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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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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미국에서는 마리화나(대마초) 합법화를 위한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 50개주 가운데 이미 4개주에서는 의료용·오락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되었고, 19개주에서는 의료용 대마초를 허용했다. 심지어 수도 워싱턴 D.C.에서도 지난 2월부터 오락용 마리화나까지 합법화되었다. 미국에서 대마초를 '마약'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년에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대선가도의 첫 구간이라 할 수 있는 중간선거가 지난 11월 3일에 실시됐는데, 이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슈가 등장했다. 오하이오주에서 대마초를 오락용으로 합법화하자는 개정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진 것이다. 이는 투표 전날까지만 해도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는 반대 65.1%, 찬성 34.8%로 부결되었다.

한 개 주에서 벌어진 주민투표에 이토록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오하이오주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오하이오주는 보수 성향이 강한 곳이다. 인구비례에 따라 주어지는 선거인단도 18명이나 가지고 있어 무게감도 있다(2012년 기준).

기본적으로는 공화당 성향이기는 하지만 사안에 따라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자처하는 곳이라 민주, 공화 양당의 특별 관리를 받아오던 지역이었다. 그런 보수 지역에서 오락용 대마초 합법화 법안이 상정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뉴스거리가 되었다. 보수층의 변화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마초 합법화, 그 달콤한 '과실'

미국에서 대마초 사용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립알코올남용·중독센터(NIAAA, 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 동안 대마초를 사용하는 인구는 두 배로 급증했다. 2001년 인구의 4% 정도였던 대마초 흡연자는 2015년 현재 10%까지 늘어났다.

대마초에 대한 찬성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1969년부터 대마초를 비롯한 마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추적하고 있는데, 지난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8%의 미국인들이 대마초 합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방정부는 아직도 기존의 법체계를 고수하면서 대마초를 마약으로 단속하고 있다. 1961년 미국 주도하에 유엔에서 185개국과 맺은 '마약에 관한 단일협약'((Single Convention on Narcotic Drugs)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간선거가 치러진 다음날(11월 4일), 미 연방마약수사국(DEA) 국장인 척 로젠버그는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그 자리에서 대마초가 엄연히 마약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제스처를 보여주었다.

"모두가 유해하다고 믿고 있는 그 무언가(대마초)를 합법화 시키려고 하는데 우리는 좀더 현명해지고 정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용 대마초라고요? 그거 농담처럼 들려요."

그는 이 한마디 때문에 엄청난 사임 압력을 받게 됐다. 그의 사임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이 진행되기도 했다.

보수적 성향의 오하이오주에서조차 대마초 합법화를 추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달콤한 결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수 증대'와 '범죄율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 합법화를 먼저 실시한 주에서 이 두 가지 효과는 이미 증명되었다.

먼저 '세수 증대'. 의료용이든 오락용이든 대마초에는 상당한 세율이 적용된다. 콜로라도주는 작년 한 해 동안 주류 판매에서 거두어들이는 세수익의 두 배에 달하는, 약 7천만 달러를 대마초와 관련된 세금으로 거두어들였다고 한다. 워싱턴주 역시 연간 7천만 달러의 세수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

다음으로 '범죄율 감소'. 연방법에 의하면 소량의 대마초를 가지고만 있어도 1년 이하의 징역 그리고 1천 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만약 불법거래, 마약조직과의 연계 등이 발각되면 중범죄로 처리된다.

마약사범은 초범이나 경범죄라도 특별 관리를 받게 된다.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아야 하고,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며 일정 기간 동안 전자감시도 받게 된다. 이처럼 주정부에서는 단순 마약사범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예산이 드는데, 대마초를 '비범죄화'함으로써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각 후보들은 어떤 입장일까

10월 14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TV 토론. 버니 샌더스(왼쪽)와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10월 14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TV 토론. 버니 샌더스(왼쪽)와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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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각 주정부는 서둘러 대마초 합법화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는 4개주에서만 오락용 대마초가 합법화되었지만 뉴욕,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 11개주에서도 곧 오락용 대마초 합법화 법안이 통과되어 그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대마초 이슈는 아울러 민주, 공화 양당의 유력 대선후보들을 압박하고 있다.

대마초 합법화에 관한 유력 대선후보들의 입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진보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후보는 이미 2001년부터 의료용 대마초 합법화를 주창해왔다. 대선후보로 나선 이후에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주된 이유는 대마초로 인해 범죄자가 양산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한 집회에 참석한 샌더스 후보는 '마약과의 전쟁'이 실패로 귀결되었다고 선언했다.

"수백만의 시민들이 범죄 아닌 범죄로 징역을 살면서 고달픈 인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과감하게 '마약과의 전쟁'이 실패였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단지 대마초를 소지하고 흡입했다고 하여 사회에 첫 발을 내딛지도 않은 수많은 젊은이들을 범죄자로 전락시켜서는 안 됩니다." - 2015년 8월 연설문 중에서

힐러리 클린턴 역시 열린 자세로 합법화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 클린턴은 2014년부터는 의료 목적의 대마초 사용을 적극 지지하기 시작했고, 오락용에 대해서는 각 주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것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공화당에서는 벤 카슨이 그나마 중도적 입장이다. 전직 의사 출신인 그는 의료용 대마초의 합법적 사용을 인정한다.

"치료를 위한 대마초의 사용은 이미 그 효과가 증명된 것입니다. 그러나 오락용으로 대마초를 허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예요. 이것은 사람들에게 약물을 사용하라고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입니다. 나는 이것이 정녕 우리 사회가 원하는 모습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 2104년 1월 인터뷰에서

공화당 젭 부시 후보의 입장은 누구보다 확고하다. 의료용조차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 의료용 합법화는 곧 오락용 합법화로 가기 위한 기만 술책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공화당의 또 다른 유력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후보로 출마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마초 합법화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1990년대부터 모든 약물(마약 포함)의 합법화를 주장해왔다. 약물을 합법화하고 거기서 거두어들이는 막대한 세금으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평소에도 마약을 포함한 약물에 대해서는 매우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한 시사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 어떤 약물에도 손댄 적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유력 후보는 아니지만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는 연방정부의 마약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꾸준하게 지적해왔다.

"대마초를 약물로 규정하니까 우리는 그것이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불법이란 게 다 그렇잖아요. 그런데 대마초보다 훨씬 위험한 약물들이 버젓이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바로 담배와 술입니다. 대마초와 같은 약물은 보건과 관련된 문제이지 범죄로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약물 때문에 너무도 많은 범법자들이 만들어집니다. 합법화되어야 해요. 중요한 건 통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말입니다." - 2011년 12월 인터뷰에서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찬성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지금, 대마초가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궁금하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미국 대선, #대마초, #마리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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