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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상이 2013년 1월 저희에게 찾아온 암 진단에 흔들렸습니다. 우리의 긍정성과 건강한 믿음이 시험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저희의 사랑은 더 깊어졌고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해야 했습니다.
▲ 건강하고 아름답던 일상. 그 일상이 2013년 1월 저희에게 찾아온 암 진단에 흔들렸습니다. 우리의 긍정성과 건강한 믿음이 시험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저희의 사랑은 더 깊어졌고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해야 했습니다.
ⓒ 추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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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부쩍 움직이기 싫은 2012년 겨울날입니다. 햇볕이 들지 않는 3층 빌라의 전셋집에 신혼살림을 차리면서도 방이 좁아 발과 발이 맞닿아 부부싸움을 해도 갈 곳이 없어 곧 화해를 해야만 하는 센스빌 302호 그곳에서 저희의 사랑은 힘차게 싹트고 있었습니다.

호주에서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았고, 호주의 밝은 풍경과 아름다운 새의 지저귐은 옆집의 생활소음과 원룸촌의 시끄러운 싸움소리로 바뀌었지만, 아내와 제 마음의 행복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조금씩 모은 돈도 해외유학생활으로 다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조급하지는 않았습니다. 20대에는 돈을 모으기보다는 마음속의 곳간을 충분히 하는 데 사용해야한다는 제 믿음이 있었고, 아내와 많은 곳을 아름답게 누리고 싶은 바람이 있었기에 현실이 고달프지는 않았습니다.

겨울철 실내 난방비가 많이 나올까봐 아내와 도시가스를 틀지 않고 내복과 파카를 동여매고 집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도 늘 불평 불만없이 젊음의 꿈을 응원하고 믿어주고 시집와 준 아내에게 참으로 감사합니다.

아내와 함께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결혼 2주년이 되었고 이제 2세를 가질 생각으로 여러가지 검사를 할 요량이었습니다. 오늘은 건강검진을 받기로 한 날입니다.

부산서면에 도착해서 아내가 검진을 받는 동안 저는 서점을 찾아 책을 읽고 돌아왔습니다.
서면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아내의 얼굴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습니다. 한참을 커피를 마시다가 아내가 제게 이야기를 합니다.

"놀라지 말고 들어. 토니야. 초음파 검사에서 무언가가 잡힌 것 같은데 확정이 아니라서 다시 전문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대."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늘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잔병치레도 없었기에 아내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너무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티를 내서는 안 되었습니다. 저는 듬직한 남편이어야 하니까요. 저는 애써 웃으며 아내의 손을 잡고 광안리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드넓게 펼쳐진 광안대교. 아내와 참 많이도 왔던 추억의 장소입니다.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광안대교 저기 저 건너편에 해운대를 지나가면 달맞이 동산이라고 있는데 거기에 꼭 아내를 위해 집을 사주고 싶다고, 아내를 닮은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그런 집을 꼭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꼭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대구로 돌아가서 푹 자고 곧 전문병원에 가보자고 했지요. 그리고 주말을 보내고 바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갑상선 전문 병원에서 그날 저는 아내가 수술을 필요로 하는 갑상선암에 걸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암이란 그 말 자체가 너무도 29살의 저에겐 너무도 버거웠습니다.

아내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냥 모든 것이 모자란 제 탓 같았습니다. 하지만 멍해질 시간도 없었습니다. 목에 수술자국을 내기 싫었기에 저는 다양한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멘토이신 원장님께 병원을 추천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우선 저를 안심시켜주셨습니다. 예후가 좋고 수술 후에 정상생활이 바로 가능한 것이니 너무 놀라지 말고 몸조리 잘할 수 있도록 잘 보살피라고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경북대학교의 한 교수님께 연락을 해보라고 말씀해주셔서 전화통화를 하고 경북대학교 칠곡 암 센터에 로봇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그:#암 , #암극복, #긍정, #희망,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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