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배병우 작가의 '섬과 숲 사이'전 전시작. 배병우는 바다를 어머니에 비유하며 고향이라고 했다.
 배병우 작가의 '섬과 숲 사이'전 전시작. 배병우는 바다를 어머니에 비유하며 고향이라고 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대학에 다닐 때부터 남해안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지중해부터 남태평양까지도 가 봤고요. 그런데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 남해안이더라고요."

배병우(65) 사진작가가 남해안의 섬과 바다에 반한 이유다. 배 작가는 1970년대부터 자신의 미의식의 원천을 섬과 바다에서 찾았다. 80년대 중반부터서는 섬과 함께 소나무를 본격적으로 찍었다.

"소나무가 나의 아버지라면 바다는 어머니예요. 내게 바다는 고향이고, 내 영감의 원천입니다.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는 곳이기도 하고요. 소나무에는 우리의 역사와 민속, 자연이 들어있어요. 우리와 더불어 사는 삶도 소나무에 있고요."

배 작가가 섬과 바다, 소나무와 숲에 천착하는 이유다. 배 작가의 '섬과 숲 사이'를 주제로 사진작품 전시회가 지난 3월 19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배 작가를 3월 19일과 27일 두 차례 만났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섬과숲사이' 전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배병우 사진작가. 섬과 바다의 돌에 부딪히는 파도까지도 오롯이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섬과숲사이' 전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배병우 사진작가. 섬과 바다의 돌에 부딪히는 파도까지도 오롯이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배병우 사진작가의 '섬과 숲 사이'전. 전시된 작품만큼이나 공간까지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배병우 사진작가의 '섬과 숲 사이'전. 전시된 작품만큼이나 공간까지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그의 흑백톤 사진에는 특유의 거친 질감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 강인한 생명력과 인고의 시간도 묻어난다. 자연을 정면으로 응시하기보다, 은유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조형적인 아름다움까지 담고 있다. 섬 사진에서는 바다를, 소나무 사진에선 숲을 떠올리게 한다. 부분을 보여주는 데도 전체까지 떠올릴 수 있게 해준다. '대가'나 '거장'이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여수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대학에 들어간 뒤부터 서울에서 살았지만요. 종고산 언덕바지에서 태어나 바닷가에 살았죠. 아버지는 생선 장사를 하셨고요. 어렸을 때부터 생활 자체가 바다였어요."

배 작가가 일찍부터 섬과 바다에 주목한 연유다. 어릴 때부터 본 섬과 바다는 그의 작품세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부분을 통해서 전체를 해석하는 시도는 라즐로 모홀리 나기, 에드워드 웨스턴 같은 서양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그 눈으로 섬과 사진을 앵글에 담았다.

처음엔 섬과 바다 풍경을 컬러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그는 해변의 돌과 파도를 흑백으로 담는 걸 선호했다. 수평선과 힘찬 파도, 섬의 바람, 섬들 사이에 단순화된 선형, 돌에 부딪히는 파도를 고스란히 담았다. 그 사진에선 거센 바람이 보였다. 그 바람이 일으킨 파도가 일렁였다. 파도가 만들어낸 거대한 에너지까지 느껴진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배병우 작가의 '섬과 숲 사이'전.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이 소나무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배병우 작가의 '섬과 숲 사이'전.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이 소나무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30대 초반으로 기억하는데요. 우리나라와 우리의 상징이 뭘까 고민했었죠. 그 고민 끝에 소나무를 발견했어요. 어떤 역경 속에서도 변함없이 푸르름을 간직해서 곧은 절개, 굳은 의지를 상징하잖아요. 소나무에는 또 우리의 역사와 민속, 자연이 들어있고요. 우리와 더불어 사는 삶도 있고요."

배 작가의 앵글이 소나무로 확대된 이유다. 그의 소나무 사진도 섬과 바다 못지않게 별나다. 얼기설기 엉켜있거나 구부러진 모습이 많다. 하늘 위로 용솟음치는 구도의 소나무도 있다. 강인함과 굳건함, 역동성과 율동감이 두드러진다. 소나무의 일부분만을 확대해 찍었는데도 화면을 가득 채우는 느낌을 준다.

사진을 찍은 때도 인적이 드문 새벽이나 동틀 무렵이 대부분이다. 배 작가는 소나무들 사이로 안개처럼 희미한 빛이 비치는 순간을 포착했다. 작품마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살아있다. 아침이 열리는 고요하고 부드러운 풍경에 검은 소나무의 동체는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한 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하는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 이른 새벽이나 동이 틀 무렵 소나무 사이로 안개처럼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순간을 포착했다.
 한 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하는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 이른 새벽이나 동이 틀 무렵 소나무 사이로 안개처럼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순간을 포착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광주시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배병우 작가의 '섬과 숲 사이'전을 관람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배병우 작가의 '섬과 숲 사이'전을 관람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남들이 그러더라고요. 밤새 술 마시고 새벽에 나가서 찍은 취중사진이라고요. 동화적인 냄새가 난다는 사람도 있고요. 사실 저는 동양의 산수화 같은 정신과 표현을 염두에 두고 촬영을 했어요."

배 작가의 촬영 의도다. 그는 섬과 소나무 등 평범한 주제를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렸다. 외국의 저명인사들도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팝가수 엘튼존, 벨기에 국왕, 루이비똥 회장도 "숲에서 요정이 나올 것 같다"며 작품을 구입했다는 게 배 작가의 말이다.

"남해안을 세계의 바다, 미래의 바다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우리의 섬과 바다, 숲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도요."

배 작가의 소망이면서 포부다. 그의 앵글을 통해 앞으로 계속 다시 태어날 섬과 바다, 소나무와 숲에 대해서도 기대가 모아진다. 배 작가의 '섬과 숲 사이' 전시는 오는 6월 2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계속된다.

지난 3월 27일 만난 배병우 사진작가. 자신의 삶과 사진에 대한 얘기를 차분히 들려주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만난 배병우 사진작가. 자신의 삶과 사진에 대한 얘기를 차분히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배병우, #섬과숲사이, #광주시립미술관, #소나무작가, #소나무사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