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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메니스탄에서 2017년 개최되는 실내 무술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수도 아슈가바트의 미관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약 5만 명 이상이 강제 퇴거 당했음을 나타내는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위성사진 분석 결과 2015년 3월부터 4월 사이 아슈가바트 인근 초간리 마을에서 1가구당 평균 5인이 거주하던 주택 5000가구가 파괴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9월에는 1만 채 이상의 주택이 있던 마을이 완전히 폐허가 됐고, 현재까지도 아슈하바트 곳곳에서 철거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 4월 28일 수도 아슈가바트 외곽의 초간리(Choganly)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 지난 2014년 3월 14일 사진과 비교해 변화가 감지되지 않은 곳은 초록색, 건물이 사라지는 등 변화를 보인 곳은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2015년 4월 28일 수도 아슈가바트 외곽의 초간리(Choganly)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 지난 2014년 3월 14일 사진과 비교해 변화가 감지되지 않은 곳은 초록색, 건물이 사라지는 등 변화를 보인 곳은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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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크리보셰프(Denis Krivosheev) 국제앰네스티 유럽중앙아시아 부국장은 "이번에 철거된 지역 대부분이 아시안게임 개최를 계기로 교외에서 일자리를 찾아왔거나 이미 다른 곳에서 강제 퇴거된 사람들이 모여있던 마을"이라며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명백한 국제인권기준 위반인 강제퇴거와 불법 철거를 즉시 중단하고, 피해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대체 주거지를 시급히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가 분석한 위성사진은 세계에서 가장 어둠 속에 감춰져 있는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다.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Gurbanguly Berdymukhammedov)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독재자였던 전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공포 정치를 통해 국민의 숨통을 조이며 실권을 유지하고 있다. 감시가 만연하고 정부에 반대하는 의견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자신과 주변인들의 안위를 위협하면서까지 감히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14년 3월 10,052건으로 추산되던 건물 수가 2015년 4월에 5,604건으로 줄었다. 13개월동안 47만5,000㎡ 4,898건에 달하는 주거지가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3월 10,052건으로 추산되던 건물 수가 2015년 4월에 5,604건으로 줄었다. 13개월동안 47만5,000㎡ 4,898건에 달하는 주거지가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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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인권감시단체는 투르크메니스탄으로의 입국이 금지된 상태다. 그러나 조사관들의 노력으로 전화 인터뷰 및 신뢰성 있는 소식통을 통한 증언과 철거 현장이 담긴 위성 사진 등을 수집할 수 있었다. 퇴거당한 초건리 주민들은 당시 정부와 경찰이 "탱크처럼 들이닥쳐" 마을 사람들을 강제로 퇴거시켰다고 말했다.

한 마을 주민은 "이제 사람들은 그곳에 가서 오열만 할 뿐"이라며, 마을 사람들의 주택 허가는 무참히 무시당했고, 불도저로 밀린 옛 집 터로 돌아가 슬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철거 당시 정부 관계자들이 집에 들이닥쳐 가족들과 함께 당황한 아이들까지 모두 쫓아내던 모습이 아수라장과 다름 없었다고도 증언했다.

데니스 크리보셰프 부국장은 "강제퇴거는 주거권을 보호할 것과 적절한 법적 및 절차적 안전 조치에 따를 것, 퇴거 명령에 공포와 박해 없이 반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것 등을 명시한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최후의 수단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의 강제퇴거는 국제인권기준을 전혀 따르고 있지 않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의 강제퇴거는 국제인권기준을 전혀 따르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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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무하네도프 대통령은 아시아 올림픽위원회에서 주관하는 2017년 실내무술 아시안게임 개최를 앞두고 수도 아슈가바트를 현대화하기 위한 개발 계획을 직접 감독하고 있다. 베르디무하네도프 정권은 투르크메니스탄에 매장된 다량의 석유와 가스로 힘을 얻고 있으며, 이번 아시안게임 개최는 투르크메니스탄의 국제적인 입지를 더욱 개선시킬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국제 앰네스티는 투르크메니스탄과 관계된 모든 정치적 또는 경제적 협력사업이 전반적인 인권침해행위에 일조하지 않도록 각국 정부와 기업에 촉구하고 있다.



태그:#투르크메니스탄, #아시안게임, #강제퇴거, #국제앰네스티, #아슈가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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