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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기자는 그동안 '10만인클럽 리포트-김종술, 금강에 산다'를 연재하면서 4대강 사업 이후 썩어가는 금강의 속살을 보도해왔습니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이 주최하고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주관해서 김종술 기자의 현장리포트를 이은 특별기획 '금강에 살어리랏다'를 진행합니다. 보트를 타고 페이스북 등 SNS 생중계를 하면서 현장을 고발하고 기획 보도를 통해 대안도 모색합니다. 이 기획은 충청남도와 충남연구원이 후원합니다. [편집자말]
단 1명의 환자가 대한민국 메르스 공포의 시작이었습니다. '골든타임'을 놓친 정부 때문에 온 국민이 전염병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병명은 '중동호흡기증후군'. 그런데 금강은 3년 전부터 비슷한 질병을 앓았습니다. 흐름이 막혔고, 물 속 밑바닥에 쌓인 시커먼 오니는 용존산소 '제로 지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물 속 생명체들은 숨쉬기조차 어렵습니다. 메르스의 비극은 낙타에서 출발했지만, '금강 메르스'는 바로 당신들의 삽질에서 시작됐습니다.

'금강 메르스'의 시작

오늘 공주보 상류에 떠오른 조류 사체는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최악의 상태로 강변을 따라 1/3 정도까지 뒤덮고 있다.
 오늘 공주보 상류에 떠오른 조류 사체는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최악의 상태로 강변을 따라 1/3 정도까지 뒤덮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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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신가요? '이명박근혜' 대통령님.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6년 전 4대강 사업을 군사작전하듯이 밀어붙인 당신들께서는 세월호 참사 때처럼, 메르스가 창궐하기 시작했을 때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혹은 쉬쉬 했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홍수 예방, 수질 개선, 수자원 확보, 가뭄 해소, 생태 복원,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관광지 조성... 당신들의 장밋빛 청사진이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멀쩡한 강, 비단결 금강이 매일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기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환장할 노릇입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들과 함께 오늘 금강에 보트 한 대를 띄웠습니다(☞  페이스북 보트 생중계 바로보기). 당신들이 막아놓은 금강, 흐르지 않는 강의 죽음을 고발하려고 합니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그곳에 창궐하는 큰빗이끼벌레와 환경부가 수질오염지표종으로 지정한 실지렁이들의 모습을 수중카메라에 담으려고 합니다. 시궁창에서나 볼 수 있는 시뻘건 실지렁이들이 금강에 살고 있답니다. 4대강 사업은 금강을 시궁창으로 만든 겁니다. 

당신들이 4대강 사업을 할 때 내세웠던 구호는 '녹색 성장'이었습니다. 지난 3년간 많은 국민들은 당신들이 4대강에서 만든 걸쭉한 '녹조라떼'를 보아왔기에 그런 헛구호를 이제는 믿지 않습니다. 경제적 풍요를 상징하는 녹색성장이 아니라 강에 치명적인 독소를 내뿜는 녹조 창조 사업이라는 것을 익히 아는 것이지요. 금강에서 녹조는 큰빗이끼벌레와 함께 매년 상류로 올라오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그걸 보여드리려고 무인기를 띄울 예정입니다.

'괴물 기자'된 사연

아 참, 감히 전현직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쓰는 제 소개가 늦었군요. 충남 공주에 살고 있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백수'이지만 매달 오마이뉴스에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이고 '김종술, 금강에 산다'라는 10만인리포트(☞ 연재기사 보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는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당신들에게 편지를 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자랑질을 좀 하자면, 금강의 물고기 떼죽음을 특종보도했고 공무원들의 물고기 사체 수습 과정을 몇 달 동안 추적보도하다가 정신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공산성이 무너졌을 때에도 현장 취재를 막는 공무원들에게 맞을 뻔 했는데 제 통장을 털어서 비행기를 띄운 뒤 특종사진을 건진 무모한 백수 시민기자입니다.

작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큰빗이끼벌레를 특종보도할 때에는 그 실체를 아는 전문가들이 없어서 직접 먹어본 뒤 그 부작용까지 기사로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괴물 큰빗이끼벌레'를 먹은 '괴물 기자'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일베와 수구언론들로부터 시달리기도 했지요.

저는 당신들 때문에 많은 걸 잃었습니다. 지역신문사 대표이기도 했는데 4대강 광고 압박을 견디지 못해 신문사를 빼앗겼습니다. 은행 거래도 막혔습니다. 금강을 취재할 수 있는 나의 유일한 발인 차량마저 압류될지 몰라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세우곤 했습니다. 월세 독촉에 시달리며 밤이면 혹시나 집주인이라도 찾아 올까봐 불도 켜지 못하고 살기도 했습니다.

죽어가는 금강이 준 깨달음

4대강 사업이 끝나기 무섭게 '비단강'으로 불리던 금강의 수질이 악화 되었다. 2013년 8월 금강에 녹조가 발생하면서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가 공주보가 보이는 곳에서 물을 떠서 쏟자 녹색페인트를 강에 붓는 것처럼 보인다.
 4대강 사업이 끝나기 무섭게 '비단강'으로 불리던 금강의 수질이 악화 되었다. 2013년 8월 금강에 녹조가 발생하면서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가 공주보가 보이는 곳에서 물을 떠서 쏟자 녹색페인트를 강에 붓는 것처럼 보인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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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불안과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저는 더 큰 것을 얻었습니다. 금강이 신음하면서 죽어갈 때 금강의 가치를 알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수문만 열면 죽어가는 금강을 살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매일 금강에 나가서 김밥과 빵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제 한 몸이라도 열심히 굴린다면 강의 죽음을 단 1분이라도 늦출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부수입도 짭짤합니다. 모든 국민을 부자로 만들겠다고 현혹했던 당신들의 우상, 돈이 아닙니다. 지역신문 기자로 그럭저럭 살아간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여러 가지 상을 휩쓸었습니다. 우락부락한 노총각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금강의 요정'이라는 귀여운 별명도 얻었습니다. 일개 시민기자인 저의 TV 출연도 잦아졌지요. 이 모든 게 다 당신들 덕분입니다.

'녹색강'을 보고서도 가만히 있는 '이명박근혜' 대통령님.

아시겠지만 금강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올해 들어서 찍은 동영상 3편을 편집해봤습니다. 아래 우스꽝스러운 영상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보 세굴로 시달리는 공주보에서 모래자루 물 속에 처넣기, 시멘트를 강물에 처넣기, 녹조 없앴다고 황토 뿌리기 등 강에서 볼 수 없는 황당한 영상입니다.

금강에 세운 보 때문에 나타난 세굴 현상을 모래자루를 쏟아 부어서 막을 수 있을까요? 물속에 시멘트를 쏘는 신기한 공법도 목격했습니다. 강물이 어항인가요? 썩어가는 강물에 기포(마이크로버블기)를 쏘아서 맑게 하겠답니다. 녹조를 가리려고 황토흙을 뿌려봤자 위장병 환자의 배에 파스를 붙이는 꼴입니다. 국민 혈세 22조 원을 수장시켜놓고 매년 이런 헛짓으로 국민의 주머니돈을 훔치고 있습니다.

'장밋빛 청사진'이 이런 것이었다니...

지난 6월 20일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 주변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지난 6월 20일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 주변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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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두려운 건가요? 수문을 열면 되는 일입니다. 가뭄에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데도 보에 가득 채워둔 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수문만 열면 큰빗이끼벌레도 줄어들고 녹조의 발생 빈도도 눈에 띄게 줄어들 겁니다. 실지렁이, 깔따구 하루살이와 모기가 득시글대는 금강을 언제까지 가만히 보고 계실건가요?    

'이명박근혜' 대통령님.

오늘 금강에 띄운 보트는 당신들을 위한 겁니다. 당신들이 6년 전에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듯이 4대강을 아끼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다시 한 번 썩어가는 물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수중카메라와 무인기를 띄워서 금강의 물 속과 표면을 꼼꼼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 2박3일 동안 공개편지(☞페이스북 보트 생중계 바로보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어린 답장을 부탁드립니다. 

녹조가 창궐하고 큰빗이끼벌레와 시궁창의 실지렁이들이 사는 금강에서.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금강 보트 탐사, #10만리포트, #큰빗이끼벌레, #녹조,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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