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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손 붙잡고 기도하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와 수녀, 신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악 반대 비상시국기도회'에 참석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노동자의 현실을 걱정하며 기도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미래 세대의 역사관마저 왜곡시키려 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정부는 오로지 유신의 부활과 권력 영구화만을 꿈꾸고 있다"고 규탄했다. ⓒ 유성호
십자가 앞세우고 시국기도회 입장하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악 반대 비상시국기도회'에 입장하고 있다. ⓒ 유성호
"살기 어린 물대포의 만행에서 보았듯이 이제 모든 국민은 조준 대상이고 가차없는 타격의 목표물입니다."(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인국 신부)

종일 내린 비로 발밑이 진흙탕이었지만 몰려든 1000명의 인파는 선 채로 우산을 쓰고 버텼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미사 시간 동안 발을 빼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6일 저녁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노동개혁을 비판하는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있었던 경찰의 과잉진압도 강하게 질타했다. 사제단 주최로 시국기도회가 열린 것은 지난 2013년 9월 국정원 해체 요구 이후 2년 만이다.

"국정교과서, 우리 눈 멀게하는 독재자의 대침"

노동개악 반대 위해 기도하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와 수녀, 신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악 반대 비상시국기도회'에 참석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노동자의 현실을 걱정하며 기도하고 있다. ⓒ 유성호
백남기씨 걱정하는 농민들 "강신명 경찰청장 파면하라"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악 반대 비상시국기도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씨를 걱정하며 강신명 경찰청장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사제단은 이날 기도회에 앞서 군중들에게 진행순서가 적힌 안내문과 함께 '역사교과서 국정화 거부', '유신부활 절대 안 돼'라고 적힌 손팻말을 배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유신 수준의 폐해를 낳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강론 대부분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하는데 할애했다. 사제단은 "백성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아예 백성의 눈동자를 뽑아버리려고 대드는 게 오늘의 정치이자 통치"라고 질타했다.

"민주주의 할 때 쓰는 '백성 민(民)'자는 고대에는 눈이 먼 사람을 가리키는 글자였다고 합니다. 커다란 눈에 바늘을 찔러놓은 형상을 그린 글자가 백성 민이라는 것입니다. (눈에 바늘이 박힌) 백성들은 사물을 왜곡해서 바라보지만, 의심은커녕 확신에 차서 독재자를 편들게 됩니다. 국정교과서는 우리의 눈을 멀게 하려는 독재자의 대침입니다."

사제단은 국정화 역사교과서가 학생들의 인식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올바른 교과서'는 유신독재를 '민주주의 제한정책'이라고 호명하고 있다"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 인간을 저는 얼이 빠진 사람, 얼간이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성경을 인용한 강도 높은 경고도 나왔다. 사제단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성경에는 백성의 눈을 가리는 정치를 일삼다가 종국에는 눈알이 뽑혀 제 나라에서 쫓겨난 임금의 이야기(열왕기 하권 25장 1절부터 7절)가 전해진다"면서 "섬뜩하겠지만, 꼭 읽어보고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국기도회에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있었던 경찰의 불법 진압을 규탄하는 손팻말들도 다수 보였다. 가톨릭농민회 전 부회장인 농민 백남기씨는 이 행사에서 경찰이 조준 사격한 '캡사이신 물대포'에 맞아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기도회에 온 참가자들은 참석 이유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꼽았다. 일부 참가자들은 백씨에 대한 경찰의 폭력을 거론하기도 했다. 성북구 보문동에서 온 김미희씨는 "경찰이 쓰러진 사람에게 물대포를 쏘는 동영상을 봤는데 너무 화가 났다"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집회가 생기면 거기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빗속 비상시국기도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와 수녀, 신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악 반대 비상시국기도회'에 참석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노동자의 현실을 걱정하며 기도하고 있다. ⓒ 유성호
국정화·노동개악 반대 천주교 시국기도회 입장하는 사제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악 반대 비상시국기도회'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거부'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 유성호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박근혜, #정의구현사제단, #시국기도회,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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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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