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돈나>의 한 장면

영화 <마돈나>의 한 장면 ⓒ 준필름


해림(서영희 분)은 VIP 병동에서 일하는 30대 중반의 간호조무사입니다. 그녀는 병동에서 전신마비로 10년째 병원 신세를 지는 부유한 노인과 그의 아들 상우(김영민 분)를 만나게 됩니다. 어느 날, 병동에 신원미상의 뇌사상태 임산부 환자가 입원합니다. 상우는 해림에게 거액의 대가를 주며 환자의 신상에 대해 뒷조사를 할 것을 제안합니다. 노인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서는 뇌사 상태인 여자의 심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상우의 제안을 받아들인 해림은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 환자 미나(권소현 분)의 과거와 마주하게 됩니다.

신수원 감독의 영화 <마돈나>는 여성의 수난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해림의 추적으로 수난의 주인공인 미나의 과거가 하나둘 밝혀질수록 관객은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목격하게 됩니다. 영화는 미나가 바닥으로 떨어질 대로 떨어지게 된 원인을 이야기합니다. 벗어날 수 없는 가난부터 주변의 무관심, 몰이해, 착취하는 구조 그리고 애정 결핍에 시달리는 미나의 심리 상태까지. 영화는 한 여성이 속수무책으로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과정을 그립니다. <마돈나>는 결코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닙니다.

여기에 또 다른 수난을 겪고 있는 여성이 한 명 더 등장합니다. 바로 미나의 과거를 추적하는 해림입니다. 해림은 삶 자체에 지쳐 보이는 인물인데, 미나의 과거와 마주하면서 자신의 과거 또한 돌아보게 됩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자신의 과거와 미나의 현재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해림의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펼쳐집니다. 영화는 해림의 선택에 주목합니다. 인간의 존엄과 관련된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마돈나>의 한 장면. '마돈나'로 불렸던 미나

영화 <마돈나>의 한 장면. '마돈나'로 불렸던 미나 ⓒ 준필름


<마돈나>는 결이 매끄러운 작품은 아닙니다. 대사는 지나치게 직설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배우들 간의 연기의 질도 균일하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영희와 권소현의 연기는 흠잡을 구석이 없습니다. 서영희가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해림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권소현은 신인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의 집중력을 보여줍니다. 시종일관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한 줌의 애정에 목을 매는 미나의 내면을 생생하게 연기해 내는 데 성공합니다.

<마돈나>는 일상의 괴물이 자주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미나를 직접적으로 착취하고 이용하거나 그녀의 고통을 곁에서 방관하는 이들의 면모는 끔찍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을 법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에 비하면 상우는 속내를 알기 쉬운 악당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물의 불쾌한 면모가 적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지요.

영화는 뚜렷한 희망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앞날은 깜깜하기 그지 없습니다. 오히려 남은 이들의 앞날이 더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일말의 구원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설령 아주 희미해서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빛줄기일지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이 해림의 선택으로 얻은 것이기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마지막까지 보여 주는 걸 잊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하상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on-movie-monday.blogspot.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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