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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낸 세 아들이 백운산을 오릅니다.
▲ 야영 백운산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낸 세 아들이 백운산을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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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산행하기 좋은 날입니다. 백운산 등산로 초입에서 '약육강식'의 절정을 봤습니다. 장지뱀 한 마리가 돌 틈에서 고개를 내밀더니 파리 한 마리를 바라봅니다. 파리는 따뜻한 햇볕 아래서 날개를 말리고 있습니다. 한가하게 몸단장하고 있는 파리를 장지뱀이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한가하게 몸단장하고 있는 파리를 장지뱀이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 뜨거운 시선 한가하게 몸단장하고 있는 파리를 장지뱀이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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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뱀이 잽싸게 파리를 덮칩니다. 방심하고 있던 파리가 날개를 퍼덕여 보지만 늦었습니다. 순식간에 장지뱀이 파리 몸뚱이 절반을 입속에 넣습니다.
▲ 약육강식 장지뱀이 잽싸게 파리를 덮칩니다. 방심하고 있던 파리가 날개를 퍼덕여 보지만 늦었습니다. 순식간에 장지뱀이 파리 몸뚱이 절반을 입속에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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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없는 파리, 자신을 보며 침 삼키고 있는 포식자를 눈치채지 못합니다. 이윽고 장지뱀이 잽싸게 파리를 덮칩니다. 방심하고 있던 파리가 날개를 퍼덕여 보지만 늦었습니다. 순식간에 장지뱀이 파리 몸뚱이 절반을 입속에 넣습니다. 이 모습을 신기한 듯 세 아들이 바라봅니다.

막내가 파리 입에 문 장지뱀을 잡으려고 손을 뻗자 큰애가 말립니다. 그대로 두랍니다. 장지뱀에게 붙잡힌 파리가 안쓰럽지만, 자연에서는 늘 벌어지는 일입니다. 큰애가 자연의 순리를 깊이 깨달았을까요? 지난달 29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낸 세 아들이 백운산을 오릅니다.

백운사에서 오르는 산행길, 진틀재보다 편합니다

백운사는 보조국사와 구산스님이 수행했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 백운사 백운사는 보조국사와 구산스님이 수행했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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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사는 백운산 턱밑에 자리 잡은 아담한 절집입니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백운사까지 쉽게 올라갑니다. 때문에 옥룡계곡 끝 부분에 있는 진틀재보다 산행이 훨씬 편합니다.
▲ 산길 백운사는 백운산 턱밑에 자리 잡은 아담한 절집입니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백운사까지 쉽게 올라갑니다. 때문에 옥룡계곡 끝 부분에 있는 진틀재보다 산행이 훨씬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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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설악산은 단풍이 곱게 물들었는데 백운산은 아직 푸르기만 합니다.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이 시원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햇볕은 따갑습니다. 백운산은 전남 광양시 옥룡면 옥룡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나타나는 산입니다. 높이 1222m인 백운산에는 다양한 등산로가 있습니다.

많은 등산객이 옥룡 계곡 끝 부분에 있는 진틀재를 통해 산에 오릅니다. 하지만 이번 산행은 백운사(白雲寺)에서 시작합니다. 백운사는 백운산 턱밑에 자리 잡은 아담한 절집입니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백운사까지 쉽게 올라갑니다. 때문에 옥룡 계곡 끝 부분에 있는 진틀재보다 산행이 훨씬 편합니다.

백운사는 보조국사와 구산 스님이 수행했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 절은 보조국사가 창건했는데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습니다. 이후, 눌암 스님과 구산 스님에 의해 중건됐습니다. 백운사 대웅전은 건물에 단청이 없어 고풍스러우면서도 절 맛이 제대로 나는 사찰입니다.

백운사는 도선국사가 말년에 입적한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백운사 옆 숲길에는 900여 종이 넘는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만큼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림이 우거져 있습니다. 세 아들이 울창한 숲길을 벗어나 가파른 돌길을 걸어 올라갑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백운산 정상은 오르기 힘들었습니다. 정상에 있는 큰 바위 오르려면 밧줄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올라야 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튼튼한 계단 밟고 정상에 오릅니다.
▲ 계단 몇 년 전만 해도 백운산 정상은 오르기 힘들었습니다. 정상에 있는 큰 바위 오르려면 밧줄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올라야 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튼튼한 계단 밟고 정상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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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등산객들이 옥룡계곡 끝 부분에 있는 진틀재를 통해 산에 오릅니다.
▲ 이정표 많은 등산객들이 옥룡계곡 끝 부분에 있는 진틀재를 통해 산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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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타고 올랐던 백운산 정상, 지금은 계단으로 오릅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산길에는 온갖 곤충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벌들이 가장 분주합니다. 막내는 이 벌들이 가장 무섭습니다. 윙윙거리며 달려드는 벌을 보며 막내가 기겁합니다. 이 모습 본 큰애와 둘째가 막내를 안심시킵니다.

큰애가 벌이 다가오면 가만히 서 있으라고 막내에게 충고합니다. 그 말 들은 막내가 두려움을 참고 잔뜩 몸을 움츠린 채 벌이 떠나기를 기다립니다. 잠시 막내 주변을 돌던 벌이 바쁜 듯 꽃을 향해 달려갑니다. 한숨 돌린 막내가 용기 내 다시 산을 오릅니다.

그렇게 온갖 곤충들의 관심을 뚫고 온 가족이 백운산 정상에 섰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백운산 정상은 오르기 힘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정상에 있는 큰 바위 오르려면 밧줄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올라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튼튼한 계단 밟고 정상에 오릅니다.

아름다운 자연 보며 약육강식의 세상을 늦게 깨달았으면...

백운산 정상에는 파란 가을하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북쪽에는 지리산이 보입니다.
▲ 지리산 백운산 정상에는 파란 가을하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북쪽에는 지리산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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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남해바다가 아스라이 펼쳐집니다.
▲ 남해바다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남해바다가 아스라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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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정상에는 파란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북쪽에는 지리산이 보입니다.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남해가 아스라이 펼쳐집니다. 아름다운 광경을 보며 세 아들이 크게 심호흡을 합니다. 이윽고 아이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없는 저를 바라보며 둘째가 한마디 던집니다.

"아빠, 저는 이 맛에 산에 올라요."

백운산 정상에서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녹색 물결을 한참 동안 바라봤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세 아들에게 장지뱀이 파리 잡아먹는 모습 보며 뭘 느꼈는지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뜻밖에 간단합니다. 큰애가 말하기를 장지뱀 몸에 있는 기생충이 막내에게 옮겨 올까 봐 말렸답니다.

저는 세 아들이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바라보며 자연의 이치를 깨달았으리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답이 돌아옵니다. 역시 아이들은 저의 생각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판단하고 생각합니다. 그날 저는 아이들 생각을 마음대로 예견한 미련한 아빠가 됐습니다.
모양은 다르지만 사람 사는 곳에도 먹이사슬은 존재합니다. 생태계에서 먹고 먹히는 일은 피할 도리가 없듯 사람 사는 곳에도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바라기는 세 아들은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상을 가능한 한 늦게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보며 고운 생각 오래도록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광경을 보며 세 아들이 크게 심호흡을 합니다.
▲ 정상 아름다운 광경을 보며 세 아들이 크게 심호흡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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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장지뱀, #백운산, #백운사, #가을,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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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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