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6일 오후 9시 56분]

 5일 저녁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서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5일 저녁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서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성하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을 대폭 삭감했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영화제 현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지난 1일 개막식 레드카펫으로 입장하지 못했고, 5일 영진위가 주최한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는 국내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 항의의 뜻으로 불참하자는 이야기가 돌며 참석하지 않은 영화 관계자들이 많았다.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1일 개막식에서 레드카펫 대신 다른 출입구로 입장했다. 자리도 지정되지 않아, 김 위원장은 "대충 앞자리에 앉았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의전 차량을 이용해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 등 핵심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레드카펫으로 입장해 포토월에 서던 과거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공식 초청장을 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영진위가 올해 지원금을 대폭 삭감한 마당에 귀빈으로 환대할 수는 없지 않냐"면서 "그렇게 환대하는 게 더 어색하고 이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프로그래머는 "초청장은 전달했다"고 밝혔다.

5일 오후 8시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는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용관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나 인사말은 김세훈 영진위원장, 서병수 부산시장, 김동호 부산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순으로 이어졌다. 이용관·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은 단상에 오르지 않은 채 참석자들과 간단한 인사만 나눴고, 부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은 불참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이날 행사는 해외 참석자들을 위한 통역이 원활치 않아 부실한 준비였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예산 삭감에 대한 항의로 영진위 행사에는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한 영화평론가는 "영진위 행사에 불참해야 한다는 말이 돌아서인지 주요 영화인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인근 해운대 바닷가 건물 옥상에서 열린 '한국독립영화의 밤' 행사에는 배우 곽도원과 윤동환, <명량> 감독 김한민을 비롯해 한국영화 상영작들의 감독과 배우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실질적인 '한국영화의 밤' 성격을 띄었다. 이 자리에는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을 주도한 김종국 영진위 부위원장도 참석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김 부위원장과 인사를 나누며 "나를 너무 미워하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말라"고 예산 삭감에 대한 유감을 전달했다.

현재 독립영화진영은 최근 영진위가 강행하고 있는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 사업과 관련해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하며 성명서 발표를 준비하는 등 갈등을 나타내고 있다. 영화계 인사들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 부위원장에게 최근 현안들에 대해 유감을 전하기도 했다.

예술영화관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위탁사업자 방식에 분명하게 이의를 제기했고,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개선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음에도 기존 계획대로 강행되고 있다"며 "특히 독립예술영화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탁사업자 선정한 것 역시 문제가 많다"며 영진위를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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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영진위 한국영화의 밤 김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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