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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 대형 인쇄소에서 수만 장의 찬성 의견서 출력·인쇄 작업이 이뤄져 당일 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경향신문>은 지면 1·2면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견수렴 마감날 자정 직전 교육부에 찬성 의견서가 수만 장 담긴 박스가 '올바른 역사교과서 국민운동본부(올역사)'라는 단체 명의로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개인 의견이 아니라 국정화 지지 세력이 일괄적으로 출력한 인쇄물이 들어있었다.

서울 여의도의 한 대형 인쇄소 관계자는 18일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행정예고 마감일인) 지난 2일 오전 '오늘 밤 12시 전 세종시에 배달까지 끝내야 한다'는 4만부의 인쇄물 주문이 급하게 들어와서, 작업해 교육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문자가 넘겨준 파일로 밤 9시 넘어서까지 출력 작업을 했고 대여섯 곳(인쇄소)에서 택배로 전달받은 인쇄물까지 합쳐 교육부에 배달했다"며 "(올역사) 스티커가 붙은 박스들이 우리 인쇄소에 전달됐고 인쇄물을 거기에 담아 교육부로 보냈다, 트럭도 우리가 빌렸다"고 덧붙였다. 

"명의 도용 정황 드러난 찬성 의견서, 양정호 교수가 주도"

10월 1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 김희규 신라대학교 교수.
 10월 1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 김희규 신라대학교 교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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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인쇄소 관계자는 '최종 오더는 서울의 대학 교수님에게서 왔다'고만 밝혔으나, 이 교수는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로 알려졌다"며 "국정화 여론수렴 마지막 날 급히 찬성 서류 작업을 진행한 정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양정호 교수(성대 교육학과)는 박근혜 정부 출범 때 새누리당 행복교육추진단 추진위원을 지냈고, 지난달 16일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모임' 102인 성명에 이름을 올린 뒤 국정화 지지 활동·발언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의원 보좌관들이 정부세종청사 교육부를 방문해 확인한 15만 여장의 국정화 찬성 의견·서명지에는 ▲ 같은 필체로 10여 명씩 다른 이름·주소가 적힌 것 ▲ 찬성 이유와 양식이 같은 의견서에 이름만 다른 것 ▲ 찬성 의견서를 보낸 적 없는 사람이 포함되는 등 무더기 조작·명의도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또 애초 찬성 의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던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이와 관련 12일 교문위 소속 김태년 의원실에 '의견서를 낸 적 없다'는 답변을 해와, 명의를 도용 당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관련 기사: '교육부 행정예고 의견 열람보고서' 살펴보니... 명의도용 의혹).

박스들을 트럭째 교육부에 전달한 '올역사'는 공식 발족한 적도 없고, 국정화 지지 활동을 하는 핵심인사들도 알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단체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역사교과서개선특위 간사)이 주최한 세미나에 주관단체로 참여했으나 강 의원 측은 "양 교수가 세미나를 모두 주도했다, 우린 모른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행정예고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대량의 찬성 의견서가 도착하리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이와 관련한 분류 작업을 직원들에게 문자로 공지해, '올역사'가 주도한 찬성 의견서가 정부 측과 사전에 교감한 내용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안식년 중인 양 교수는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으나,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이 한 수차례 전화·문자에도 답하지 않았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국정화 찬성, #국정화 찬성 조작, #국정 교과서, #교과서 국정화, #국정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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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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