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 인사이드>와 <미쓰 와이프> 자고 나면 모습이 변하는 남자와 사랑을 하는 여자 <뷰티 인사이드>와 잘 나가던 변호사가 하루아침에 애 둘 딸린 억척스런 아줌마로 변신하며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 <미쓰 와이프>

▲ 영화 <뷰티 인사이드>와 <미쓰 와이프> 자고 나면 모습이 변하는 남자와 사랑을 하는 여자 <뷰티 인사이드>와 잘 나가던 변호사가 하루아침에 애 둘 딸린 억척스런 아줌마로 변신하며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 <미쓰 와이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 NEW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올여름 나의 영화 선택은 <미션 임파서블>이나 <베테랑>같은 블록버스터 액션물이 아니었습니다. 한 여름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대작보다는 사람과 사랑을 논할 수 있는 한국 영화였습니다. 한효주 주연에 웬만한 영화 대여섯 편은 만들 수 있는 남자 주인공으로 도배를 했던 <뷰티 인사이드>와 엄정화, 송승헌을 전면에 내세운 <미쓰 와이프>입니다.

굳이 두 영화의 공통점을 찾자면, 사람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포괄적인 주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한여름 극장가를 날려버릴 기세로 다가왔던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배우들의 감정 선과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을 아기자기하면서도 특이한 방법으로 풀어나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뷰티 인사이드>는 인간의 내면과 밖으로 보이는 외면의 다양성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의문을 던집니다. 근원적인 인간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사랑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편 <미쓰 와이프>는 '나'가 가질 수 있는 '정체성'에 대한 스토리입니다. 내가 아닌 타인의 육체를 가진다는 설정이 기묘하지만 여기에서 오는 관계의 회복은 <뷰티 인사이드>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다가옵니다. <뷰티 인사이드>가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면, <미쓰 와이프>는 서로 다른 문화 간 충돌이나 이익 집단 간의 화해를 시도하려는 시각입니다.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 사랑할 수 있을까? <뷰티 인사이드>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잘 나가는 가구 회사 직원 이수(한효주)와 가구 디자이너 우진과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탐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진은 18살 이후부터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사람의 몸으로 변신합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습니다. 심지어는 외국인으로까지 변신을 합니다. 나중에 우진 엄마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우진의 아빠 역시 이런 희귀한 증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 극중 우진은 자고 나면 다른 사람으로 변합니다. 박서준, 천우희, 우에노 주리, 김상호, 이범수, 유연석, 조달환, 김희원, 8살 짜리 꼬마, 이름 모를 서양인 남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 영화 <뷰티 인사이드> 극중 우진은 자고 나면 다른 사람으로 변합니다. 박서준, 천우희, 우에노 주리, 김상호, 이범수, 유연석, 조달환, 김희원, 8살 짜리 꼬마, 이름 모를 서양인 남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 김승한


그런 우진은 어느날 가구 판매점에서 이수를 만나게 됩니다. 운명처럼 한눈에 그녀에게 반하고 말죠. 그러나 이수에게 고백할 용기가 없습니다. 매일 모습이 바뀌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신마저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데, 하물며 타인은 그를 이해하기는커녕 정신 이상자로 여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수에게 한번 빼앗긴 감정을 좀처럼 벗어날 줄 모릅니다. 어느날 영화배우 '박서준'으로 변한 우진은 이수에게 저녁식사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연거푸 3일간 잠을 자지 않고 '박서준'의 모습을 유지한 채 이수를 만나 사랑을 키워갑니다. 어쩝니까? 잠을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테니 그것이 두려웠던 겁니다. 그러나 인간은 잠을 피해 갈 수 없는 법! 이수와 아침 식사를 하기로 한 4일째 아침, 우진은 '박서준'으로 잠시 잠들고 깨어보니 영화배우 '김상호'로 변해있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이수를 만났지만 차마 다가설 수 없는 우진. 그들은 그렇게 헤어집니다.

잘 나가던 변호사, 하루아침에 애 둘 딸린 억척스런 아줌마로 <미쓰 와이프>

한편, <미쓰 와이프>에서 기업의 법률 자문을 봐주며 잘 나가던 변호사 연우는 어느날 천계(天界)의 실수로 다른 사람 대신 죽을 위치에 처해집니다. 자신들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천계에서는 연우에게 달콤한 제안을 하는데…….

연우는 자신처럼 천계의 실수로 저승으로 온 여성의 몸으로 한 달만 살라고 합니다. 그러면 원래 연우의 모습으로 다시 인간세계로 보내주겠다 합니다. 연우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벌려놓은 일이 워낙 많기에 한 달만 참자고 하며 이 제안을 수락합니다.

잠시 후 연우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여성의 몸으로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말은 겁나게 안 듣는 아들과 딸의 엄마로, 그리고 구청 공무원(송승헌)의 부인으로 환생한 것입니다. 이때부터 좌충우돌, 속은 39살 미혼 변호사 연우로, 겉은 애 둘 딸린 억척스러운 35살 구청 공무원의 부인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영화 <미쓰 와이프> 정말 잘 나가던 변호사 연우(엄정화)

▲ 영화 <미쓰 와이프> 정말 잘 나가던 변호사 연우(엄정화) ⓒ NEW


재밌는 것은 두 영화 모두 영화배우 '김상호'가 출연한다는 것입니다. <뷰티 인사이드>와 <미쓰 와이프>의 판타지 요소를 깔끔하게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은 김상호의 물 오른 연기가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게다가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우진의 친구인 엄상백 역의 '이동휘', <미쓰 와이프>에서는 '라미란'의 연기가 돋보입니다. 이 둘의 연기는 말도 안되는 이 영화들의 설정을 제대로 완성시킨 공로자로 인정합니다. 

사람의 관계는 확장을 반복할 때 존재감을 가진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아래 '뷰티') 에서 우진은 이수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합니다. '천우희', '우에노 주리', '김희원', '김범수' 심지어는 8살 꼬마부터 서양인 남성까지. 영화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수 역시 그러한 우진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한계는 존재합니다.

우진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흥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매일 만나는 그가 익숙해질 만하면 다시 날이 저물고 다음 날 우진은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어쩌면 맨 처음 만났던 '박서준'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소개해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사람은 하나의 관계가 형성되면 이 관계는 또 다른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게 됩니다. 관계의 확장입니다. 인간은 서로 관계를 맺고 이것이 확대되면서 비로소 사회인이 되어갑니다. 공동체 안에서 존재감 또한 이 관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수와 우진의 사랑은 깊어가지만 더 이상 확장될 수 없는 관계입니다. 결국 서로를 향한 사랑은 희생이 되고 골은 깊어갑니다.

사람은 낯섦을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이것은 외로움과도 같습니다. 이수는 외롭습니다. 소통이 없는 사랑은 혼자일 뿐입니다.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나가도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기 전까지는. 이수의 고통을 우진을 이해하지 못 합니다. 사랑이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입니다.

영화 말미에 맺은 결론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해피 엔딩으로 구상했던 감독의 의도는 이해합니다. 그러나 우진의 캐릭터가 워낙 극단적이라 세상과 소통하기에는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많습니다. 같이 사랑을 나눠야 할 이수에게도 이 짐은 쉽지 않을 겁니다. (이 영화를 못 보신 분이 계시다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자리를 비우지 마세요. 또 하나의 역경의 세월 보낸 부부의 장면이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와 <미쓰 와이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뷰티 인사이드>가 미시적인 관점이라면 <미쓰 와이프>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영화 <뷰티 인사이드>와 <미쓰 와이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뷰티 인사이드>가 미시적인 관점이라면 <미쓰 와이프>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 NEW


관계는 낯섦이 익숙함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회복될 수 있습니다. 영화 <미쓰 와이프>(이하 '미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늘이와 하루의 엄마이며 성환의 아내로 변신한 연우는 모든 것이 낯섭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흐르며 이내 낯섦은 익숙함으로 변하고 가족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찾아갑니다. 약속한 한 달이 되어 갈 즈음, 연우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가족들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있으며 본인 또한 치유 받고 있습니다. 큰 딸 하늘이는 비로소 '이제 진짜 우리 엄마같다'라는 말로 연우를 감동시킵니다. 하나 영화에서 더 주의 깊게 볼 것은 변호사로서의 연우에게서 심각한 결핍이 있었다는 겁니다.

마도로스였던 아빠가 폭풍으로 바다에서 숨지고, 엄마와 단둘이 살던 연우는 지긋지긋한 가난과 아빠 없는 인생에서 극단의 선택을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풍성히 해주는 가족이라든지 친구와의 관계를 형성하지 않고 오로지 변호사로서 성공만을 위해 계약적인 관계를 맺은 것입니다. 법조인으로서 철저히 의뢰인을 위해 일하는 연우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오로지 법리적 해석과 금권으로 상대방을 회유하는 등 냉혹한 일처리로 소문이 났습니다.

인간은 수단이 아닌 목적

철학자 '칸트'는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다'라고 역설했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공동체가 정치적이 될 때, 사람을 만나는 목적은 수단으로 변질됩니다. 경제적 이득이나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소모품 정도인 거지요. 물론 현대 사회에서 칸트의 명제는 지나친 이상주의라고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이란 것이 바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관계를 만들며 그 관계의 확장을 도와 더욱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이수'와 '우진', <미쓰 와이프>의 연우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꿈 속에서 우리의 내면과 외면이 분리되어 나타나는 해리성 인격장애를 경험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한자에 인(仁)이라는 글자가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어질다'라고 해석을 하는데 이는 '심성이 바르고 행함이 착하다'라고 주석을 달 수 있습니다. 유교에서는 실천 윤리의 기본으로서 '인(仁)'을 강조합니다.

인(仁)이란 한자를 풀어보면, 사람(人)이 (둘) 二 이 있는 모양입니다. 둘 이상의 사람이 있을 때 지켜야 할 기본 윤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 집단과 집단,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에서 응당해야 할 바른 행위를 말합니다. 이것은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고 예(禮)로써 대할 때 가능합니다. 바로 관계의 회복입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와 <미쓰 와이프>는 보는 사람에 따라 가볍게 웃어넘기거나 진한 눈물로 감동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뷰티>의 이수와 우진, <미쓰>의 연우와 성환, 하늘, 하루가 만들어 가는 눈물겨운 관계 회복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뷰티 인사이드 미쓰 와이프 칸트 공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