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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럽게 잘 익어가는 딸기
 탐스럽게 잘 익어가는 딸기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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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가 제법 열렸다. 작년에 딸기를 두 평 정도 심었는데, 줄기가 번져서 탐스런 딸기들이 여기저기 빨갛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아내도 신이 나서 매일 딸기밭에 가보곤 했다.

"여보, 금년에는 딸기깨나 따 먹겠어요."
"그러게 말이요. 오늘 아침에도 몇 개 따서 후식으로 먹어볼까?"
"내가 나가서 곧 따올게요."
"당근이지."

아내는 후식으로 매일 아침 몇 개씩 딸기를 따 먹는 재미가 쏠쏠한 모양이다. 그런데 딸기 밭에 갔던 아내가 "아이고, 어머나!" 하고 비명을 질렀다. 나는 무슨 큰일이 일어났나 하고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아내는 건강이 좋지 않아 항상 관리 대상이기 때문이다.

"여보, 이 일을 어쩌지요?"
"무슨 일인데?"
"새들이 딸기를 다 쪼아 먹어버렸어요."
"저런!"

새들이 아침식사로 쪼아 먹은 딸기
 새들이 아침식사로 쪼아 먹은 딸기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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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나를 보고 울상을 지었다. 딸기밭에서 도망을 친 까치가 까악까악 울더니 전봇대로 날아갔다. 까치뿐만 아니라 다른 새들도 두어 마리 대추나무 위에서 지저귀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다 말고 방해꾼이 나타나니 까치도 당황한 모양이다. 새들도 아내처럼 울상을 짓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인간이나 새나 맛있게 먹을 딸기를 놓쳤으니 애석한 마음은 똑 같지 않겠는가?

가까이 가서 딸기밭을 살펴보니 잘 익은 딸기는 어김없이 쪼아 먹어치웠다. 한 그루에 7~10개 정도 주렁주렁 열린 딸기 중에 잘 익은 딸기만 골라서 두 개 내지는 세 개 정도 쪼아 먹은 흔적이 보였다. 그대로 두면 딸기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새들아, 이제 그만 쪼아 먹어. 우리도 좀 먹어야지."
"여보, 이대로 두면 딸기가 하나도 남아나지를 않겠어요. 무슨 방도를 취해야지요."

아내의 말처럼 한 번 맛을 본 새들이 딸기를 그대로 둘 리가 없다. 어떻게 할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던가? 궁리 끝에 나는 딸기에 망사를 씌우기로 했다. 새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두 평 딸기 밭에 망사를씌웠다.
 두 평 딸기 밭에 망사를씌웠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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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밑에 지푸라기를 깔고 그 위에 망사를 씌웠다. 새들은 참으로 영리하다. 어떻게 그렇게 잘 익은 것을 귀신같이 알까? 퍼런 것은 그대로 두고 빨갛게 익어 먹음직스런 것만 골라서 쪼아 먹으니 말이다.

새들이 잘 익은 빨간 딸기만 골라서 쪼아먹고 있다.
 새들이 잘 익은 빨간 딸기만 골라서 쪼아먹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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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는 장미과의 다년생 채소로 비타민C가 으뜸이다. 아침에 딸기 3~4개만 먹어도 비타민 필요량을 충족시킬 수 있다. 더구나 당분은 3~7%밖에 없으니 당뇨가 있는 아내에게는 더 없이 좋은 식품이다.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李時珍)이 지은 <본초강목>에 의하면 딸기는 신장의 정을 보익하고 여성의 수태 기능을 도우며 머리를 검게 하고 눈을 맑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비타민C가 잇몸의 출혈을 예방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내년에는 딸기를 좀 더 심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그 중에 일부는 새들에게도 맛있는 보시를 할 수 있을 것이 아니겠는가?


태그:#딸기, #딸기 조아먹는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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