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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 축제장에 온 손님들 모습
▲ 가파도 선착장 청보리 축제장에 온 손님들 모습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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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상동 선착장에는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마라도에 가려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둘레길 등 힐링 차원에서 국내외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파도를 아시는가. 많이 들어봤는데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갸우뚱 할지 모른다. 그럼 마라도는 아시리라. 제주도 모슬포 항에서 가면 만나는 우리나라 남쪽 끝 섬이다. 가파도는 모슬포항과 마라도 중간에 있다. 섬 크기도 마라도보다 2.5배나 큰 섬인데도 그저 어느 조그만 섬 하나쯤으로 치부되고 있다.

워낙 마라도가 유명세를 탄 덕택에 같이 제주도 남단에 있으면서도 가파도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제주도 부속도서 중 네 번째로 큰 섬인데도 말이다. 섬 형태는 가오리 형상이다. 섬 최고점이라야 고작 20m다. 구릉이나 단애가 없다. 섬이 작고 나무가 별로 없는데도 물 사정은 좋다. 가파도 명칭은 섬 전체가 덮개 모양이라서 '개도' '개파도' '가을파지도' '더위섬' '더푸섬' 등등으로 불려왔다.

가파도의 역사

청보리 축제 시작하는 날의 무대
▲ 가파도 상동에서 청보리 축제 장면 청보리 축제 시작하는 날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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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는 1750년(영조 26) 제주 목사가 나라에 진상하기 위해 소 50마리를 방목하면서 키우려고 40여 가구 주민들이 들어오면서 살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무인도였던 가파도에 이때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물론 과거에도 사람들이 살았지만 왜구 등 약탈로 공도정책을 쓰기도 했다.

70~80년대 남북대치가 극에 달하던 시절 간첩들의 잦은 출몰과 안보를 위해 육지나 큰 섬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어렵게 밭을 개간해 터전을 잡으면 제주도 본도로 쫓겨 나갔다. 멀고 외딴 섬의 역사는 '단절의 수난사'의 연속이었다. 공도정책으로 강제로 쫓겨나기도 했지만 반대로 섬을 탈출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도록 하는 시절도 있었다.

이주의 자유가 제한된 천민들은 이전의 자유를 빼앗기고 살았다. 제주도는 1629년~1830년 '출륙 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래서 가혹한 공납과 관리의 수탈에 못이겨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었다. 출륙 금지령은 제주도 사람들을 섬사람이라고 낮춰 보고 주민들을 유배인으로 만들었다. 가파도는 고부 이씨 가구를 비롯해 경주 김씨, 김해 김씨 등이 많은데 과거에는 도내 혼인을 많이 해서 겹사돈을 맺는 경우도 많다. 친인척들로 구성된 '남이 안 사는 섬'이었다.

선사시대의 유적인 고인돌이 많이 남아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살았던 내력은 신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내 180여 기의 고인돌이 있는데 그 중 135기가 가파도에 있다. 주민들은 이 고인돌을 '왕돌'이라 부른다. 이 왕돌은 전형적인 남방식의 고인돌로 판석도 없이 지하 묘실을 만든 다음 돌을 놓고 그 위에 큰 덮개돌을 올려놓은 것이 특징이다.

18만평 청보리밭 관광객 쇄도

어느 행복한 가족 기념 촬영
▲ 가파도 청보리 밭 어느 행복한 가족 기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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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는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 우도에 가려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바로 아래 4.9km 거리에 있는 마라도의 인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토 최남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마라도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이 있어도 가파도는 어디에 있는 섬인지도 몰라 존재감이 없던 섬이다.

관광객들에게 외면받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청보리 피는 봄이면 가파도는 관광객들이 붐빈다. 가파도 '청보리 축제'와 함께 '탄소 없는 섬'이 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어서다.

18만평 보리밭으로 유명한 섬 가파도는 섬 중에서 가장 낮은 해발 20.5m다. 제주도에는 우리나라 가장 높은 한라산과 가장 낮은 가파도가 있다. 제주를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한라산 등산을 하면서도 가장 낮은 섬인 가파도에는 관심이 없었다.

가파도를 찾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올레길을 걷기 위해 온다. 예전 가파도는 이웃 섬인 국토 최남단에 있는 마라도를 가면서 지나가거나 잠깐 들르는 섬이었다. 올레길이 생긴 다음 마라도와 우도처럼 사철 수많은 관광객이 가파도를 찾아온다.

해양성 기후로 인해 밭작물이 잘되는데 겨울철에는 가파도의 자랑인 청보리가 푸릇푸릇하다. 다른 지역보다 일찍 봄이 찾아온 4월이면 가파도는 온통 초록빛으로 물이 든다. 3주간 청보리축제가 열린다. 벌써 6년이 넘었다.

저전거로 30분이면 가파도를 돌아볼 수 있다.
▲ 가파도 둘레길을 달리는 자전거 여행객들 저전거로 30분이면 가파도를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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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기간 동안에 보리를 주재로 가파도 역사와 자연과 독특한 양식의 생업문화를 볼 수 있다. 가파도 보리밭 사이로 만들어진 '제주올레 10-1코스'가 힐링공간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올레길은 보리밭 사이로 난 들판을 따라 섬 한가운데를 가는 길과, 해안선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코스가 있다. 두 길 다 2, 3시간이면 충분하다. 해발고도가 20m로 오르막이 없어 숨이 차거나 땀흘릴 일이 없다. 가파도 올레길은 상동포구-냇골챙이-청보리밭 B코스는 가파초교-청보리밭 A코스는 개엄주리코지-하동포구로 이어진다.

가파도의 또 하나의 매력은 청보리와 함께 제주의 봄을 상징하는 유채꽃도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유채꽃이 활짝 펴 청보리와 함께 노란 꽃세상으로 변한다. 구멍 크게 뚫려 쌓은 밭의 돌담들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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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행 손님들에게 장사하는 각설이 모습
▲ 가파도 행 여객선이 출발하는 모슬포 항구 가파도 행 손님들에게 장사하는 각설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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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처음 방문했던 가파도. 제주도라는 커다란 섬 속의 섬 가파도를 향해 가던 날 바다는 더없이 잔잔하고 짙푸르렀다. 투구처럼 우뚝 솟아오른 삼방산과 웅장한 송악산이 보인다. 그 산 너머로 한라산이 푸른색으로 여행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웃 섬인 마라도가 손에 잡힐 듯 떠 있다. 날씨가 좋아 산과 바다 섬들의 모습이 다른 날보다 선명하다.

상동 선착장에 내리면 해안을 따라 가는 길과 섬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가는 길이 있다. 이국적인 냄새가 가득한 야자수 사이를 지나 밭길로 접어든다. 가파도는 지형이 낮아 바다와 수평선을 이룬다.

섬 전체가 산과 언덕이 없다. 섬의 가장 높은 곳이 불과 20.5m라니. 태풍이 불면 섬은 물에 잠길 것만 같다. 가파도는 지형상 물 사정이 좋지 않다. 식수는 지하수이며 빗물을 큰 통에 받아 사용한다. 2005년 해수담수화 시설이 완공돼 하루 150톤의 물이 생산돼 물 문제는 해결됐다.

동네는 윗마을(상동)과 아랫마을(하동)로 나뉘는데 윗마을에는 자연방파제로 운치가 넘치는 부두가 있다. 섬의 중심지는 하동마을로 두 개의 구멍가게, 경찰초소, 복지회관, 초등학교, 보건 진료소, 해수 담수화 시설, 태양광 발전소, 식당이 있다.

제주도 본도 쪽을 향하고 있다.
▲ 가파도 하동 신당 제주도 본도 쪽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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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주변에는 뒤시여, 불락코지, 멸통안, 까마귀돌 등도 있다. 등대는 남부르코지에 있다. 상동 포구에는 작은이끈여, 이개덕, 평풍덕, 개엄주리코지, 큰옹짓물 등이 있다. 상동 그 윗편 언덕배기에는 걸터앉기만 해도 날씨가 나빠진다는 '보름바위'가 있다.

마을사람들이 날씨에 얼마나 민감했는지 말해준다. 섬 해안은 대부분 암석을 이루고 있으며 제주 본도와 이웃 마라도와 같이 화산석인 까닭에 돌출적으로 그려내는 자연풍광이 여느 섬과는 분명 다르다. 이 가운데 검은 조약돌이 널려있는 서북쪽 '조약돌 해안'은 으뜸으로 꼽힌다.

주변 해역에는 어로자원이 풍부하다. 연안 일대에는 자리돔 어장이 형성돼 있다. 모슬포 일미 '자리회' 산지이기도 하다. 이밖에 갈치, 소라, 성게, 오징어, 전복, 해삼, 해조류 등이 철따라 잡힌다. 풍부한 어족으로 입질이 좋은 가파도 해변을 찾는 강태공은 날로 늘고 있다.

가파도의 주변은 예로부터 황금어장으로 손꼽힌다. 이 어장은 구한말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정치 현안 문제로까지 대두됐었다. 1886년 일본 잠수기업자들이 정착하면서 발달하기 시작한 잠수(해녀) 물질에 일본의 잠수기선이 불법으로 드나들며 노략질해가곤 했는데 그 도가 지나쳐 가파도 주민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였다.

북쪽 하도포구는 30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만조 및 간조에 조고 차이가 크고 수심이 얕아 큰 불편을 겪는다. 불규칙적으로 돋아난 바다속 화산암초는 간 큰 선장이라 해도 마음 놓고 접근하지를 못한다.

유적으로 조개무지·선돌·고인돌군 등이 있고 해녀 노젓는 소리, 방아질소리, 맷돌질소리 등의 민요가 전해진다. 민간신앙으로는 음력 정월에 천제와 풍어제를 지낸다. 섬 전체를 통틀어 식당 하나에 민박 하나 뿐이다. 낚시꾼 아니라면 길을 잘못 든 여행객만 찾는다는 가파도는 영락없이 바다 위 오지마을이다.

남태평양 거센 바람에 군데군데 무너져 내린 돌담은 그대로 물결 모양을 이룬다. 고인돌과 주변에 전통무덤들이 옹기종기 보인다. 그 무덤들을 보니 문득 섬을 떠나지 못해 흘렸을 망자들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가슴이 먹먹해 온다.

태왁을 손질하는 가파도 해녀
▲ 가파도 주민 태왁을 손질하는 가파도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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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모슬포항에서 하루 세번 왕복 (09:00ㆍ11:00ㆍ14:00ㆍ16:00), 가파도 출발(09:20ㆍ11:20ㆍ14:20ㆍ16:20) 15~20분 소요

덧붙이는 글 | 전남일보



태그:#마라도, #모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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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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