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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모친의 19주기 추도예배를 드리고 있다.
▲ 어머니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지난달 21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모친의 19주기 추도예배를 드리고 있다.
ⓒ 경남기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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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지금 저와 저희 회사는 또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의혹제기로 억울한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회사는 사업추진에 한 치의 부정과 의혹이 없습니다.
저는 당당히 결백함을 밝혀낼 것입니다.

어머님,
철부지 어린 시절에도 고난을 이겨냈듯이,
지금의 어려움도 반드시 이겨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역경을 주신 것도, 더 큰일을 하라는 하나님의 뜻이며,
어머님의 가르침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어머님,
당신은 여전히 저의 희망이요, 영원히 제 맘속에서 꺼지지 않는 등불입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어머님, 하나님 품에서 영면하소서.'
-고 성완종 회장의 모친 19주기 추모사에서-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이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그는 지난 3월 21일 충남 서산시 음암면 소재 선영(先塋)에서 열린 모친의 19주기 추모예배에서 유족대표 추도사를 통해 "저와 저희 회사가 또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머니의 유훈을 받들며 살아온 저는 한 치의 부정과 의혹도 없으니 당당히 결백함을 밝히겠다"라며 자원개발 비리의혹에 대한 소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가 9일 오후 서울 북한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비보가 나왔다. 대표적 정치·경제계 인물의 타계에 서산·태안지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성 전 회장과 라이벌 대결을 벌인 새정치민주연합 서산·태안지역위원회 조한기 위원장은 9일 오후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조 위원장은 애도성명에서 "성완종 회장의 비극적인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며 "성 회장은 서산·태안의 발전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정치인이었으며 고향의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해온 기업인이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성 회장은 고향의 후학 양성을 위해 일로 매진했던 교육자이기도 했다. 성 회장의 죽음은 서산태안의 큰 손실이자 아픔이 아닐 수 없다"라며 "서산·태안의 시민들과 함께 성 회장의 죽음에 다시 한 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애통해했다.

주민들도 입을 모아 지역의 큰 일꾼을 잃었다며 애통해 하는 분위기다.

9일 오후 태안군청에서 만난 한 공직자는 "서산·태안에 많은 국회의원들이 있었지만 성완종 전 의원만큼 짧은 기간에 많은 성과물을 낸 정치인은 드물었다"라며 "폭 넓은 인맥과 적극적인 자세로 현안사업 해결에 나섰으며, 특히 2007년 태안기름유출사고의 해결에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국응복 서해안유류피해민총연합회 회장은 "지난 2007년 12월 7일 발생한 서해안유류유출 사고 이후 지역 국회의원들이 4명째 바뀌었지만 성 전 의원만큼 열심을 다한 정치인은 없었다"라며 "교착상태였던 가해기업 삼성과 피해주민의 대화 돌파구 마련과 유류사고특별법의 개정안 제출 등에 앞장섰다"고 회고했다.

국 회장은 또 2012년 10월 25일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 도중 항의 표시로 자해를 해 성모병원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 성 전 의원이 직접 찾아와 의식을 찾을 때까지 몇 시간씩 곁을 지켜주었다는 개인적인 인연도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검찰 수사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나?

성 전 회장의 극단적인 선택에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검찰이 마치 자신을 비리의 주범으로 낙인 찍고 여론 재판을 통해 MB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수사의 타깃으로 삼은 부분에 대한 억울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죽음으로 결백을 증명하려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누가 봐도 검찰이 성 전 회장을 전 정권에 대한 자원외교 비리 부분에 대한 수사의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들이 있다"라며 "수년간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주어왔는데 졸지에 이들 청소년들에게 볼 낯이 없어진 부분은 성 전 회장의 성격상 참기 힘든 부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거듭 애도를 표하고 수사에 강압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SNS상에는 검찰의 잘못을 지적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9일 오후 페이스북에 충남 서산에서 산다는 백아무개씨는 다음과 같이 검찰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이 나라 검찰은 정말 싹 다 갈아치워야 하겠네. 무죄추정의 원칙, 이런 것은 없어. 설사 체포되고 수감되었다 할지라도 100% 유죄인 건 아닌데 수사상황을 언론에 흘려 여론재판을 해? 노무현도 성완종도 검찰이 죽인 거야.... 성완종은 내가 지지할 수 없었지만 그의 입지전적은 존경할 만했다(생략)."

서산장학재단 성완종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2014년 하반기 장학금 전달식 모습
▲ 나라에 역군이 되어라 서산장학재단 성완종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2014년 하반기 장학금 전달식 모습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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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 전 회장의 장례는 유언에 따라 어머니의 유훈을 따라 설립해 이사장을 맡아오던 서산장학재단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유족 측은 10일 오전 충남 서산시 서산의료원에 빈소를 마련하고 정오쯤부터 조문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는 13일 발인을 한 뒤, 고인의 유언대로 충남 서산시 음암면에 있는 성 전 회장의 어머니 산소 곁에 장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서산장학재단은 성 전 회장이 어머니의 유지를 받아 지난 1991년 설립해 현재까지 총 274여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에티오피아, 태국, 베트남 등 해외를 포함하여 국내외 청소년 2만 2천여 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전국 20개 지부에 자원봉사 회원 수는 6천여 명에 이른다.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성완종, #서산장학재단, #경남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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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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