서해청 특공대에 직접 출동지시를 내렸나"라는 김진 특조위원의 질문에 김수현 당시 서해해경청장은 "당연히 한 걸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확한 지시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출동 지시하라고 있는 사람이 해경청장 아닌가, 지시 안 했나"란 추궁이 이어지자 그는 입술을 깨문 채 침묵만을 지켰다.

이후에야 그는 "(상황 전파에 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시인했다. '해양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해양경찰청령 제108호)' 18조에 따르면 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특공대는 모두 지방해경청장 직할이다. 다른 기구나 조직을 통하지 않고, 김수현 서해해경청장이 직접 관할(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통제·지배함)한다는 뜻이다.

해경 지휘부, "기억 안 난다" "그럴 줄 몰랐다" 책임 회피만
세월호참사 특위 청문회 '책임공방'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이틀째인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석균 해양경찰청 청장이 지휘책임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 서장이 참석해 세월호 참사 당시 초기 구조구난 관련 매뉴얼 및 시스템 가동이 적절 했는지를 추궁할 예정이다. ⓒ 유성호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조형곤 조형곤 목포해양경찰서 경비구난과 상황담당관(맨 오른쪽)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서울 YWCA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 유성호
해경 승객 구조 소홀했는다 지적에 허탈해하는 유가족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이틀째인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김석중 위원이 해경 지휘부가 사고 현장에 출동해 승객 구조에 소홀했다고 지적하자, 유가족들이 고개를 숙인 채 허탈해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 서장이 참석해 세월호 참사 당시 초기 구조구난 관련 매뉴얼 및 시스템 가동이 적절했는지를 추궁할 예정이다. ⓒ 유성호
책임없는 답변에 망연자실한 세월호 유가족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이틀째인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김수현 서해지방경찰청장이 구조구난본부의 TRS 교신 녹취록에 대한 작성 제출과정을 몰랐다고 답변하자, 유가족들이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 서장이 참석해 세월호 참사 당시 초기 구조구난 관련 매뉴얼 및 시스템 가동이 적절했는지를 추궁할 예정이다. ⓒ 유성호
그럼에도 청문회 첫날, 증인들은 일관되게 책임을 회피하거나 전가하는 발언들을 쏟아내, 방청객들의 한숨과 탄식을 자아냈다(관련 기사: "해경 지휘부, 퇴선 지시 않고 청와대 보고에만 관심").

작년 검찰 조사와 감사원 감사에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가 세월호와 교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으면서도 "제가 어떻게 진술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조형곤 목포해양경찰서 상황담당관)"거나, "대형여객선 선장이면 제일 엘리트인데 그렇게 조치하리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목포서에서 당연히 교신할 줄 알고 교신 지시는 안 했다(유연식 서해지방해경청 상황담당관)"는 식이었다.   

노란 점퍼를 입고 방청석에 앉아 있던 세월호 유가족은 분노를 애써 참는 듯 눈을 질끈 감거나, 증인들에게 "진실을 말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선원을) 승객인 줄만 알고 구조했다"는 123정 승조원의 발언을 듣던 생존자 화물기사 김동수씨는 "솔직히 너무하는 거 아니냐, 억울하다"라고 외치며 일어나 자해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세월호 의인' 김동수씨, 청문회에서 자해).

"그렇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식의 뒤늦은 후회와 아쉬움을 표해 방청객의 야유를 불러일으킨 발언도 많았다. 연두색 수의를 입고 나온 김경일 당시 목포해경 123 정장은 세월호와 교신이 안 됐음에도 "상황이 급박해 퇴선 방송은 미처 생각을 못 했다", "사람들이 더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장·선원으로부터 상황을 듣고 지시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란 추궁이 이어지자 김 정장은 "지금 생각하니 그렇다, 당황해서 그렇게까지 못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당시 참사 현장에 출동하고도 선내 승객 확인과 승객 퇴선 유도 등을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당시 구조책임자 중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현재 김 정장이 유일하다.


"아빠 해경이 왔대" 희생 학생 마지막 문자에 고개 숙인 증인들
세월호참사 특위 청문회 지켜본 유경근 '배후가 있다는 확신 200%"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예은 학생의 아버지 유경근씨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서울 YWCA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참석해 청문회를 지켜본 뒤 소회를 말하고 있다. 유씨는 "오늘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확신, 세월호 참사를 특별히 구조하지 않아 일어난 이 참사 배후에 무언가 있겠구나 하는 99% 의심과 확신이 오늘 하루 청문회를 하고 나니 분명히 그 뒤에 뭐가 있구나 하는 200%로 바뀌게 됐다"며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말은 그냥 하는 말 아니다. 그전에 기회 있을 때 양심 선언하시고 진실 규명에 참여하라"고 말했다. ⓒ 유성호
청문회에서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적었지만 유의미한 점들도 있었다.

권영빈 특조위원은 참사 초기 해경 간 교신한 "TRS(주파수공용통신) 녹취록이 3개로 존재하며 작성주체에 따라 일부는 중요 내용이 빠져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당시 퇴선방송을 했다"면서 거짓 기자회견을 한 김경일 정장이 이와 관련해, "확실히 기억나진 않는데 아마 서장님(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 서장)한테 전화를 받은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 답했다.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을 맡은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14일 청문회 후 "광역구조본부는 중앙으로, 중앙은 광역으로 책임을 떠넘겼다"며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여러 국민이 보는 앞에서 다뤘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청문회는 16일까지 계속되며, 해양사고 대응 매뉴얼 적정성 여부(15일)와 참사현장 피해자 지원조치(16일) 등을 다룬다.  

청문회를 보던 유가족들은 자주 울며 분노했다. 15일 청문회에서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이 "잠수사가 500명 넘게 투입됐다"란 예전 발언과 관련해 "그건 실제 잠수한 게 아니고 동원된 인력"이라고 말하자, 유족들은 "애들이 살 줄 알고 있다가 죽었어"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도 14일 모두발언에서 "당시 바다는 잔잔했다"며 "구할 수 있었다, 아무런 방해도 없었다, 그런데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첫날 청문회 말미 발언 기회를 얻은 유경근(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양 아버지)씨는 김석균 해경청장, 김수현 서해해경청장 등 증인들을 쏘아 보며 "'기억 안 난다'는 뻔한 거짓말 하지 말라", "그 죗값을 어떻게 갚으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해경이 왔다는 소식에 안도한 아이들에게 다가온 건 구조가 아닌 시커먼 바닷물이었다, 아이들이 생을 마감한 책임은 누가 뭐라 해도 여러분이 져야 할 게 분명하다"는 울분에 찬 질책이 이어졌다.

유씨는 또 사고 당일 오전 10시 15분, 딸 예은양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소개했다. "아빠 해경이 왔대, 빨리 구조돼서 갈게. 보고 싶어, 사랑해"라는 내용이었다. 김경일 정장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고, 김석균 해경청장 또한 굳은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태그:#세월호 청문회, #특조위 청문회, #세월호 특조위, #세월호 특별법, #세월호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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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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