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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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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추운 건 딱 질색이에요, 우리 남서향 아파트로 이사가요."
"여보, 당신은 어떻게 겨울만 생각해요? 그 지긋지긋한 여름 더위를 떠올려 보세요. 남동향이 그래도 나아요."

대전에서 인근의 세종으로 전세 이주를 고려하는 40대 초반의 M씨 부부는 아파트 전면의 방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추위를 많이 타는 부인은 남서향을, 더위가 질색인 남편은 남동향을 선호하는 탓이다.

결혼 후 대여섯 차례 아파트를 옮긴 두 사람은 남서향 아파트에도 살아보고, 남동향 아파트에도 거주한 적이 있다. 부부가 이견 없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아파트는 남향이었다. 여름에는 거의 해가 들지 않고, 한 겨울에는 반대로 거실 깊숙이 따스한 햇살이 스미는 남향 집은 거처를 옮길 때마다 우선 고려 대상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전면이 정남 쪽으로 들어 앉은 아파트가 많지 않았다. 전세로 이주할 계획인 세종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집의 전면 방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건 대체로 남서향과 남동향이다. 북향이나 북동향 혹은 북서향 집은 그리 흔하지도 않을 뿐더러, 남향 남동향 남서향 등에 비해 현저하게 선호도에서 밀리는 탓에 아예 우월을 두고 의견 다툼 같은 게 잘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면 남동향과 남서향 집 가운데는 어느 쪽이 일조량 활용 측면에서 유리할까? 과학적으로만 따진다면 남동향과 남서향의 일조량은 차이가 없다. 해가 하늘의 한가운데 와 있을 때, 즉 남중할 때를 기준으로 동과 서는 정확히 대칭인 까닭이다. 지구는 커다란 공 모양이어서 해가 떠서 남중할 때까지 시간과 남중한 때부터 일몰까지 시간은 똑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표준시를 기준으로 하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정오를 중심으로는 오전에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오후보다 상당히 짧기 때문이다. 12월 14일을 예로 들어보자. 동지를 약 1주일 앞둔 이날 세종 지역의 일출 시간은 오전 7시 34분, 일몰 시간은 오후 5시 16분이다. 해가 남중하는 시간은 12시 25분이다. 일출부터 남중, 남중부터 일몰까지 시간이 각각 4시간 51분으로 똑같다.

그러나 정오 12시를 기준으로 하면, 일출부터 정오까지는 4시간 26분이고, 정오부터 해질 때까지는 5시간 16분이다. 오전보다는 오후에 해가 50분 가량 더 긴 것이다. 천문학적으로 태양의 남중 전후 일조 시간이 정확히 똑 같은 데도 "오후 해가 더 길다"는 통념은 이래서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남동향과 남서향은 일조량 측면에서 대칭적일 뿐 완전히 똑같은 것일까? 체감 기온 기준으로는 똑같다고 할 수 없다. 하루 중 최저기온은 계절에 관계 없이 보통 일출 직전에 나타난다. 겨울철 오전 해가 오후 해와 세기가 똑같다 하더라도 아침 기온이 낮은 탓에 덜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반면 여름철 오후 햇빛은 오전 햇빛보다 훨씬 더 덥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대기가 이미 후끈 달아오른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체감온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 주변 지형의 영향 등이 전혀 없다손 치더라도 보통 일조를 방해하는 안개 등은 오전 시간에 흔히 나타났다가 오후에 걷히는 경향이 있다. 오전 해가 여러모로 힘이 약하게 느껴질 확률이 높다는 얘기이다.

살 집을 택할 때 남서향 혹은 남동향 둘 중의 하나를 고를 수 밖에 상황이라면, 추위 더위에 대한 가족 구성원들의 적응 정도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조망이나 소음, 지형지물 등 다른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차이가 없다고 가정할 때 그렇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태그:#일조량, #남서향, #남동향 , #표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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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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