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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너무 짜증나요!"
"에이씨!"

잘 있던 아이가 말 한마디에, 한 번의 행동에 폭발합니다. 폭발의 원인은 바로 그 순간이 아닌데, 그 전에 있었던 어떤 일로 인해서인데, 순간의 감정만 보게 됩니다.

"쟤 때문이에요, 먼저 시비 걸었어요. 난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아이는) 항상 끓는 용광로입니다. 조금만 틈이 있으면 뜨거운 용암이 새어 나오다가 곧 폭발하듯 분출합니다. 아이들의 상황을 잘 모르시는, 정확히 말하면 나의 어린 시절을 잊어버리신 분들은 이렇게 평합니다.

"요즘 것들은 배불리 자라서 버릇이 없어. 어디 감히 어른에게! 내가 어릴 적엔 말이야. 어른들 말씀에 토 하나 안 달았어!"

이 말이 사실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는 사춘기 시절을 정말 아무런 돌출행동 없이 보냈다면, 그것은 성공적인 삶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에너지는 언젠가는 터지게 마련이니까요.

차라리 어릴 때, 사춘기 때 아픔을 겪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멋 모르는 어린 시절, 사고 한번 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께 대들어도 보고, 선생님들께 대들어도 보고, 친구들에게 크게 화도 내어보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한 학생이 일이 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자리에 없었습니다. 전 당연히 '일 보고 오겠지' 라고 생각하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잠시 후 한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용샘(용 선생님), 수업 중 미안한데요. 저 학생이 여친(여자친구)이랑 시청각실에서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겁니다. 수업시간이라 여자애를 데리고 나오는데 조금 싫은 소리를 했더니 소리를 지르며 저렇게 화를 내며 돌아다니고 있어요. 알고 계시라고요."
"네, 잘 알겠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그 남학생은 씩씩대며 옆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 불렀습니다.

"용자야. 시간 있나? 샘이랑 이야기 좀 할까?"
"네."
"그럼 다음 시간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오너라. 샘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네."

조금 있다가 아이가 왔습니다.

자전거를 탄 아이, 기분이 풀렸을까요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을 달리는 아이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을 달리는 아이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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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야. 자전거 탈줄 아니?"
"네? 네."
"그럼 샘 자전거 타고 저 논두렁에 다녀오도록 해라."
"네? 네."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을 달렸습니다. 한 바퀴 돌고 왔을 때 다시 한 바퀴 더 돌고 오라고 했습니다. 힘껏 타고 오라고 했습니다. 두 바퀴를 돌고 나서 아이가 왔습니다.

"샘, 허리가 너무 아파요."
"그렇제? 의자가 샘한테 맞게 되어있어서 그렇다. 그래, 기분은 좀 괜찮으냐?"
"네. 선생님."

둘이 앉아서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했고 아이는 충분히 열려있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어때?"
"네, 선생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이는 웃으며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순간의 감정을 보고 아이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해 보입니다. 왜 아이가 폭발했는지 섬세히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하루 아이들의 폭발이 긴장되긴 하지만 그 폭발의 해결을 도왔을 때의 보람과 후련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철이 없지 않습니다. 단지, 마음을 읽어주는 이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보고 말을 안 듣는다. 미쳤다고 평하기 전에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닌 마음의 외침에 얼마나 귀 기울였는지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아이들을 대하며 저 또한 성장함을 느낍니다. 교사는 분명 힘든 직업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는 직업입니다. 아이들과 투닥투닥하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저는 행복한 교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대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사춘기, #중학생, #대안학교, #대안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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