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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은평구 충암고등학교 앞에서 법·사회학 동아리 학생들이 충암고 급식비리를 다룬 기사를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5일 서울 은평구 충암고등학교 앞에서 법·사회학 동아리 학생들이 충암고 급식비리를 다룬 기사를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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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준 군 등 충암고등학교 법·사회 동아리 소속 학생 3명이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응암동 충암중·고등학교 정문에서 이 학교 급식 비리를 다룬 기사 복사본을 친구와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유효준 군 등 충암고등학교 법·사회 동아리 소속 학생 3명이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응암동 충암중·고등학교 정문에서 이 학교 급식 비리를 다룬 기사 복사본을 친구와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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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5일 오후 5시 50분]

5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은평구 응암동 충암중·고등학교 정문. 유효준(18)군을 비롯한 충암고등학교 3학년생 3명이 친구와 후배들에게 전단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충암중·고 급식 비리를 다룬 기사 복사본이었다. 오전 8시 20분까지 준비해온 250부를 모두 뿌렸다. 유군은 "보통 전단을 나눠주면 다 쓰레기통에 들어갈 텐데, 교실 쓰레기통에서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호응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시교육청은 충암중·고 급식 감사에서 최소 4억1035만 원의 횡령 의혹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식용유를 반복해서 재사용했다는 내용에 학생·학부모·교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여기에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학교는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를 부인하는 대자보를 학교 곳곳에 붙였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비슷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유군과 친구들이 전단을 뿌린 이유다.

유군은 5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감사 결과가 뻔히 드러났지만 학교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내부 단속하려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문자 메시지도 보냈다"면서 "잘못도 잘못이지만 해결은커녕 잘못한 것을 인식하지 않고 구성원들을 눌러 막아보려는 행태에 큰 분노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유효준군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4월 막말 사태와 급식 비리 직결돼있다"

5일 서울 은평구 충암고등학교 앞에서 법·사회학 동아리 학생들이 충암고 급식비리를 다룬 기사를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5일 서울 은평구 충암고등학교 앞에서 법·사회학 동아리 학생들이 충암고 급식비리를 다룬 기사를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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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어떻게 해서 전단을 뿌리게 됐나?
"법·사회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 불평등 현상 등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풀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동아리다. 급식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번에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가 나왔다. 급식을 먹는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믿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학생들도 알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전단을 준비했다."

- 오늘 전단을 뿌린 것을 두고 학교나 교사의 대응은 없었나?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 같다. 학교나 선생님으로부터 따로 얘기 들은 건 없다."

- 오늘 급식은 어땠나?
"식용유를 반복해서 재사용했다는 감사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저희는 오늘 급식을 먹지 않았다. 급식을 먹은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질 좋은 돈가스가 나왔다고 했다. 식용유를 재사용했다는 감사 결과를 의식해서 질 좋은 돈가스를 내놓은 것 같다."

- 배고프지 않나?
"아침을 든든히 먹었다. 괜찮다."

- 오늘 전단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애초에 학생들은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먹는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했다. 비관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우리 동아리에서는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 전단을 뿌렸는데, 쓰레기통에서 이 전단을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호응이 좋았던 것 같다. 힘내라고 응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번 달에는 어쩔 수 없이 급식을 먹지만, 다음 달부터는 많은 학생들이 급식을 끊을 것 같다."

- 오늘 전단을 뿌리는 데 도와준 교사가 있나?
"재단의 문제이니, 민감한 사안이다. 선생님한테 미리 말씀드리고 전단을 배포하면, 선생님의 사주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다. 그걸 고려해서 선생님한테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았다. 은평구을에서 활동하는 정의당 비례대표 김제남 의원실에 연락했더니 흔쾌히 도와준다고 했다. 오늘 전단을 뿌릴 때 나와서 지켜봐주셨다. 고맙게 생각한다."

- 지난 4월 충암고에서는 교감이 급식비를 미납한 학생들에게 '밥을 먹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일이 있었다(관련 기사 : '공개 망신' 충암고의 당당한 해명)
"당시 막말 사태와 급식 비리는 직결돼 있는 것 같다. 학교 쪽에서 횡령을 하고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에 (예산) 공백이 생겼던 것 같다. 그래서 학교 쪽에서 급식비 미납 학생들에게 독촉하고 압박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고3 학생으로서, 이렇게 나서는 데에 부담을 가졌을 것 같다.
"수능보다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어, 괜찮다."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일단 많은 학생들이 급식 비리 실태를 알게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오늘 학교 급식 질이 향상됐는데, 지속적인 것인지 일시적인 것인지 살펴보겠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다시 나서겠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충암고 급식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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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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