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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죽녹원 옆 서원마을의 별난 벽화. 담벼락 아래로 튀어나온 부분을 이용해 등산하는 사람들을 그려 놓았다.
 담양 죽녹원 옆 서원마을의 별난 벽화. 담벼락 아래로 튀어나온 부분을 이용해 등산하는 사람들을 그려 놓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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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서마을이다. 골목 담장에 벽화가 그려진 벽화 마을이다. 그렇고 그런 벽화 마을이 아니다. 별나다. 골목과 담장의 지형과 지물을 그대로 활용해 벽화를 그렸다. 그림도 작고 귀엽다. 골목길 곳곳에 숨어 있다.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찾아봐야 보인다.

건물 벽에 붙어있는 계량기에는 번개와 부엉이를 그려 놓았다. 담벼락에 기대선 전봇대에는 개미가 줄을 지어 오르고 있다. 개미들이 전봇대를 타고 창문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실감이 난다. 지금은 쓰지 않는 옛 문짝에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들어간 그림을 그렸다.

건물의 지붕에서 내려오는 오수관에 달라붙은 개구리도 앙증맞다. 그 앞으로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온다. 먹잇감을 발견한 개구리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거미에게 'OMG'라고 씌어 있는 말풍선 하나가 달려있다. '오 마이 갓'이다. 천지신명을 찾는 거미의 절규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개미, 개구리, 고양이까지... 골목마다 벽화

마을의 전봇대에는 개미가 그려져 있다. 무심코 지나치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게 서원마을 벽화의 특징이다.
 마을의 전봇대에는 개미가 그려져 있다. 무심코 지나치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게 서원마을 벽화의 특징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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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에서 시작된 개미의 행렬이 담장을 타고 집의 창문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림은 작지만 아주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전봇대에서 시작된 개미의 행렬이 담장을 타고 집의 창문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림은 작지만 아주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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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개미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벽화. 먹잇감을 발견한 개구리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개미를 표현하고 있다.
 개구리와 개미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벽화. 먹잇감을 발견한 개구리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개미를 표현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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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라고 해서 벽에만 그려져 있는 것도 아니다. 건물의 처마 밑 우수관에는 달팽이 조각이 붙어 있다. 담벼락 아래에는 강아지들 노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귀엽다. 오수가 흘러나오는 담장 아래 배수로에는 고양이가 입을 벌리고 있다. 고양이가 하품이라도 하는 것 같다. 또 다른 배수로에는 파리와 파리채를 그려 놓았다.

담벼락 아래 작은 바위를 이용해선 등산하는 사람들을 그려 놓았다. 울퉁불퉁한 바위에서 산을 떠올렸다. 담벼락에서 삐져나온 둥근 턱을 이용해 경주용 자동차도 그렸다. 자동차에는 영어로 'SEOWON(서원)'이라고 써 놓았다. 길과 담벼락이 맞닿는 지점에는 기다란 갈치와 악어를 그려 놓았다. 건물의 지붕에는 곰과 닮은 판다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담장의 배수구에 그려진 고양이 그림. 고양이가 흡사 하품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담장의 배수구에 그려진 고양이 그림. 고양이가 흡사 하품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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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에서 튀어나온 부분을 이용해 그린 경주용자동차 그림. 서원마을 벽화는 지형과 지물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담장에서 튀어나온 부분을 이용해 그린 경주용자동차 그림. 서원마을 벽화는 지형과 지물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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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아름다운 글귀도 새겨져 있다. 국수 그림과 함께 '국수가 먹고 싶다'는 시가 적혀 있다. 몽당연필 그림과 어우러진 이해인의 시 '몽당연필'도 보인다.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 밑에는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이라고 써 놓았다. 집 앞에는 바람개비가 달린 편지함이 옛 추억을 떠올려 준다.

기발하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감탄사까지 나온다. 유머와 재치도 묻어난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그림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무심코 걸으면 모르고 지나치기에 십상이다. 벽화가 여기저기 숨어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찾아봐야 보인다. 골목길도 깨끗하다. 마을도 조용하다. 지난 8월 22일과 30일 두 차례 둘러본 느낌이다.

길과 담벼락이 만나는 지점에 갈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별 생각 없이 걷다보면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길과 담벼락이 만나는 지점에 갈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별 생각 없이 걷다보면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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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 밑에 그려진 그림.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이라고 씌어 있다.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 밑에 그려진 그림.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이라고 씌어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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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하는 사람들을 그려놓은 담양 서원마을 골목길. 마을 골목과 담장에 크게 티나지 않게 그림이 그려져 있다.
 등산하는 사람들을 그려놓은 담양 서원마을 골목길. 마을 골목과 담장에 크게 티나지 않게 그림이 그려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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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마을의 변화는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됐다. 집집마다 아름다운 문패를 만들어 내걸었다. 벽화도 하나씩 그렸다. 마을 카페와 주막도 만들었다. 그 일에 강기섭(55) 이장이 앞장섰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강 씨는 광주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다 몇 해 전 돌아왔다.

서원마을은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향교 2구에 속한다. 본디 '서원내'였다. 서원 안에 있던 마을이라는 의미다. 서원은 1607년(선조 40년)에 세워진 의암 서원을 일컫는다. 미암 유희춘의 위패를 모셨던 곳이다. 의암 서원은 1669년(현종 10년) 사액서원이 됐다. 1868년(고종 5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없어졌다.

건물의 처마에 달린 배수로에도 달팽이 조각과 함께 글귀가 적혀 있다. 서원마을 그림의 특징이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찾아야 하는 이유다.
 건물의 처마에 달린 배수로에도 달팽이 조각과 함께 글귀가 적혀 있다. 서원마을 그림의 특징이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찾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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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벽화 앞에 선 강기섭 서원마을 이장. 아름다운 서원마을 가꾸기의 일등공신이다.
 골목길 벽화 앞에 선 강기섭 서원마을 이장. 아름다운 서원마을 가꾸기의 일등공신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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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내'로 불리던 마을의 이름도 '서운내', '서우내'로 세속화됐다. 서원마을은 오래전 참빗의 주 생산지였다. 1970년대 플라스틱 제품의 등장으로 쇠퇴했다. 지금은 2가구에서 명맥을 잇고 있다. 마을에는 참빗장인 2명과 서양화가, 도예가를 비롯해 모두 5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마을의 서북쪽을 대밭이 둘러싸고 있다. 이 대밭이 죽녹원이다. 서원마을은 죽녹원과 맞닿아 있다. 죽녹원 오른편에 있다. 전남도립대학교 정문 맞은편에 있는 마을이다. 서원마을이 담양의 새로운 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 있는 서원주막. 국수와 음료 등을 파는 곳이다. 뒷편으로 보이는 대밭이 죽녹원이다.
 마을에 들어서 있는 서원주막. 국수와 음료 등을 파는 곳이다. 뒷편으로 보이는 대밭이 죽녹원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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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대밭. 이 대밭이 죽녹원이다. 서원마을은 죽녹원과 맞닿아 있다.
 서원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대밭. 이 대밭이 죽녹원이다. 서원마을은 죽녹원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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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원마을, #벽화마을, #강기섭, #담양, #죽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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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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