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플래쉬>의 내러티브는 단순하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고 싶은 학생 앤드류와 최고의 드러머를 찾고자 하는 교수 플렛처의 얘기다. 이 단순한 줄거리를 긴장감 있게 유지해주는 장치는 앤드류와 플렛처의 관계다.

이 둘은 평범한 사제지간이 아니다. 플렛처는 완벽한 연주를 얻기 위해 자신이 지휘하는 밴드의 연주자들을 과격하게 몰아붙인다. 신체적 폭력은 기본이고, 욕설과 비방을 퍼부으며 정신적 폭력까지 행한다. 밴드의 드러머 앤드류는 이 폭력을 견디며 드럼 연습에 매진한다. 그에게는 최고의 드러머가 되고 싶다는 열정, 아니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넌 왜 셰이퍼 음악 학교에 다녀?"
"우리나라 최고의 음악학교니까."

여자 친구의 질문에 앤드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그는 최고가 되길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풋볼 선수인 사촌의 거들먹거림에 '그래 봤자 3부 리그잖아요'라고 말하는 앤드류에게서 최고를 갈망하는 그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이 열정은 플렛처 교수의 폭력에 의해 더욱 불이 지펴졌고, 앤드류는 말 그대로 손에 피가 나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하지만 젊은 청년의 열정에 감동을 느낄 새도 없이, 이 열정은 욕망으로 변질되고 만다. 교통사고로 완전히 뒤집어져 연기가 나는 차 밑에서 드럼 스틱을 찾는 앤드류의 손짓은 더 이상 드럼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보이지 않는다.

플렛처 교수는 어떠한가. 그는 자신의 옛 제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흘린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도, 곧바로 그의 연주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마치 사이코패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 후반부에서 그 옛 제자의 사인이 플렛처 교수가 말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자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욱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플렛처 교수에게 있어서 학생들에게 행하는 폭력적인 행동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게 그만의 방식이고, 제2의 찰리 파커를 찾기 위한 욕망의 일부이다. '그만하면 잘했어(Good job)'라는 말이 한계를 단정 짓는다고 생각한 그이기에 학생들을 무서울 정도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그 역시 최고의 연주자를 키워내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 둘은 결국 서로가 원하는 욕망을 충족했을까? 플렛처는 심벌즈를 던진 조 존스가 되고, 앤드류는 찰리 파커가 되었을까? 이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을 내리고 싶다. 둘의 욕망은 영원히 충족될 수 없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고자 하는 앤드류의 열정은 플렛처를 만나면서 욕망으로 변했고, 욕망은 점점 커져만 갔다.

최고의 연주자를 찾겠다는 플렛처의 욕망 역시 이미 선을 넘었고, 사회적으로도 수용될 수 없는 방법으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했다. 이들의 욕망은 각자 자신의 내면에서 오는 욕망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욕망이다. 앤드류와 플렛처, 둘 사이를 떼어놓고서 최고의 드러머가 되고자 하는 학생과 최고의 연주자를 찾고자 하는 교수의 욕망은 성립될 수 없다. 둘은 함께 있으면 계속해서 서로 더 큰 욕망을 원하게 될 것이고, 떨어져 있다면 각자의 욕망 자체가 발현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두 사람의 욕망은 충족될 수 없다.

열정과 욕망은 한 끗 차이다. 영화 <위플래쉬>가 마치 열정이 있는 사람만이, 시련을 견뎌내는 사람만이,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앤드류의 드럼 비트와 플렛처의 지휘 사이에서 연주되는 두 욕망. 영화의 마지막 엔딩 연주를 마친 뒤, 두 사람은 무대에서 내려올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욕망의 연주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