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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경스님, 김요한 신부, 이욱종 목사의 추모 기도가 있었고,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세월호 진상규명에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 28일 미국 엘에이 기원소 세월호 500일 추모제 묘경스님, 김요한 신부, 이욱종 목사의 추모 기도가 있었고,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세월호 진상규명에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 엘에이 세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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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포 사회가 세월호 참사 500일(8월 28일)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정부 차원의 '세월호 지우기'에 저항하며 지속 가능한 행동 방법들을 모색하는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지난 28일부터 주말 동안 미국의 엘에이, 필라델피아, 시카고, 독일 뮌헨, 호주 시드니 등에서 세월호 추모제 및 침묵시위가 열렸다. 8월 28일 금요일, 엘에이 총영사관 앞 '세월호 기원소'에서는 세월호 참사 500일을 맞아 동포 40여명이 모여 불교, 성공회, 기독교 등 3개 종단 추모행사를 가졌다. 묘경스님, 김요한 신부, 이욱종 목사의 추모 기도와 자유발언 등의 순서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 이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세월호 진상규명에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29일 토요일에는 시카고 세사모(세월호를잊지않는사람들의모임) 회원들이 '세월호 참사 500일이 넘어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는 현 상황을 시카고 한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피켓팅'을 하였다.

“500일을 맞아 뒤늦게 시작한 피켓팅이지만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되고, 미수습된 9명의 가족이 하루빨리 돌아오는 날까지 꾸준히 이어가기로 했다"
▲ 29일 시카고 세월호 피켓팅 “500일을 맞아 뒤늦게 시작한 피켓팅이지만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되고, 미수습된 9명의 가족이 하루빨리 돌아오는 날까지 꾸준히 이어가기로 했다"
ⓒ 시카고 세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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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세사모 한 회원은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피켓팅이 아침부터 쏟아지는 비 때문에 가능할까 싶었지만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막지는 못했다"며 "오늘 피켓팅을 시작으로 한인들이 많이 다니는 시카고 밀웨키 길의 아씨마켓 앞에서 앞으로 격주마다 오후 1시부터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린다모씨는 "피켓팅을 시작하자마자 햇빛도 나기 시작하고 '안 그래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었다. 수고하여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하며 격려해주는사람들 덕분에 아직 완전히 잊지 않았구나 싶은 안도감을 느꼈다"며 "500일을 맞아 뒤늦게 시작한 피켓팅이지만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되고, 미수습된 9명의 가족이 하루빨리 돌아오는 날까지 꾸준히 이어가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피켓팅은 한국의 '리멤버0416'과 연대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필라 세사모 는 “9월 교황의 필라델피아 방문을 맞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필라델피아에도 세월호의 진실을 촉구하는 우리들이 있습니다!’라는 대형 플랭카드 전시 등 세월호 홍보전을 펼칠 수 있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 29일 필라델피아 세월호 집답회 필라 세사모 는 “9월 교황의 필라델피아 방문을 맞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필라델피아에도 세월호의 진실을 촉구하는 우리들이 있습니다!’라는 대형 플랭카드 전시 등 세월호 홍보전을 펼칠 수 있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 필라델피아 세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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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도 세월호 500일 추모 집담회 '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이 필라델피아 세사모 주최로 열렸다. 앰블러 메노나이트 교회에서 열린 이 집담회에는 멀리 뉴저지 동포들을 포함하여 40여명의 동포들이 참가하였다.

동포들은 "왜 아직도 세월호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고, 세월호 참사를 통해 경험한 한국과 동포사회의 여러 모습에 대해 비판과 자성과 함께 희망과 다짐의 의견들을 자유롭게 나누었다. 한 참가자는 "세월호는 전 국민이 생중계를 통해 경험한 참사인만큼 모두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이다. 이 트라우마는 잊혀지지 않는 것이고, 잊지 않고 대면함으로써 치유가 가능하다"며, 기억하기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하였다.

참가자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세월호 진상규명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혹은 함께 할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 특히 필라 세사모는 "9월 교황의 필라델피아 방문을 맞아 전 세계의 많은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이 기간 중 세월호 진실 알리기를 위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가만히있으라in 호주" 회원들의 세월호 알리기
▲ 29일 호주 시드니 세월호 집회 "가만히있으라in 호주" 회원들의 세월호 알리기
ⓒ 가만히있으라in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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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호주 시드니에서도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집회가 열렸다. '가만히있으라in 호주' 회원들은 시티 피트스트릿에서 2시간 동안 피켓팅을 했다. 매달 세월호 정기집회에 참여해 온 수잔리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넘도록 아무도 달라지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면서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고,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되어 미수습자 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 오는 그날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밝혔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세월호 피켓팅을 하고 지역 커뮤니티들과 유인물을 나눈다. 오는 9월 29일에도 세월호 피켓팅을 할 예정이다.

매달 정기적으로 세월호 집회를 열어 온 독일 '뮌헨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세월호 참사 500일을 추모하며, 29일 토요일 오후에 뮌헨 시내 오데온스 광장 (Odeonsplatz Feldherrnhalle)에서 침묵 시위를 하였다.

페이스북 등에 올라오는 해외동포들의 글 하나하나는 500일이 지난 지금 다시 모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들을 보여준다. 특히 필라델피아 세사모가 올린 아래 인도 할아버지 이야기는 큰 울림을 준다.

"인도의 한 할아버지의 부인이 사고로 크게 다치셨는데, 마을의 커다란 산 때문에 옆마을의 병원에 제때 가지 못해 돌아가셨어요. 할아버지 본인은 그렇게 부인을 잃으셨지만, 다른 사람들은 같은 비극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길을 닦기로 하십니다. 혼자서 망치와 정으로 돌을 깨고 산을 뚫어, 결국 20년 만에 옆마을로 통하는 길을 만드셨대요. 가슴뭉클한 이야기에요.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마을 사람들은 왜 할아버지와 함께 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할아버지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빨리, 쉽게 길이 완성되었을텐데... 하는 의문과 아쉬움이 들어요.

아마도 함께 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저 산을 우리가 어찌 뚫어요!" "저러다 관두시겠지, 설마 정말 길을 내려구", "쓸데 없는 일 관두세요. 뜻은 알겠지만, 불가능한 일이에요" "제가 바빠서 도와드리지 못하네요" "길을 닦으려면 이러저러한 것들이 필요하고, 이러저러하게 일을 도모해야지, 영감님이 뭘 안다구!" 등등의 반응이 있지 않았을까요?

세월호 유가족들을 보면 이 인도의 어르신과 같아요. 본인들은 세상 무엇보다 귀한 자식을 잃었지만, 그 어떤 보상을 원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그런 고통을, 아픔을 겪지 않도록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보고자, 작은 몸으로 매일같이 거대한 산 앞에 서 계시는 거죠. 그리고 우리는 마을사람들 중 한 명으로, 그 길을 닦는 일이 결국 나를, 내 아이들을, 우리를 위한 일임을 알기에, 매순간 내 안의 패배주의와 타락의 유혹, 소아적 세계관을 떨치려 애쓰며, 미약한 힘 보태고자 길에 나서는 거고요.

만일, 만일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하나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국가가 배보상금을 한푼도 주지 않았고, 국가는 사고원인과 책임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사고의 원인은 물론 책임자를 가리는 일을 방해했고, 향후 유사한 사건사고를 대비하자는 목소리마저 외면했다면….

그게 언제적 이야기냐고 반문해서는 안되는 바로 오늘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500일이 지난 지금, 다시 모이지 않을 수 없다."


태그:#세월호 500일, #해외동포, #추모집회, #집담회,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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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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