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한화 김경언이 6회말 무사 1루에서 김태균의 2루타 때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26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한화 김경언이 6회말 무사 1루에서 김태균의 2루타 때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신' 김성근 한화 감독과 SK와이번스의 인연은 남다르다. 김성근 감독은 2000년대 중후반 프로야구에 SK의 황금 시대를 개척한 주인공이다. 이전까지 평범한 팀에 불과했던 SK는 김 감독이 부임한 이후 2007~2008, 2010시즌까지 3번의 한국 시리즈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김성근 감독 역시 SK의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는 오랜 경력에 비해 유독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비운의 감독에 가까웠다. 김 감독이 진정한 '야구의 신'으로 인정받게 된 것도 바로 SK시절부터였다.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과 프런트의 탄탄한 지원이 조화를 이룬 SK는 김성근 감독의 '이기는 야구'를 구현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김 감독은 우승 후 SK 구단과 프런트에게 영광을 돌리면서 끈끈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과 SK의 마지막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재계약과 팀 운영 방향을 둘러싸고 차츰 관계가 악화된 양측은 2011년 김성근 감독의 재계약 거부 발언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구단은 하루 뒤 전격 경질로 맞대응하며 파국으로 끝났다. 김 감독의 지도자 인생 12번째 경질이었다.

SK 구단은 이후에도 한동안 우승 감독을 토사구팽했다는 일부 팬들의 비난 여론으로 혹독한 후유증을 겪어야했다. 김성근 감독 역시 이후 미디어와의 인터뷰마다 종종 SK 구단과 후임 감독에 대한 감정섞인 비난을 거듭하며 아직 풀리지 않은 앙금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사령탑으로 복귀할 때부터 SK와의 재회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 24일부터 대전에서 열린 3연전은 김 감독이 프로 1군 무대에 돌아온 뒤 이뤄진, 4년만의 첫 재회였다.

한화 김성근 감독, SK와의 운명적 재회

수년의 세월이 흘러 어느덧 SK도 팀 색깔이나 관계자들의 면면이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김성근 감독 시절에 활약했던 다수의 선수들은 SK의 주축으로 건재하다. 에이스 김광현을 비롯해 정우람·윤길현, 정상호, 박정권, 김강민 등은 김성근 감독이 SK에서 키워낸 선수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SK는 삼성과 함께 유력한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팀이었다.

많은 이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SK의 우위를 점쳤다. SK는 에이스 김광현, 마무리 윤길현을 비롯하여 주력 선수 대다수가 건재했다. 그러나 한화는 에이스 미치 탈보트가 나서지 못한 데다 부상 선수가 많아서 선발진도 안영명-송창식 등 대체 자원들을 변칙 투입해야 했을 만큼 전력 운용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화와 SK의 올 시즌 첫 만남은 김성근 감독의 완벽한 '복수 혈전'으로 막을 내렸다. 한화는 이번 3연전에서 SK를 제물로 의미있는 기록들을 대거 양산해냈다. 3연승과 시리즈 싹쓸이(스윕)는 모두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올 시즌 한화가 처음으로 달성해낸 기록들이다. 반면 SK로서는 올 시즌 첫 시리즈 스윕패였다.

12승 10패를 기록한 한화는 SK와 공동 4위에 올랐다. 개막 이후 5할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던 한화는 이번 3연전 완승으로 승률을 개막 이후 최고인 5할 4푼 5리까지 끌어올리며 상위권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3연전 모두 1~2점 차 접전 상황을 극복하고 이뤄낸 승리라는 점도 값지다. 지난 24일 1차전에서는 안영명-박정진-권혁으로 이어지는 투수진의 호투에 힘입어 올 시즌 첫 팀 영봉승(2-0)을 거뒀다. 2, 3차전에서는 모두 경기 후반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으며 짜릿한 1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25일 경기에서는 SK 마무리 윤길현을 무너뜨린 김경언의 9회말 끝내기 결승타로 7-6 역전승을 거뒀고, 26일 경기에서도 8회 상대 실책을 틈타 귀중한 결승점을 뽑아내며 5-4로 승부를 뒤집었다. 좌완 불펜 권혁은 1, 3차전에서 연이어 세이브를 따내며 윤규진이 빠져있는 한화의 새로운 주전 마무리로 입지를 굳혔다.

SK 상대 3연승, 한화 선수단에 중대한 전환점

 김성근 한화이글스 신임 감독이 5일 오후 충남 서산시 한화이글스 2군 경기장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장윤선의 팟짱>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옅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난해 11월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성근 감독. ⓒ 강신우


재미있는 사실은 김성근 감독이 SK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2007~2011) 동안 한화가 단 한 번도 SK에게 시리즈 3연승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한화는 보란 듯이 SK와의 첫 대결에서 3연승을 내달리며 징크스를 던져 버렸다. 반대로 SK로서는 김성근 감독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게 될 만큼 뼈아픈 완패가 아닐 수 없었다.

SK를 상대로 거둔 첫 3연승이 주는 효과는 한화 선수단에게 중대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년 연속 정규 리그에 이어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꼴찌를 면치 못하며 저평가받던 한화는 올 시즌 확연하게 달라진 경기력과 끈끈한 투지를 선보이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SK전 완승은 한화가 더 이상 약팀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한화의 경기스타일이 공교롭게도 과거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던 시절의 SK를 떠올리게 했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4년 만의 첫 재회는 김성근 감독의 완승으로 끝난 가운데, 한화와 SK의 다음 맞대결이 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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