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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경기가 상당히 어려운데요. 그래서인지 대학가에서는 예전만큼 과외학생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한숨이 크게 들려옵니다. 세상은 변해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과외를 알선해주는 업체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더 이상 전봇대에 과외전단을 한 장 한 장 붙이는 수고를 덜어주고 있네요.

그렇지만 과외를 구하려는 대학생들의 하소연은 더 커진 듯합니다. 대학생들은 ▲ 높은 과외 알선 수수료 ▲ 세월이 지나도 오르지 않는 과외비 ▲ 과목별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 높아진 부모님들의 요구사항 등을 어려움으로 꼽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나름 명확하게 존재합니다. 먼저 좋은 과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진 만큼, 과외업체들은 더 많은 알선 수수료를 챙기려고 합니다. 과목별 수요·공급 불일치는 수학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일명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로 불리는 고교생들이 늘어나면서,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 중에도 수학을 능숙하게 가르칠 수 있을 만큼 잘 하는 대학생은 상대적으로 드물어 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수학실력을 과외를 통해서 만회하려는 수요는 늘 존재합니다.

반면에 영어는 이제 더 이상, 과외를 받아야 할 과목에서 제외되고 있는 듯합니다. 쉽게 출제되는 수능 영어도 이런 경향에 한 몫을 하고 있지요. 그리고 영어를 잘하는 대학생들은 이제 말 그대로 넘쳐납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이라는 신분의 변화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길게는 7080 학번이셨던 분들이나 짧게는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분들조차도 지금의 대학생보다는 높은(?) 신분으로 간주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왜냐면 일단 대학의 수가 적었기에 정말로 공부에 뜻을 둔 사람들이 진학을 많이 했으리라 여겨집니다.

또한 지금처럼 대학에 와서도 스펙 쌓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직면한 사회문제나 민주화라는 이슈에 직접 투신한 사람들도 있었겠지요. 어쨌든 최소한 그들은 지금의 대학생보다는 더 엘리트였거나, 엘리트라고 여겨졌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선뜻 믿고 과외수업을 맡겼겠지요.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그래도 먼저 할 말은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최소한 서울 유학생활 11년차인 제가 보기에, 현재 과외의 경향은 ▲ 여자선생님 ▲ 수학선생님 ▲ 스카이 이상의 명문대 ▲ 영어영문학과, 수학과 등의 키워드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 이제 그럼 진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어머님들 눈 크게 뜨시고 따라오세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 II>의 한 장면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 II>의 한 장면
ⓒ (주)프라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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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선생님만 연락주세요"

과외 구인란에 보면, 이런 문구 정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여학생은 여학생이라서 여선생님이어야하고, 남학생은 남학생이어서 꼼꼼한 여선생님이어야 한답니다. 이건 정말 낡은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여학생, 남학생 모두 오랫동안 지도한 경험이 있지만, 과외수업의 성과를 내는 데 있어서 과외선생의 성별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논리라면 성소수자 학생은 성소수자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아야 하는 걸까요? 부모님들의 낡은 편견이 능력 있는 선생님들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서연고 서성한까지만 연락주세요"

서연고 서상한 중경외시... 이런 말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학생들이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쉽게 통용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과외의 목적이 결국엔 저 대학서열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해 가기 위한 것이기에, 이미 저 꼭대기에 앉아 있는 사람을 선생으로 모셔오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겠지요.

그러나 단언컨대 명문대생이라고 수업을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물론 그들이 어떻게 공부를 해서 명문대에 진학했는가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옵션으로 얻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현재 대입에서 수시비율이 정시비율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최저등급이라는 마지노선이 있다 하더라도, 명문대생이 결코 만능은 아닙니다. 또한 본인이 잘 아는 것과 남을 잘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대학교 간판에 집착하지 마세요.

"수학과, 수학교육과 다니시는 분만 연락주세요"

비슷한 맥락입니다만, 대학의 전공과 가르치고자 하는 과목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습니다. 영문과 학생이 경제학과 학생보다 영어를 잘 할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예컨대 수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영어보다 수학을 더 잘 할 가능성이 높겠죠. 그러나 역시 영문과라고 영어를 잘하고, 수학과라고 수학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대학의 학문과 초·중·고등학교의 내신 또는 수능을 위한 입시교육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전공에 집착하지 마세요.

로또에 당첨되고 싶으면, 먼저 로또를 구입하라!

복권을 구입하지도 않고서, 입버릇처럼 로또 1등에 당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간혹 만나곤 합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그렇다면,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좋은 과외선생님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찬가지입니다. 로또를 사세요.

즉, 자녀의 성향과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시켜줄 과외선생님의 상을 명확히 합니다. 이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성별, 학벌, 전공 등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라는 겁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런 것들을 완전히 배제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편견을 가지고 선생님을 구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이렇게 정한 본인의 이상적인 과외선생님 상을 구인광고에 적극 반영하세요. 단순히 수학과외 구한다는 말보다, 어떤 수학선생님을 찾고 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그에 맞는 지원자가 찾아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첨언을 하자면, 면접을 꼭 보시고, 시범수업을 직접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내 자녀와 성향이 맞을지, 가르치는 방식은 어떤지, 책임감이 있어 보이는지 등을 직접 확인하라는 것입니다.

일부 책임감 없는 대학생들의 과외수업 행태는 질책 받아 마땅합니다. 시간 때우기로 일관하고 쉽게 돈을 받아가는 대학생들을 스스로가 말합니다. 나중에 자신의 자녀는 절대로 대학생 과외를 시키지 않겠다고.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소위 명문대 간판으로 쉽게 과외 수업을 얻은 학생들이라는 점은, 왜 부모님들이 좋은 대학생 과외선생님을 구하기 위하여 편견을 버리고 더욱 신경 써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태그:#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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