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회견을 연 밴드 YB. 왼쪽부터 베이시스트 박태희, 기타리스트 허준, 보컬 윤도현, 기타리스트 스캇, 드러머 김진원.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회견을 연 밴드 YB. 왼쪽부터 베이시스트 박태희, 기타리스트 허준, 보컬 윤도현, 기타리스트 스캇, 드러머 김진원. ⓒ 쇼노트


"1995년. 26살이었다. 그때 처음 (윤도현을) 만나러 서울로 올 때 성수대교 무너져 있고, 삼풍백화점도 무너져 있고. 당시 교대에 연습실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서울의 첫 이미지가 암울했는데, 그 암울함을 뚫고 내게 빛을 안겨준 윤도현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김진원)

밴드 YB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1995년 솔로로 데뷔한 윤도현은 첫 공연의 연주자들과 윤도현밴드를 결성해 1997년 첫 앨범을 발표했고, 2006년 팀명을 YB로 변경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올해가 윤도현의 데뷔 20주년이지만, 그는 밴드 없이는 자신이 존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윤도현의 시작을 곧 YB의 시작으로 보기로 했다.

YB(윤도현, 박태희, 김진원, 허준, 스캇)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 YB 20주년 콘서트 '스무살' >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YB는 5일 발표한 20주년 기념 신곡 '스무살'을 비롯해, 10년 전에 발표했지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박하사탕', 해외 공연에서 많이 선보인다는 'Real Man(리얼 맨)' 등을 들려줬다.

20년 활동의 비결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회견을 연 밴드 YB의 윤도현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회견을 연 밴드 YB의 윤도현 ⓒ 쇼노트


보컬 윤도현은 "더 오랫동안 활동하신 분들도 있지만 20년 동안 밴드로 활동해왔다는 자부심도 있었다"면서 "음악에 대한 사랑이 커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YB는 라이브 밴드"라고 전한 베이시스트 박태희는 "20년 동안 현장에서 꾸준히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면서 "20살 청년이 된 YB가 더 청년다운 모습으로 여러분에게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년이나 팀을 유지해왔지만, 지난 2000년에는 해체의 순간을 맞기도 했다. 박태희는 "지금 보이는 사람은 5명이지만 YB에는 보이지 않는 원년 멤버들이 있다"면서 "원년 멤버들은 YB가 록 밴드로 정체성을 갖게 거름을 뿌려주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윤도현은 "당시 멤버들이 다 울었다"면서 "진짜 끝인 줄 알았는데 20년이나 왔다"고 뿌듯해 했다.

20년 중 15년을 함께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허준은 "이제 조금 밴드가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공연할 때나 음악을 만들 때 예전보다 훨씬 재밌다. 시간이 지나면 더 재밌고 즐겁게 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같이 음악을 하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10년간 YB와 함께한 스캇은 "20년 넘게 활동하는 밴드가 많지 않은데 함께하게 돼서 자랑스럽다"고 했다.

YB가 20년간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20년 할 줄 몰랐다. 20년 이상 해야겠다는 강한 의지도 사실 없었다"고 털어놓은 윤도현은 "하다 보니까 20년이 된 것 같다"면서 "매 순간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잘 풀려고 노력했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서로 다 비슷했던 것 같다. 수익 분배도 아주 공정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진원은 "멤버들이 다 달라서 오래 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회에 목소리 내는 밴드? 세상 이야기 하는 것 뿐"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회견을 연 밴드 YB 기타리스트 스캇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회견을 연 밴드 YB 기타리스트 스캇 ⓒ 쇼노트


YB 하면 2002 한일 월드컵과 <나는 가수다>를 빼놓을 수 없다. 두 가지가 YB를 살렸다는 지적에 대해 윤도현은 "맞다. 다만 조금 덧붙인다면 월드컵과 <나가수>만 있었으면 아마 안 됐을 것 같다. 그 이전과 이후로 클럽 공연이나 대학 무대가 있었다"면서 "대중 가까이에서 끊임없이 라이브 공연을 했던 게 가장 컸던 것 같다. 아니면 방송에 한 번 나오고 사라졌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5일 '스무살'의 음원을 공개하고 2호선 신도림역 앞에서 공연하며 왜 음악을 하는지, 또 왜 YB가 존재해야 하는지를 다시 찾았다는 그는 "오랫동안 공연했던 것이 큰 거름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YB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일까? 이들은 "지난 2002년 했던 평양 공연이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에서 열린 공연이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YB 하면 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밴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윤도현은 "20대 초반에는 사회참여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했는데, 지금은 해야 한다 또는 안 해야 한다를 떠나서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YB는 이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그런 것은 우리 자체를 가두는 거다. 앞으로도 살아가는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 웨이브스>라는 뮤직 페스티벌도 준비하고 있다. 내가 대표로 있는 디컴퍼니와 내가 함께 제작, 기획하는 페스티벌이다. 기존의 페스티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인업은 아니다. 잘 볼 수 없지만, 음악을 굉장히 잘하는 언더그라운드 팀 등을 많이 소개하는 페스티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접하기 힘든 영어권의 훌륭한 아티스트들을 초청해서 이틀간 열 거다.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윤도현)

록 밴드를 하려는 후배들에게

지난 2006년 유럽 투어를 시작하고 이후 미국에도 진출했던 YB는 오는 2016년 5~6월께 미국에서 데뷔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정규 앨범 준비가 한창이며, 앨범 발매 후에는 투어도 할 계획이다. "우리가 한류스타도 아니고, 해외 팬덤이 큰 밴드가 아니어서 미국에 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밝힌 윤도현은 "젊은 나이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까워서 어떻게든 성과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도현은 "해외 활동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의 가치가 돈으로만 환산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제적으로는 낭비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20년 동안 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태희는 "모든 목표는 음악을 향해 걸어가는 여정의 다리와 같은 역할이다"면서 "외국 진출이 쉽지만은 않지만 포기하지 않을 거다. 그것이 우리의 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록 음악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주류 음악과는 많이 멀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록 밴드나 밴드 음악을 하려는 후배들이 '이걸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뭘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보다 '끝까지 열심히 잘 버틸 테니까, 응원할 테니까, 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윤도현)

"다음 세대와 같은 무대에 서고 싶다"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회견을 연 밴드 YB 기타리스트 허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데뷔 20주년 콘서트 기자회견을 연 밴드 YB 기타리스트 허준 ⓒ 쇼노트


스무 살을 맞은 YB. 이들이 꿈꾸는 앞으로의 20년은 어떤 모습일까. 박태희는 "지금까지 우리의 음악을 해왔는데 이제는 다음 세대와 같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머리가 더 하얗고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더라도 다음 세대인 건장하고 상큼한 밴드와 투어하는 꿈을 꾸고 있다"고 밝혔다.

허준은 "얼마나 더 가게 될지, 사실 그것은 우리의 의지가 아니다"면서 "다만 함께 있는 동안은 계속 무대에서 연주하고, 현장에 있는 뮤지션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숨 쉬는 밴드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진원은 "몸과 정신의 건강을 잘 지켜가면서 늙을 때까지 음악 하고 싶다"면서 "한국에 없었던 록 아이콘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년 후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우리의 모습이 일단 우스울 것 같고, 앞으로의 20년이 기대되어서 나오는 기분 좋은 웃음이다. 지금을 터닝 포인트로 삼아서 또 다른 시작을 한다고 생각한다. '오래 활동했으니 이 정도면 됐지', '이제 편하게 사는 게 어떠냐'는 말도 듣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지금까지의 방식 그대로 다른 20년을 꿈꾸며 살고 싶다." (윤도현)

YB는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 YB 20주년 콘서트 '스무살' >을 연다. 이후 2016년 1월까지 창원, 군산, 성남, 김해, 대구, 연천, 원주, 부산, 포항, 울산, 의정부, 이천 등 12개 도시에서 전국투어를 이어갈 계획이다. 

YB 스무살 데뷔 20주년 콘서트 윤도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