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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혼자 있는 손자를 위해 할머니가 준비한 '돼지고기' 선물
 어린이날 혼자 있는 손자를 위해 할머니가 준비한 '돼지고기' 선물
ⓒ 안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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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월 5일 어린이날.
나는 중학교 3학년. 이제 어린이가 아니겠지?
그래도 5월 5일 어린이날을 생각하면 왠지 설렌다.
중학교 3학년이 되었어도 아직 아이인가보다.
그래도 나름 컸다고 생각한다.

어제 "내일 가족이 다 모여 무엇을 할까?" 하고 생각했다.
오늘 "그럴수도 있지."하고 생각한다.
아빠는 일하러. 엄마도 일하러.
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나 뿐.
심심하다.
홀로 방에 들어가 책을 핀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10시가 되었다.
밖에 나가 난에 물을 주고 난분을 갈아준다.
할 짓이 없으니 1시간 동안 바라본다.
난을. 땅을. 하늘을.

점심 식사 시간이 다가온다.
할아버지가 내게 말을 건넨다.
"아침에도 닭 파냐?"
"몰라요. 밤에만 시켜 먹어 봐서."
"하나 시켜 먹어."
"아니에요. 지금 별로 생각 없어요."
할아버지는 내게 어린이날 선물을 주려 했던 걸까?

이번에는 할머니가 내게 말을 건넨다.
"돼지고기 있는디. 돼지고기 꿔주까? 아니면 김치 넣고 볶아주까?"
"응? 몰~라~"
웃으면서 "그럼 누가 안데?"
"몰~라~"

잠시 후, 할머니는 고기를 꿔서 내게 건넨다.
"먹어라."
"큰 방 가서 같이 먹어."
"먹어라."
"응?"
"먹어라."
나는 할머니가 꿔준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다 먹었다!"고 외치니
"더 먹어라."면서 고기를 더 준다.
또 다 먹으니 또 준다.
"얼마나 있어?"
"얼마 없어. 다 먹었어. 석 점 남았네."
"아~"
마지막 석 점을 먹고 "배부르다!"고 말하니
할머니는 웃으면서 상을 치운다.

내게 하얀 편지 봉투에 용돈을 담아 준다.
할머니는 항상 그랬다.
어떤 특별한 날이 되면 이렇게 용돈을 준다.
나는 이 돈을 쓰지 않고 저금한다.
"나중에 갚아야지. 할머니한테. 16년간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 대신 키워줬으니.
그래야지."하면서 말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가 중학교 3학년이어도 아직 아이로 보이는 걸까?
나는 컸다고 생각하는 데 말이다.
그래도 나를 이렇게 챙겨주는 것이 싫지는 않다.

할머니,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5월 8일 기다리세요.



태그:#어린이날, #선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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