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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최초의 기록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넘어 넘어') 영문판 저자 중 한 명인 팀 샤록(Tim shorrock)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넘어 넘어' 영문판 재출판을 위한 국회의원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팀 샤록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들과 전두환 신군부 사이에 오간 비밀 전문(이른바 '체로키 파일')을 공개해, 당시 미국의 5·18민주화운동 개입 전략을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최초의 기록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넘어 넘어') 영문판 저자 중 한 명인 팀 샤록(Tim shorrock)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넘어 넘어' 영문판 재출판을 위한 국회의원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팀 샤록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들과 전두환 신군부 사이에 오간 비밀 전문(이른바 '체로키 파일')을 공개해, 당시 미국의 5·18민주화운동 개입 전략을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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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미국 정부는 전두환 신군부가 특전사를 동원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심지어 미국 정부의 동의 없이는 움직일 수 없었던 20사단의 광주 투입을 승인해줬고, 당시 5.27 도청진압 때도 신군부와 일정을 협의했다.

이 모든 진실은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팀 샤록(Tim Shorrock.64)이 1996년 입수해 폭로한 이른바 '체로키(Cherokee) 파일'에 의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일부 극우 인사들은 5.18 민주화운동 기간 중 북한군 600여 명이 광주에 잠입해 폭동을 조종했다고 주장하지만, 샤록이 입수한 체로키 파일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샤록은 지난 2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우 인사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조작한 것"이라며 "당시 미국이 북한의 군사 통신망도 감청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군이 광주에 잠입했다면 당연히 미국 감청망에 걸렸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샤록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최초의 기록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황석영 기록, 1985, 아래 <넘어 넘어>)의 영문판인 <광주일지>(Kwangju Diary, 설갑수 옮김, 1999)에 체로키 파일의 일부를 '워싱턴의 시각'(The view from Washington)이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샤록은 이 글에서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이 '워싱턴 지하창고'에 묻혀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샤록은 지난 2005년 절판된 이후 10년째 재출판 되지 못하고 있는 <광주일지>에 대해 "(광주항쟁 당시) 광주 소식은 억눌려 있었고, 지금도 영문판이 절판됨에 따라, 억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영문판을 재출간함과 동시에 한·미 양국 정부를 상대로 추가 정보를 공개하라는 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5.18 비밀문서 폭로' 미국인 "수치스럽다">

샤록은 또 "박정희의 역사를 잘 아는 나로서는, 한국인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반대파(야당)가 분열되어 있었다"며 "사실, 그런 분열은 미국에서도 흔하다. 진보적인 변화에 대한 일종의 반동"이라고 분석했다.

샤록은 이어 "미국에서 (대선 관련) 정보기관의 댓글 조작이 있었다면, 정보책임자는 (당연히) 해고당했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사이버 댓글 부대'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오히려 보수층부터 매우 분노하고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록은 미국 정보기관 업무의 외주화를 다룬 'Spies for Hire'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다음은 팀 샤록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요지이다.

"광주항쟁에 북한 특수부대 개입?... 중상비방이다"

- 한국 내 극우 인사들은 광주항쟁 기간 중 북한군 600여 명이 광주에 잠입해 폭동을 조종했다고 주장한다. 체로키 파일에 따르면,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의 개입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했는데. 
"(북한군의 개입이 있었다는 극우 인사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조작한 것이다. 광주학살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도, 미국은 북한 군대에 이상 증후가 없다고 말했다. 세계 어느 곳보다, 한반도에서 미국은 가장 강력한 감청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198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U2 정찰기에, 국가안보국(NSA) 감청장치까지. 당시 NSA는 소련 서기장 브레즈네프와 소련 장성들의 통신을 감청하고 있었다. 그런 사정이니, 북한의 군사 통신망도 (당연히) 감청하고 있었다. 극우파가 말한 대로 600여 명의 북한군이 광주에 잠입했다면, 북한군과 모종의 통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미국 감청망에 걸렸을 것이다."

- 한국 내 극우세력이 북한의 개입설을 계속해서 유포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거짓말을 해서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모욕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사실을 왜곡하려는 것이다.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항쟁이 북한 특수부대 짓이라고 말하는 것은 한 마디로 중상비방이다. 북한의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광주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위력을 발휘할 통제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았다. 도대체 증거가 없지 않느냐. 공개된 (체로키 파일) 전문이건, 미국 관리의 언급이건, 군사 정보기관이건. 그냥 조작한 것이다. 미 군부에 문의해도 나와 동일한 입장을 밝힐 것이다."  

- <넘어 넘어>의 영문판인 <광주일지>에 '워싱턴의 시각'(The view from Washington)이라는 제목으로 체로키 파일 일부를 실었다. <광주일지>가 2005년 절판 이후 지난 10년간 재발간 되지 못했다가, 최근 재발간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인에게 광주에 관해 묻는다면, 전혀 모른다고 할 것이다. 반면, 천안문 사건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군사적으로 촘촘히 엮여 있으나, 중국은 그렇지 않다. 광주항쟁 자체에 전 지구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항쟁은 집단 협력의 힘을 보여줬다. 모두가 각기 역할을 했다. 어제 홍성담의 판화를 봤는데, (광주항쟁 당시) 한 여성이 (시민군에게 밥을 나눠 주기 위해) 커다란 밥통 옆에 앉아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었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동체가 압제에 반대해 일어난 것이다.

만약 <광주일지>가 재출간된다면, 이 점에 초점이 맞춰줬으면 좋겠다. 나는 이번에 여성 시민군 리더를 만나기도 했는데, 그는 항쟁 당시 총상을 입었다. 여성대원들이 음식을 마련할 뿐 아니라, 직접 공급도 했다. 항쟁 내내 있었던 도청 앞 대중집회도 인상적이다. 그런 식의 대중 참여 민주주의는 세계에서 거의 유례가 없다."

- <광주일지>가 재발간 되는 것에 맞춰 내용 보강이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광주항쟁은 인터넷이나 트위터가 없는 시절에 일어났다. '아랍의 봄'은 모두가 트위터를 통해 전해 들었다. 광주항쟁 당시 외신 기자들이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항쟁이 밖에 알려진 셈이었다. 한국 언론들은 보도할 수조차 없었다. 당시에도 광주 소식은 억눌려 있었고, 지금도 영문판이 절판됨에 따라, 억눌려져 있는 셈이다. 광주 이야기를 다시 알려야 한다.

또한, 광주 이야기가 적절한 맥락에서 알려져야 한다. 증보판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도 내 기고문을 보강하고 싶다. 그동안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문판 번역자이자 저작권자인) 설갑수도 본문을 보강할 계획을 하고 있더라. 또한, 증보판으로 '600명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과 같이 말도 안 되는 공세를 제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증보판이 나온다면 당시 미 정보보고서에 북한군의 이상 징후가 없었다는 점을 적시하는 글을 쓰고 싶다. 여기 한국에서도 광주 이야기가 다시 알려지고, 극우의 공세를 떨칠 수 있도록 영문판이 다시 나와야 한다."

- <광주일지>가 재발간 되면서 독립적 연구로 이어진다면, 미국이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는 국방성, CIA, DIA(국방부 정보국) 등의 광주항쟁 자료를 추가로 공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우리는 추가로 자료 공개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 정보공개법을 통해, 광주항쟁 당시 전자감식 정보가 있었는지, NSA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1995년 당시에는 전자감식 정보기관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어서 자료를 요청하지 못했다. 물론 NSA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CIA 자료도 14년 걸려서 입수했다.

광주의 한 기자가 항쟁 당시 발포명령자가 누군지를 추적한다면서, 내게 아는 바가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전두환이라고 생각한다. 미군은 모든 계급의 한국 장교와 연관을 맺고 있다. 말하자면, 7공수여단도 미국의 특정한 특수부대 여단과 관계를 맺는 식이다. 그렇다면 미국 특수부대의 기록과 역사를 연구해 보면, 당시 (발포명령자에 대한) 상황이 나온다. 물론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영문판을 재출간함과 동시에 이런 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양국 정부에게 기록들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대선에 출마할 때도 놀랐고, 당선될 때도 놀랐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현재 한국의 대통령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와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박근혜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때도 놀랐고, 당선될 때도 놀랐다. 박정희의 역사를 잘 아는 나로서는, 한국인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반대파(야당)가 분열되어 있었다. 사실, 그런 분열은 미국에서도 흔하다. 미국은 극단적 우익 사상이 확장되어가고 있다. 진보적인 변화에 대한 일종의 반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김대중이라는, 한때 야당지도자이자 반대파가 한국을 온전한 민주주의로 회복시켰고, 노무현도 그런 맥락에 있었다. 김대중이 북한과 화해하려고 하고, 그것을 위해 그때까지 볼 수 없었던 조처를 하자, (한국의 일부 우익들 사이에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의 우익을 잘 아는 편인데,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막강하고, 조작에 능하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는 공산주의의 위협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테러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한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테러 경보가 나온다. 배후는 언제나 연방수사국(FBI)이다. 누군가 급진적 이슬람주의에 관해 이야기하면, FBI가 첩자를 보내고, 상황을 조작하기도 한다. 한국 정보기관들의 위세가 약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다소 변화는 있었다. 안기부가 국가정보원이 되고, 고문도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강력하다."

- 미국 첩보기관들도 한국의 첩보기관처럼 조작한다는 의미인가?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믿기지 않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최근 월남 밀라이 마을 참사를 폭로한 탐사기자가 미 특수부대가 기습 끝에, 오사마 빈라덴을 죽였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 미국의 공식입장은, 미 정보기관이 용의자 한 명을 고문한 끝에 자백을 통해 받아낸 정보를 가지고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했다. 고문을 정당화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사실은, 파키스탄 정보기관이 빈 라덴의 소재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적잖은 조작이 있었을 것이다."

- 지난 대선 당시 발생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 현 정부는 별다른 책임을 지거나 사과를 하고 있지 않다. 만약 미국에서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미국에서 그렇게 정보기관의 댓글 조작이 있었다면, 정보책임자는 (당연히) 해고당했을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의 위력은 한국보다 세다. 오바마 정권은 일부 진보적이지만, 정보계통과 밀접하다. 현재 새로 임명된 존 브레넌 CIA 국장도 오바마의 안보 특보였다. 상원의원으로서 오바마는 NSA의 감청 등에 반대했으나,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방어하고 나섰다. 다만, 미국에서 사이버 댓글 부대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오히려 보수층부터 매우 분노하고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뷰 ①] "전라도 사람 업신여겨... 한국의 보수 볼썽사납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팀 샤록, #5.18 민주화운동, #광주일지, #넘어넘어,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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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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