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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배달의 민족'에서 진행하는 배민아카데미에서 개근상을 받은 홍이치킨 이동훈 사장(오른쪽)이 10일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수료식에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에서 진행하는 배민아카데미에서 개근상을 받은 홍이치킨 이동훈 사장(오른쪽)이 10일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수료식에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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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교육을 받으러 자리를 비워 배달 대행을 이용했는데 제 시간에 치킨 배달을 못했더라고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금요일에 시키신 금액을 전부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경기도 평택시 홍이치킨 사장 이동훈씨가 지난 1일 배달 앱 '배달의 민족' 가게 게시판에 올린 사과문이다. 대신 이씨는 지난 2월부터 10월 말까지 진행된 '배달의 민족' 사장님 교육 프로그램인 '배민아카데미'에 매달 두 차례씩 빠짐없이 참가해 '개근상'을 받았다. 이렇게 배민아카데미를 졸업한 치킨집, 중국집, 피자집 사장님들은 모두 82명. 이들이 바쁜 가게 일까지 제치고 공부 삼매경에 푹 빠진 까닭은 무엇일까?

사장님들 모아 교육했더니 '우수 업소'로 쑥쑥

배민아카데미 1주년을 기념하는 '자란다 데이' 행사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렸다. 국내 스마트폰 배달 앱 1위인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봉진)은 지난해 10월부터 '꽃보다매출' 100일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사장님 회원'들에게 업소 운영 성공 노하우를 전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 평가와 리뷰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온라인 소통에 익숙하지 않은 오프라인 사장들을 위한 배려다. 실제 수료생 상당수는 교육 기간 도중 '배달의 민족' 우수업소로 잇따라 뽑혔다.

이날 행사 주인공도 전국 곳곳에서 외식업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이었다. 올해 처음 진행된 배민아카데미 기본과정, 고급과정 수료생들뿐 아니라 '하루 청강생'까지 사장님 150여 명은 이영석 총각네야채가게 대표, 이재욱 피자알볼로 대표, 양종훈 달봉이치킨 대표 등 인기 강사들에게 업소 운영 성공 스토리와 '꿀팁'을 전수받았다.

이른바 '장사의 신(神)'들에게 왕도는 따로 없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열정'과 '정직', 그리고 손님과 종업원을 향한 '섬김'을 강조했다. 

지난 2009년 이화여대 앞 노점에서 출발한 지 6년 만에 전국 100여 개 매장에서 '밀가루 떡볶이' 맛을 퍼뜨리고 있는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가 말하는 장사 잘하는 법 3가지도 맛과 위생 그리고 서비스였다.

김 대표는 특히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명 선언문을 보여주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기술이나 돈이 아니다, 난 잡지 못할 이상보다 현실에만 관심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직원을 사랑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러다 직원들 집들이에도 가고 깊은 얘기도 하다 보니 서로 관계가 회복되고 회사도 성장하고 있다"면서 직원과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영석 총각네야채가게 대표도 지역 사회에 수억 원씩 이익을 환원하면서도 종업원은 노예처럼 부린다는 한 유명 제과점 사례를 언급하면서 "자신과 관계없는 지역 사회보다 가게를 함께 성장시킨 직원에게 투자하라"면서 "직원들 집에 자주 놀러가서 아이들 책상이 낡았으면 조용히 새 것으로 바꿔줘라, 그게 진짜 돕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사의 신' 노하우는 직원-손님과의 활발한 소통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배민아카데미 '자란다 데이'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왼쪽 빨간색 재킷 차림이 만학도상을 받은 한남순 동수마늘보쌈 사장이다.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배민아카데미 '자란다 데이'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왼쪽 빨간색 재킷 차림이 만학도상을 받은 한남순 동수마늘보쌈 사장이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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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이태원, 대학로 등에 막걸리 전문점을 6년째 운영하는 이어영 월향 대표는 "외식사업에서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열정은 당연한 거고 소비자들에게 어떤 스토리로 우리 가게를 어필할지가 중요하다"면서 "지금 잘하는 것보다 5년 뒤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한데, 좋은 사장은 직원과 같이 회식하고 워크숍 가는 사장이 아니라 살아남아서 직원들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사장"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이 대표는 "현장에서 가게를 지키면서 손님을 직접 만나고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면서 "장사하려면 소비자, 대중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꼭 알아야 하기 때문에 SNS는 꼭 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파워블로그' 이종성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수십 년 (경험) 혹은 수백 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 산전수전 다 겪은 장사의 신들이 말해주는 이야기에는 뭔가 세고 터프한 이야기들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이 말해 준 성공의 원칙은 정직, 사랑, 섬김, 열정, 도전, 도움 같은 것들에 관한 것이었다"면서 "그래 5년간의 걸음이 헛되지 않았구나, 잘 걸어가고 있구나, 용기와 힘을 얻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수료생들은 대부분 모바일 소통에 익숙한 30~40대였지만 자녀들 도움까지 받아가며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60대 사장님도 눈에 띄었다. 특히 서울 성북구 길음시장에서 동수마늘보쌈을 운영하는 한남순(61)씨에게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이날 최고령 수료생에게 주는 '만학도상'을 받은 한씨는 "아들에게 다들 나이가 어린데 나 혼자 나이가 많더라고 했더니, 엄마가 잘 하니까 열심히 교육받으라고 하더라"면서 "그동안 교육도 많이 받고 배울 점도 느낀 점도 많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인성 우아한형제들 마케팅담당 이사도 "그동안 배민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여러 사장님들에게 많은 걸 배웠고 에너지도 얻었다"면서 "앞으로도 같이 잘 살아보자"고 화답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8월부터 손님이 '배달의 민족' 앱으로 직접 음식 값을 결제할 때 음식점에서 받던 10% 정도 수수료를 없애 화제가 됐다. '요기요', '배달통' 등에 이어 카카오까지 배달 앱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사장님들 마음잡기에 나선 것이다(관련기사: '배달의 민족' 수수료 포기, '카카오 배달' 때문에?).

세상에 공짜는 없다. 배민아카데미도 결국 외식업체들과 공존하면서 함께 성장해야 하는 배달 앱 업체에게 '숙명'과 같은 사업인 셈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배달의 민족, #배달 앱, #배민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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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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