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수색은 멈췄고, 울음 바다였던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은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람들로 평온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해 11월 7일 제정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아래 특별법)'에는 유가족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는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여기다 3월 말 공포된 특별법 시행령은 특별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특조위의 독립성을 훼손해, 진상 규명을 바라는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 여론에 역행한다는 공분을 샀다.

지난 6일 오후, 인천시교육청 앞 YWCA 건물 2층에 있는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회(아래 일반인 대책위)' 사무실을 방문했다. 유족 대여섯 명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고요한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장종열(42) 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지난 1년간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는 그는 요즘에야 겨우 현실감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선체 인양' 발언 얘기부터 시작했다.

"진상 규명을 위한 선체 인양이라면 배를 자르지 말고 가급적 그대로 인양해야 증거 보존도 되는 건데, 비용 문제와 효율을 따져 절단해 올리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정부는 4월 9일, 선체 인양 방식으로 통째로 들어 올리는 방식을 제안했다. 최소 12개월에서 최장 18개월까지 걸릴 것으로 내다보며, 소요비용은 1205억 원 가량으로 예상했다.

죽음에는 차이가 없다

장종열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회 위원장
 장종열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회 위원장
ⓒ 김영숙

관련사진보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 가운데 단원고 학생과 교사를 제외한 일반인 희생자는 43명이다. 일반인 대책위는 지난해 5월 22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분류해 차별화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관련기사 2014.5.22.)

"사고가 났을 때 경황이 있던 사람이 어디 있나? 나도 이런 일 처음 겪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가장 힘들었던 건, 국민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단원고 학생들만 있는 줄 알았다는 거다. 일반인 희생자도 있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게 힘들었고, 지금도 그렇다."

장 위원장은 어머니를 잃었다. 용유초등학교 동창생 17명이 환갑을 기념해 제주도로 관광을 가는 길이었다. 12명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전날 전화통화를 했는데, 안개가 자욱해 대기 중이라고 하셨다. 사고가 난 후에 한 통화에서는 '구명조끼 입고 있고, 헬기가 구조하러왔다'며 기다리고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생업을 포기한 유가족은 시신을 찾는 일, 사고가 난 원인과 구조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알아내는 활동만으로도 벅찼다. '단원고'의 부각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중고통에 시달려야했다.

"죽음도 차별을 하나? 나이가 많으면 죽어도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배 안에서 같이 희생됐다. 사고가 난 뒤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데, 같은 말이라도 '어른과 아이가 같이 죽어간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처음에는 안산에 일반인 희생자 분향소도 없었다. 지난해 4월 19일, 정홍원 전 국무총리와 간담회를 할 때 추모공원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나중에 들은 바로는,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해서 단원고 학생과 교사만 대상이라고 하더라."

영화 <다이빙벨>, 죽음의 과정 보는 게 힘들어

세월호 참사 일반인 유가족들이 지난 2014년 9월 29일 오후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 모신 일반인 희생자 34명 중 중국인 희생자 3명을 뺀 31명의 영정사진과 위패를 각자의 집으로 옮겨 갔다.
▲ 영정·위패 옮기는 일반인 유가족들 세월호 참사 일반인 유가족들이 지난 2014년 9월 29일 오후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 모신 일반인 희생자 34명 중 중국인 희생자 3명을 뺀 31명의 영정사진과 위패를 각자의 집으로 옮겨 갔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9월 말, 일반인 대책위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초청되자 상영철회를 요구했다. 보도자료를 내 "단 한 구의 주검도 수습하지 못해 유족을 우롱하고 제품을 실험하는 데 끝나버린 '다이빙벨'이, 다큐로 제작돼 부산영화제에 상영된다니 유족 입장에서 분개할 일"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는, 내가 알기로 역대 최다 방송이 나갔을 것이다. 사고가 난 순간부터 배가 기울고 사람이 죽어가는 안타까운 과정을 실시간으로 봤다. 그걸 다큐로 다시 보여준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주고자하는 메시지보다는 유가족의 입장에서 다시 그 장면을 본다는 게 쉽지 않았다. 부산국제영화제라는 큰 행사에 가족이 나온다는 자체가 싫었다."

장 위원장은 <다이빙벨>을 제작한 이들한테 영화 상영 전 유가족에게 먼저 보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조위 가동해 진상조사 제대로 하기를...

"배·보상 문제나 시행령 문제 등, 세월호와 관련한 얘기를 정부나 인천시로부터 제대로 들은 게 없다. 유가족과 전혀 협의하지 않고, 일반인 대책위 관계자도 언론을 통해 듣는다. 대다수 국민은 보상이 다 끝난 줄 안다."

장 위원장은 하루빨리 특조위를 가동해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길 바랄뿐이라 했다. 일반인 대책위 활동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묻는 후대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부끄럽지 않게 끝까지 밝혀낼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와 비교하기도 하고, 나라를 지키다 죽은 것도 아닌데 국가적으로 보상하는 게 맞느냐고 문제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일반인 희생자들은 지금까지 세금 꼬박꼬박 내고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다. 같은 국민으로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고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국가가 그 마음을 저버린다면 국민을 버리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