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안한 외출>을 1시간 30여분 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보았다. 나도 모르게  연신 미소가 피어나고 간간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마지막 장면을 보는 순간 왜 그렇게 아내가 보고 싶었는지, 수능을 보고 논술시험을 준비하느라 요즘 온통 아빠에게 짜증투성이인 딸아이가 어째서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졌는지…. 모를 일이었다. 정말 가족들에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막 샘솟았다.

황선·윤기진 부부가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도합 20년도 넘게 오랜 수배와 옥고를 치렀다. 그런 와중에도 사랑을 키워가고, 두 아이를 낳아 예쁘게 키우며 변함없이 삶을 걸어가는 모습. 다큐멘터리 영화 <불안한 외출>은 이 부부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황선·윤기진 씨가 간절히 바란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니었다. 오직 어린 딸아이들 학교에 마중가는 일, 아이들 발을 씻기고 수저에 김치를 올려주는 행복 정도였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을 영웅시하는 작품이 아니다. 무슨 불굴의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부각하지도 않는다. 국가 폭력에 의해 고통을 받아온 한 부부를 통해, 가족과 오순도순 살아가는 생활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보여준다. 자칫 이런 행복을 유린할지도 모르기에, 국가가 권력을 얼마나 신중하게 행사해야 하는지를 설득적으로 주장한다.

이 화제작 '불안한 외출' 극장 개봉을 위한 텀블벅(바로가기) 펀딩 모금이 지난 19일자로 80%에 도달했다.

펀딩마감은 오는 23일 월요일 자정이다. 나머지 20%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번 펀딩은 무효가 되어 극장 개봉이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과 제20회 서울인권영화제 초청작으로 관객과 평단에 호평을 받았는데, 신은미, 황선의 통일콘서트 문제가 불거지면서 영화계관계자들이 몸을 사리게 됐다. 극장 개봉에서 이런 영화가 배제되고 진입장벽이 높아져서 안타깝다. <불안한 외출>을 개봉해서 국가에 의한 인권억압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꼭 하고 싶다."

황선·윤기진 부부의 수배생활부터 지금까지 근 10여 년 촬영을 통해 영화를 만든 김철민 감독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런 간절한 바람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위협이 되는 개인, 단체, 정당 등에 '종북세력'을 운운하는 실정이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 정부는 전원사법처리 방침을 재확인할 뿐이다. 정부의 이런 태도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과 상처를 주는지 <불안한 외출>은 담담한 장면을 통해 ㅇ히려 절절하게 느끼도록 한다.

시사회는 오는 24일 8시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서 진행한다.

'불안한 외출' 영화 포스터 불안한 외출 안내 포스터

▲ '불안한 외출' 영화 포스터 불안한 외출 안내 포스터 ⓒ 이창기



덧붙이는 글 장르 : 다큐멘터리
감독 : 김철민
제작 : 다큐창작소
배급/홍보 : 홀리가든
러닝타임 : 90분
개봉일 : 2015년 12월 예정
공식블로그 : http://anxiousdayout.tistory.com
공식트위터 : @docucow
공식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anxiousdayout

이 기사는 <자주시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불안한 외출 인권 공안탄압 종북몰이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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