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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
| ⓒ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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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 4일 한국사 국정교과서 개발방향 등을 밝히는 국사편찬위원회의 기자회견에 대표집필진 중 한 명인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의 참여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지난 3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정치권 불간섭 원칙'을 세웠던 것과 달리, 청와대가 국정교과서 개발에 사실상 관여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같은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당사자'인 최 교수 본인의 발언으로 밝혀졌다. 5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현 수석은 지난 4일 오전 최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최 교수는 국사편찬위원회의 기자회견에 배석하기로 했으나 제자들의 만류로 참석하지 못한 채 술을 마시고 있던 상황이었다. 최 교수는 이를 이유로 기자회견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현 수석에게 전했다. 그러나 현 수석은 "술을 마셨어도 나와줬으면 좋겠다"라고 부탁했다.
이와 관련, 최 교수는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기자들이 불만이 많다고"라며 "청와대에 현정택이라는 친구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 "(현 수석이) '기자들이 불만이 많아 몰려갈지 모른다'라고 경고했다"라면서 "청와대에서 관여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청와대가 국정교과서 대표집필진인 최 교수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는 등 '관리'에 나섰다는 정황이다. 무엇보다 현 수석은 지난 3일 '정치권 불간섭 원칙'을 세웠던 고위 당정청 회의의 참석자 중 한 명이었다. 당시 당정청은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 문제는 전문가에 맡기고 여야 정치권은 여기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마련, 국정 교과서가 최종 발행될 때까지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정면 부인하고 있다. 현 수석은 <노컷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최 교수와) 아는 사이지만 통화한 사실은 없다"라고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5일) 기자들과 만나, "(현 수석이 최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은) 제가 알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 대변인은 "현 수석에게 직접 확인하진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안 해봤다"라고 답했다.
국정교과서 문제는 청와대가 아니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서 책임질 일이란 입장도 반복됐다.
정 대변인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에) 국민불복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했는데 청와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교육부에서 (관련 입장을) 배포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청와대는 어제 말씀드린 대로 민생과 가뭄대책, 경제활성화에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점점 커지는 '밀실 편찬' 우려, 고대사 집필진 부각시키니 '위쪽'에서 좋아해?한편, 최 교수가 자신을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방패막이'라고 밝힌 대목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자신의 집필진 참여 경위를 묻는 질문에 "말이 대표지, 진짜는 근현대사를 다루는 사람들이 대표집필진"이라며 "나를 끌어들여야 김 위원장이 산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 3일 자신이 집필진으로 참여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가서, 오늘 아침 김 위원장을 만나면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 사표를 내겠다'고 말하려 했다"라며 "그런데 김 위원장이 '선생님, 아주 잘하셨다, 위쪽 평가가 좋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얘기를 듣는데 황당했다"라며 "그냥 (난) '방패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즉, 논란의 여지가 적은 고대사를 다루게 될 자신은 그저 '얼굴마담'에 불과할 뿐이고 그 같은 점이 부각된 것을 '위쪽'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발언이었다. 최 교수 역시 "나는 국사편찬위원회를 도와주려 한다"라면서 "내가 어제와 오늘 모두 훌륭하게 다 막아줬으니 그 사람들이 고마워 해야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최 교수의 발언은 기왕의 '밀실 편찬' 우려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라고 했지만 전날(4일) 기자회견에서 최몽룡·신형식 교수 단 두 명만 대표집필진으로 소개했다.
가장 주목되는 근현대사 집필진 공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이와 관련, "공고가 끝날 때까지는 그분들을 편안하게 해드릴 필요가 있다"라며 추가 공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