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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열사 생가터에서 전태일공원을 선포한 참가자들은 표지석을 세운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전태일열사 생가터에서 전태일공원을 선포한 참가자들은 표지석을 세운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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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머니가 와서 태일이도 나이가 찼으니 학교 보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해서 청옥고등고민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형은 이곳에서 미싱을 돌리며 벽에 붙여놓은 영어단어를 외웠습니다. 이곳에서 보냈던 시절이 아마 형의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태일 열사의 친동생인 전태삼(65)씨가 1962년 당시 가족들이 함께 살았던 대구시 중구 남산3동 2178-1번지의 파란 대문을 가리키며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당시 살았던 집은 화단으로 변해 있었지만 밑부분이 닳아 떨어진 나무대문은 그대로 있었다.

당시 미싱 두 대와 여섯 식구가 생활했던 집은 깨진 시멘트 조각 밑으로 보일러 호스가 잘린 채 남아 있어 방안의 구들장이었다는 흔적뿐이었지만 전태삼씨는 방안의 구조를 또렷이 기억했다.

전씨는 "당시 구호물자로 들어온 옷을 어머니가 구해오면 면도칼로 옷을 뜯었어요. 그럼 아버지가 재단하고 형이 미싱으로 박음질을 했죠. 그리고 형은 이곳에서 배추밭을 지나 청옥고등공민학교(현 명덕초등학교 자리)를 다녔던거죠"라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가 21일 오후 대구 명덕초등학교 앞에서 형이 다녔던 '청옥고등공민학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가 21일 오후 대구 명덕초등학교 앞에서 형이 다녔던 '청옥고등공민학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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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공원 조성 위한 다양한 활동하겠다"

전태일 열사의 고향 대구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전태일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21일 오후 '아름다운청년 전태일열사 대구시민 문화제추진위원회'는 전태삼씨를 비롯한 30여 명의 참가자와 함께 남산동 옛 청옥고등공민학교가 있던 자리에서 전씨가 살았던 남산동 집과 생가가 있었던 계산오거리를 걸었다.

전태일 열사는 지금은 계산오거리로 바뀐 대구시 중구 남산동 50번지에서 1948년 태어났다. 이후 6.25전쟁이 난 1950년 8월 가족들과 함께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가 서울로 가 생활하다가 1962년 다시 대구에 내려와 1년 7개월을 살았다.

시민추진위는 전태일 열사의 생가터가 있었던 계사오거리 교통섬에 표지목을 세우고 전태일공원을 선포했다. 시민추진위는 "노동이 짓밟힌 오늘 전태일 열사의 고향 대구에서 열사를 기리기 위한 전태일공원 조성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이어 "전태일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우리시대 노동의 희망을 꿈꾸며 앞으로 이 자리에 전태일공원 조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하고 '여기는 전태일 열사의 생가터, 전태일공원 입니다'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가 1962년 당시 살았던 집 앞의 대문을 가리키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가 1962년 당시 살았던 집 앞의 대문을 가리키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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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섭 추진위원장(대구참여연대 대표)는 계산성당 쪽을 가리키며 "생가터를 중심으로 이곳은 도성 밖이다. 지금도 높은 벽이 존재해 우리의 삶을 성문 안의 삶과 성문 밖의 삶으로 갈라놓고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성문을 사이에 두고 성문 안의 사람들과 밖의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도 달랐다. 전태일은 성문 밖의 노동 형제들과 함께 성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성문 벽을 허물고자 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이어 "대구에서 전태일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의식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성문벽을 허무는 많은 사람들이 손을 잡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대구의 전태일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락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장은 "나는 이제 오늘부터 이 지상에 전태일 공원이 존재함을 엄숙히 선언하노라"라고 노래했다. 김 지회장은 "바보 노무현보다 일찍이 가난한 노동자의 삶을 몸소 체험하고 헌신했던 눈이 맑았던 그 소년의 이름을 대구의 시민들과 함께 기억하고자 하노라"라고 말했다.

시인이자 퍼포먼스 작가인 이유선씨가 전태일공원을 선포한 대구시 중구 남산동 50번지 계산오거리 교통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시인이자 퍼포먼스 작가인 이유선씨가 전태일공원을 선포한 대구시 중구 남산동 50번지 계산오거리 교통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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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열사 공원 선포식이 열린 21일 오후 참가자들이 표지목을 세우고 있다.
 전태일열사 공원 선포식이 열린 21일 오후 참가자들이 표지목을 세우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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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선 퍼포먼스 작가는 흰 천에 붉은 꽃입을 뿌리며 전태일 열사를 기리고 참가자들은 전태일공원 조성을 알리는 함성으로 답했다. 시민추진위는 이곳을 정식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대구시 및 중구청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태삼씨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실천이 있었기에 오늘 형의 공원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노동자, 서민, 비정규직, 학생들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목소리가 이곳에 모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추진위는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기억하고 상상하라'는 주제로 전태일 문화제를 열고 독립영과관인 <오오극장>에서 '울타리 밖의 전태일' 시인전을 열었다. 21일 오후에는 '전태일의 정신, 문학의 길'이라는 주제로 작가와의 대화를 가지기도 했다.


태그:#전태일, #기념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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