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일주일 따라 다녀보면 어떨까', 이 질문으로부터 '팔로우'는 시작됐습니다. 이왕이면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던 남자 연예인을 뒤쫓고 싶은 바람이 개인적으로 없지 않지만, 코너 이름이 '스토커'로 변질되는 일이 없도록 사람, 사물, 현상을 가리지 않고 '팔로우'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차승원, '미니언즈'와 즐거운 포토타임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CGV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시사회에서 생애 첫 내레이션에 도전한 배우 차승원(가운데)이 미니언즈들과 함께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배우 차승원이 생애 첫 내레이션에 도전한 <미니언즈>는 디즈니 픽사와 드림웍스를 위협하는 신흥 제작사로 부상 중인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작품으로, 최고의 악당을 찾아 떠나는 '슈퍼배드 원정대'의 모험 이야기다. 29일 개봉 예정.

▲ '미니언 3총사' 케빈, 스튜어트, 밥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CGV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시사회에서 미니언즈 캐릭터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미니언즈>는 디즈니 픽사와 드림웍스를 위협하는 신흥 제작사로 부상 중인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작품으로, 최고의 악당을 찾아 떠나는 '슈퍼배드 원정대'의 모험 이야기다. 7월 29일 개봉. ⓒ 이정민


영화 <미니언즈>를 홍보하는 인형탈 아르바이트생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미니언들의 시점으로 썼습니다. - 기자 주

벨로(Bello·미니언어로 '안녕'), 여러분! 방금 누가 "웬 바나나킥이냐"고 한 것 같은데, 우리는 미니언입니다. 인류가 탄생하기도 전인 태초부터 살아온 엄연한 생명체죠. 직업은 영어사전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하인(minion)'. 그것도 최고의 악당들만을 보스로 모셨답니다.

하지만 모두 최후의 악당이 되지는 못했어요. 백악기 때 티라노 사우르스는 공룡의 왕이라더니 용암으로 다이빙해서 허무하게 떠났고, 드라큘라 백작은 357살 생일날 눈부신 아침햇살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파라오도, 나폴레옹도 우리의 작은 실수 때문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죠. 현대에 와서는 달을 훔치겠다는 호기로운 인간 그루에게 반해 재작년 <슈퍼배드2>까지 그 밑에서 일했어요. 근데 걔도 너무 착해 빠졌더라고요. 최고의 악당인 줄 알았는데, '딸 바보'라니.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보스를 찾기 위해 한국에 왔어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키가 제일 큰 나는 리더 케빈, 외눈에 5:5 가르마가 스튜어트, 저기 제일 작고 귀엽게 생긴 애가 밥. 아, 이번에 셋이 주인공 꿰찬 건 알죠? 배우인생 5년 만에 조연의 설움을 떨치고 우리 이름을 건 영화를 개봉하게 되다니! <미니언즈> 홍보도 하면서 섬길 만한 악당을 물색하는 게 이번 내한의 목표입니다. 미국 뉴욕에서 비행기 타고 왔더니 피곤하네요. 얼굴 노랗게 뜬 것 좀 봐요.

'악당 꿈나무' 어린이들, 널 '보스'로 모시겠어!

홍보활동은 생각보다 고된 일정이었어요. 사람들이 많은 종로, 여의도, 신촌 등으로 나갔는데 한국의 여름은 정말 덥더라고요. 희한하게, 윗도리도 없이 멜빵바지만 입었는데 왜 이렇게 더운 건지. 다리가 짧아서 걷는 것도 쉽지 않아요. 분명 팔다리를 격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느낌이랄까. 계단은 거의 재앙이죠. 게다가 시력도 나쁘거든요. 밥은 그나마 두 눈을 다 뜨고 있지만, 나는 늘 반쯤 감고 있고, 가엾은 스튜어트는 외눈이라... 뵈는 게 거의 없어요.
   
그래도 우리가 나타날 때마다 환호하며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니까 뿌듯하더라고요. 함께 사진 찍기 위해 이런저런 포즈를 연습했답니다. 비록 짧은 다리지만, 이렇게 꼬을 수도 있고요. 머리 위로 '하트' 그리기는, 미안하지만 안 되겠네요. 지금 이게 팔을 최대한 뻗은 거예요, '만세'. 

"만세!" <미니언즈> 옐로우카펫 행사에서 미니언 캐릭터 스튜어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만세!" <미니언즈> 옐로우카펫 행사에서 미니언 캐릭터 스튜어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UPI


종종 격한 터치는 좀 당황스럽기도 해요. 자꾸 머리카락 당기는 분들 있는데, 조심해 주세요. 이제 열 가닥밖에 안 남았거든요. 그리고 막내 밥 입에 손 넣어봤자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항상 웃고 있는 것 같아도 소심한 친구라 상처받아요. 그리고 이 더운 날씨에 키 큰 오빠들이 귀엽다고 껴안고 이마에 뽀뽀하고 그러는데! 고맙습니다. 기분이 썩 나쁘진 않네요.

무엇보다 한국은 듣던 대로 태권도의 나라라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다행히 아프진 않아요. 미니언들은 놀랍도록 탄력 있는 몸을 갖고 있거든요. 그나저나 드디어 '악당 꿈나무' 조짐이 느껴지는 될성부른 어린이들을 찾은 것 같아요! 아, 이건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에요. 정말입니다... 뒤에 줄 선 사람들 중에 어린이가 얼마나 더 있는지 알려줄래요?

"머리가 커서 슬퍼요" <미니언즈> 인형탈이 대기실로 들어가다가 벽 사이에 꼈다.

▲ "머리가 커서 슬퍼요" <미니언즈> 인형탈이 대기실로 들어가다가 벽 사이에 꼈다. ⓒ 이현진


오, 지금 또 어린이 한 명이 우릴 향해 달려오고 있어요. 손에 뭔가를 들었네요. 도구를 사용하려는 걸까요? 으아니, 배 쪽은 좀 취약한데 잠깐 마음의 준비 좀... 엇, 주머니에 뭘 넣고 갔어요. 사탕이네요. 저런, 악당 자질이 전혀 없군요.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거죠. 사탕은 좀 이따가 먹을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린 바지를 벗어야 음식을 먹을 수 있거든.

이렇게 된 이상, 스칼렛 오버킬을 만나러 가야겠어요. 세계 악당 챔피언 대회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되게 못된 여자라는데, 벌써부터 흥분되네요. 이번에는 우리가 보스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 주세요. 뿌빠예(Poopaye·안녕)!

미니언 안에는 누가 있을까요?

"사람이야?"
"키가 왜 이렇게 작아?"

차승원, '미니언즈'와 즐거운 포토타임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CGV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시사회에서 생애 첫 내레이션에 도전한 배우 차승원(가운데)이 미니언즈들과 함께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배우 차승원이 생애 첫 내레이션에 도전한 <미니언즈>는 디즈니 픽사와 드림웍스를 위협하는 신흥 제작사로 부상 중인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작품으로, 최고의 악당을 찾아 떠나는 '슈퍼배드 원정대'의 모험 이야기다. 29일 개봉 예정.

▲ "이 친구들 굉장히 더울 거예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CGV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시사회에서 생애 첫 내레이션에 도전한 배우 차승원(가운데)이 미니언즈들과 함께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지난 23일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언론시사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의 IFC몰에 3명(?)의 미니언 캐릭터들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차승원과 사진을 찍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온 미니언들 때문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도 그럴 것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얼굴인지 모를 독특한 신체구조에 비해 팔과 다리가 짧아 힘겹게 걷는 모습이 치명적으로 귀여웠기 때문이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캐릭터 하나당 한 명의 보조스태프가 부축하다시피 길을 안내했다.

무대 뒤 대기실에서 미니언 인형탈을 썼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세 명 모두 20대 여성이었다. 미국에서 자체 제작한 이 인형탈의 적정 신장이 150cm 이하라 지원자들이 거의 여성이라는 게 영화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홍보물 배포 및 사람들과의 사진 촬영. 지난 4월부터 서울, 경기의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돌며 홍보활동을 진행해왔는데, 상황에 따라 일하는 사람이 바뀌기도 한다. 이날 만난 대학생들은 여름방학 들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오늘은 칼퇴할 수 있을까?" <미니언즈> 인형탈이 홍보활동을 위해 준비 중이다. 밑에 노란 타이즈를 신고 멜빵바지를 입은 후 탈을 써야 한다.

▲ "오늘은 칼퇴할 수 있을까?" <미니언즈> 인형탈이 홍보활동을 위해 준비 중이다. 밑에 노란 타이즈를 신고 멜빵바지를 입은 후 탈을 써야 한다. ⓒ 이현진


앞서 시사회 무대인사에서 차승원은 "내레이션 할 때 이 친구들(미니언)의 실제 모습을 봤는데, 굉장히 더울 것"이라고 고충을 대신 전했다. 그나마 이날은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 일정이라 나은 편. 알바생들은 "아무래도 야외에서 일할 때는 너무 덥다. 땀나는 게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관계자는 "탈 안쪽의 머리 부분에 선풍기가 달려 있는데, 쾌적한 바람은 아니지만 그나마 공기순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한 번 입어 보기로 했다. 키가 165cm인 기자에게 맞는 캐릭터는 케빈 뿐이었다. 얼굴이 몸의 반 이상인지라 입는다기보다 탈 안으로 몸을 집어넣는 모양새다.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탈속으로 들어갔는데,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탐험을 하는 것처럼 두려웠다. 겨우 머리에 다다르자 어깨끈이 잡혔다. 이제 탈을 책가방처럼 메면 된다. 양팔은 사람이 끼우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손잡이로 돌리는 방식이다. 눈 부분으로 밖이 보이는데, 두터운 방충망의 느낌이다. 게다가 시야가 좁아서 왜 뒤뚱거릴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미니언즈> 인형탈들이 신는 신발. 아르바이트생들은 "발보다 커서 걷기 쉽지 않다"고 했다.

<미니언즈> 인형탈들이 신는 신발. 아르바이트생들은 "발보다 커서 걷기 쉽지 않다"고 했다. ⓒ 이현진

손잡이로 팔을 돌리며 잠깐 춤을 춰보았다. 아무래도 움직임이 제한적이라 현란한 춤사위는 불가능하다. 잠깐인데도 통 안에 갇혀 있으니 답답했다. 정석대로라면 밑에 노란 타이즈를 신고 멜빵바지를 입은 후 탈을 써야 한다. 알바생들은 "탈이 많이 무겁지는 않은데, 오래 쓰고 있으면 어깨가 아프다"고 했다. 근무시간은 하루 4~6시간 정도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40분 일하고 20분 쉬는 게 원칙이라고. 일당은 대개 7만 원 선이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짓궂게 장난을 치지는 않는지 묻자, "괴롭히고 때리는 애들도 있는데, 아프지는 않고 '둥둥' 울리는 정도다"라며 "특히 밥은 입을 벌리고 있어서 자꾸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고 웃었다. 인형탈 옆에서 홍보활동을 돕는 한 보조스태프는 "먹을 걸 주는 친구들도 있다"며 "미니언들의 바지 주머니에 사탕 같은 걸 넣고 간다"고 전했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미니언이 된 알바생들이 대기실 밖으로 나가자, 사람들이 톱스타라도 본 듯이 소리를 지르며 모여들어 사진을 찍었다. 미니언들이 격하게 팔을 흔들며 화답했다. 밖에서 볼 땐 '까딱까딱' 수준이었지만, 그 안에서 땀나게 손잡이를 돌리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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